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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말 달리자!!!

by merlyn 2012. 6. 16.



 내 생일이 남편 생일 보다 빨라 좋은 점.
뭘 받느냐에 따라 뭘 주느냐를 결정할 수 있다는 거.
물론 처음부터 요렇게 야박하게 셈을 한 건 아니다.
'약오르거나 김새는' 과정을 겪다보니 생긴 자기 방어 요령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올해는 받았다. 무척 황당하긴 했지만 어쨋든.
그래서 나도 회심의 선물을 준비했다.
 
남편은 뒷끝이 쇠심줄이다.
섭섭했던 건 죽어도 안 잊는다.
그 중 첫번째로 꼽는 사건.
 
어릴 때 엄마 손 잡고 시내 나들이를 갔었는데 말 인형을 팔더란다.
작은 플라스틱 말인형인데 허리 부분이 아코디언처럼 주름이 져 있고 연결 줄에 달린 풍선모양 손잡이로 바람을 불어 넣으면
말이 앞으로 까딱까딱가는~~ 내 나이 연배분들은 잘 아실 거다.
그게 정말정말 갖고 싶어 엄마한테 마구 졸랐는데 무정한 엄마는 그냥 손을 끌고 가던 길을 재촉하더란다

이 때문에 가슴에 맺힌 한이 무진장 깊어 50여 년이 지난 지금에까지 기회만 있으면 한탄을 하는 터라
나는 물론 이젠 우리 친정식구들까지 "그 비싸지도 않은 말을 말이야, 우리 엄마가~~" 하고 시작하면 다들 손사레를 친다.
 
그 말 타령을 들은 게 어언 이십 여년.
이번에 내가 그 깊은 한을 풀어주리라 결심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니 하! 그런 말이 아직 있는 게다.
그래서 자전거 타고 장난감 도매시장까지 달려가 샅샅이 뒤졌다.
 
그런 거 이젠 안 나온다 하던 시장 초입 가게 주인들 말과는 달리 대 여섯집을 지나 드디어 발견!

 



 

옛날 말하고는 달리 허리 주름이 없어지고 뒷다리를 움직여 가게 만들었는데 더 좋아지긴 했지만 느낌은 좀 덜했다.
그래도 이게 어디야 하고 얼른 한마리 골라 들었는데 곁에 업그레이드 되어 보석 빵빵하게 박힌 말(물론 더 비쌌다)도 있길래 특별 보너스로 같이 샀다. ㅋㅋㅋ

 

생일 저녁 근사한 상자에 넣어 리본까지 두르고 " 선물이야, 축하해!" 하면서 내밀었더니

남편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 어~~참! 무슨 선물까지~~ 하면서 열어보더니

푸하하~~~  ㅎㅎㅎㅎㅎ

물론 아주 좋아했다. (기대했던 것과는 좀 다르긴 했겠지만 어쨋든 아주 맘에 들어했다)

그리곤 돌아와서 계속 달그닥 달그닥 거리며 말 달리기 놀이를 했다.


 


 


 

난 우스워 죽겠는데 이 아저씬 아주 진지하다.

좌탁 끝에서 안 떨어지고 돌아나가는 거랑 마지막 스트레칭 포즈가 일품^^

(동영상 용량을 줄이다 보니 화면이 흐릿해져 버렸다)


 

빨간 말도 꺼내 같이 달려주라 했더니 절대 안된단다.
"소장용"이라고! ㅎㅎㅎ


P.S. 1. 몇 년 전 남편이 엄마(나의 시어머니)에게 왜 그때 그 말을 안 사줬냐 물었더니

          어머님께선 당연히 전혀 기억을 하지 못 하셨고 '비싸지도 않았을텐데 왜 그랬을꼬~~' 하셨다.

       2. 이제 소원풀이 했으니 앞으론 절대 엄마 원망 않는다는 다짐을 받았다.

 



  화분2 2012/06/17 01:17
  이 글을 읽으면서 입이 귀에 걸리게 미소를...^^ 저도 그 플라스틱 말 기억합니다. 언니 유치원 다닐 때 나온걸로 기억하는데 ㅋ 따뜻하고 아름답고 독창적인 노스탈지아...역시 기발하세요, 저에게 두고두고 영감이 될...근데 멀린님 선물은 뭘 받으셨길래 황당하셨을까요?  
  merlin 2012/06/17 11:27
  ㅎㅎ 화분님도 기억하고 계시네요.
기발하기는요. 제가 누구 선물 고르는 데는 영~~ 소질이 없어 항상 애를 먹는걸요.
어찌된 일인지 세월이 가도 사그라지지 않는 말타령에, 더 이상 나이 먹기 전에 해결해주자 싶어 생각해낸 선물이랍니다. ㅎㅎ

제 생일 선물은 저기 아래 '정신없는 봄에 쓰는 정신없는 글'에 보면 사진이 올라있답니다.
다들 좋다 해주셔서 저도 '음~~ 좋아 좋아~~' 하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나리타산 2012/06/17 11:29
  두분 주고 받으신 생일선물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런생각이 드네요.
'두분 다 참 마음이 따뜻해서 따뜻하게 서로를 바라보고 계시구낭~^^"

물질 물량이 주인공인 주객전도 생일 선물과는 완전 차원이 다른 예쁜 선물도
부럽고, 그 예쁜마음을 잘 이해하고 잘 받아주고 기뻐해주는 두 분은 더 좋아보입니다.ㅎ

생신 축하드린다고, 멀리서 나마 만수무강 하시길 바란다고
꼭 인사 전해 주시기 바람미당~~ ^ㅇ^

 
  merlin 2012/06/17 14:35
  아이구, 아닙니다요~~
보통의 생일들을 "밥이나 묵자" 로 일관되게 지내왔는 걸요.
사실 이 나이에 생일 챙기자고 신경전 벌이는 것도 좀 쪽팔리는 일인데 그야말로 재밌자고 시작한 거라 어짤까 망설이다 글 올렸어요.ㅎㅎㅎ
물질 물량의 선물 교환도 부지런해야 가능한데 둘 다 그런 면에 게으르기 짝이 없는 지라 주변에서 보면 그리 무미건조하게 어째 사냐 한답니다.

남편에게 나리타님 생일 축하 인사를 전했더니
말인형 같은 걸로 신나하는 사람에게 "만수무강"이라 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진짜로 감사합니다'하고 전해달랍니다.^^  
  미시건돌이 2012/06/17 12:48
  아이구~ 서방님 어린시절 맺힌 한을 정말 잘 풀어주셨습니다.. ^^
어른이 되어가도 어린시절 맺힌 한들이 한두가지씩은 꼭 있다니까요?
전 요즘와서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어렸을 때 (4-5살쯤..?) 어머니, 아버지가
뭔가에 토라져있던 절 달래고 달래는시는데 혼자생각으로 '이번 한번만 더
달래면 못이기는 척하고 돌아가야지..." 하고 버티는 순간 아버지의 불호령과
함께 방에서 쫒겨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 그 순간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
원망이 아마 중, 고등학교때까지 뇌리를 떠나지 않던 기억이 납니다.. 그려.
ㅋㅋ... 다행히 결혼 후 요즘은 잊고 지냈네요.. ㅎㅎ  
  merlin 2012/06/17 14:44
  "한 번만 더~~" 해주셨더라면 ㅋㅋㅋ 미돌이님 체면도 살고 마음도 풀렸을텐데~~

정말 그런 기억들은 다 갖고 있잖아요. 저도 생각해보면 엄마가 새 옷이라고 사왔는데 우중충한 밤색 쉐타, 남자 옷이라고 싫다 하는데도 "봐라, 여기 노란색도 섞여 있네" 하며 억지로 입혔던 기억이 있어요.
담날 학교에 가니 교문 앞에서 똑같은 옷을 입은 남자애 발견! 얼마나 창피하고 원망스러웠는지 그 옷 지금도 그릴 수 있어요.ㅠ.ㅠ

엄마가 바빠 그러셨나보다 하면 될텐데 얼마나 한을 품고 사는 지, 그거 말고도 몇 가지 더 있답니다.
자기는 그러면서 제가 신혼 초 섭섭했던 거 다시 얘기하면 "니는 참 기억력도 좋다, 그마 다 잊어라 쫌~~" 이러니 불공평 하지요.ㅎㅎㅎ

미돌이님 , 대인배십니다.^^  
  호주돌팔이 2012/06/17 16:11
  적토마는 소장용...

어디서 관우나 동탁 인형을 팔지... 
  호주돌팔이 2012/06/17 16:12
  저 빨간 말탄 기수가 거지면,

새빨간 거짓말.  
  merlin 2012/06/17 21:10
  소금 보내주삼~~~

청토마도 있었는데 그것도 셋트로 사줄 걸 그랬나 싶네요.  
  디페쉬모드 2012/06/17 22:44
  노 영심이 언제인가 이 문세에게 생일선물로 온도계를 주었다고 하더군요.
와인을 좋아하는 이 문세에게 와인의 보관과 시음에 온도가 중요한 점을 알고 그걸 선물한거죠.
선물은 반드시 비싸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받아서 좋아하거나 꼭 필요한걸 해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무진장 잘 하셨습니다.  
  merlin 2012/06/18 17:03
  "참 잘했어요" 도장 받은 느낌이예요.ㅎㅎㅎ

선물의 뽀인트는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걸 거예요.
그 사람이 좋아할 게 무얼까 생각하고, 그 사람이 즐거워할 걸 상상하고.
근데 이게 보통 정성이 아니고는 힘든 거잖아요.

저희도 정말 몇 십년 만에 선물교환하고 즐거워한거랍니다.
그런데 해보니 참 재밌네요. 그동안은 생일 돌아오면 에잇~ 또 한 살 먹네~ 하고 시들했었는데.
이제부텀 제가 갖고 싶은 거 슬슬 흘리기도 하고 남편이 갖고 싶다는 거 챙겨 듣기도 해야겠다 싶기는 한데
음~~ 실천이 될라나요? ㅋㅋㅋ 
  바다와섬 2012/06/18 04:46
  아아~~~ 동영상은 안보이고 오디오만 들려요. 소리만 들리고 이 글 내용을 모르면 완전 웃길거 같아요! ㅋㅋ
어쨌거나 저는 내용을 아니까 괜찮지만 ㅎㅎ 사진만 봐도 말과 기수의 포스가 굉장하네요!! *^^*

그걸 받고 가지고 노시는 ㅋㅋㅋㅋ 정말 남자는 아이인가봐요 ㅎㅎㅎ  
  merlin 2012/06/18 17:13
  어! 안 보이세요?
windows media player 로 돌리게 했는데요. 동영상 용량이 커서 이래저래 줄여 올렸는데~~
무진장 재밌는 거 놓치셨습니다. (뻥이래요~~~ 안 보인다 하시니ㅋㅋㅋ)
소리만 들으심 제가 킥킥거리는 거 줄창 들으셨을텐데 웃음 참으며 찍다보니 웃는 소리가 더 웃기더라구요.

남자들은 정말 언제나 철이 들려는지, 저거 말고도 농구화 안 사준거, 만화 그려둔 거 버린 거, 유도장 못 가게 한 거 등등 무지 많아요.  
  국화씨 2012/06/18 10:12
  두 분의 웃음소리가 너무 따듯하고 정겨워요~
정말 절로 미소지어지는 풍경이었을듯..

산이도 저 말 하나 선물해주면 좋아할거 같은데..ㅋㅋ

 
  merlin 2012/06/18 17:17
  아이구, 제가 다시 들어보니 킥킥킥 거리는 게 그야말로 허파에 바람든 여자같은데
따뜻하고 정겹다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동영상을 보고 또 봐도 우스워요. 남편 마음이 읽혀지는 거 같아서요.

산이가 정말 좋아할텐데 하나 보내드릴까요?
큰 완구점에서 아니면 사기 힘들어요.
(근데 웃음소리라고 하신 거 보면 국화님도 동영상이 안 보이시나 봅니다)  
  국화씨 2012/06/19 00:01
  소리만 들리지만..
무진장 즐겁고 재미납니다..ㅎㅎ

에고..괜한 댓글 때문에 신경쓰게 해 드렸나봐요..^^;

가끔 한이 친구 생일 선물 사러 창신동에 나가봤지만 못 봤어요..
너무너무 신기합니다..ㅎㅎ

구해 주신다면 감사하게 받겠다는 이 뻔뻔함을 어이할꼬..^^  
  merlin 2012/06/19 08:25
  아~ 소리만 재생이 되나봅니다. ㅠ.ㅠ
용량이랑 파일이름도 잘 맞췄는데~~~ 컴퓨터 실력이 별로라.

제 아이 어릴 때 창신동에 참 잘 갔었는데 ㅎㅎ 진짜 오랜만에 들은 이름입니다.
뭔 신경은요. 재밌잖아요.
전 여기 블로거분들께 받은 소중한 선물이 정말 많아 이걸 다 언제 보답해드리나 걱정이랍니다.
그런데 참 이상해요. 오래된 친구나 이웃들에겐 한번도 해보지 못한 행동을 하게 되더라구요. "어머나~~ 좋아라! 주신다면 얼릉 기쁘게 받겠습니다~~" 이런 거요.ㅋㅋ 국화님 마음이랑 똑같지요?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그냥 제 속내를 다 보여드리고 살아 그런 게 아닌가 한답니다.

아이들에게 장난감 선물할 수 있는 거야 제가 더 즐거운 일이지요. ㅎㅎㅎ  
  오후에 2012/06/19 09:06
  저는 동영상도 안보이고 소리도 안들리는데...
글만 읽었을 뿐인데 킥킥거리며 한참을 웃습니다.

늦었지만 생신 축하드리고 두분모두 만수무강하시옵소서~~~~  
  merlin 2012/06/19 22:12
  제 남편을 만나보셨으니 더 상상이 안 가시지요? ㅋㅋㅋ
처제가 그런답니다. "세상에 우리 형부처럼 생긴 거랑 행동이 다른 사람도 없을꺼야"
축하인사 전할께요. 근데 만수무강은~~ ㅋㅋ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ㅋㅋ
(나이 드실만큼 드셨다 했으니 동안하고는 상관없이 맞먹습니다ㅎㅎㅎ)

(혹시 화면 위에 Windows media player 추가기능 쓰겠냐는 질문 안 뜨던가요? 그걸 설치해야 된다네요.
한겨레 블로그 하기 힘들어요. 용량도 딸랑 3메가만 주고)  
  단정 2012/06/20 17:51
  ㅋㅋㅋ 최고의 선물! 멀린님의 센스와 배려에 고만 눈물이 ...^^
제 남편은... 음, 일곱살 때 자기가 저지르지 않은 잘못으로 동네 아저씨한테 혼났단 말을 계속 하는데, 다음 번 생일엔 그 아저씨 찾아내어 떼찌 해줄까봐요.  
  merlin 2012/06/20 22:49
  고마 눈물까지~~~ㅋㅋㅋ
그 아저씬 어쩌다 어린 단하 아빠께 그런 무정한 짓을 해가지고 상채기를 냈대요. 진짜 떼찌 떼찌 좀 당해야겠습니다. (어린 단하아빤 단하랑 꼭 같이 생겼을 것 같아 상상하기가 쉽네요 ㅎㅎ)
그니까 조심해야겠더라구요. 전 제가 제법 너그럽게 키웠으리라 했는데 웬걸~~말 시켜 보니 꽤 되던데요.
엄마 노릇 힘들어요.ㅠ.ㅠ  
  바다와섬 2012/06/22 05:37
  으하하하~ 드디어 동영상 보는데 성공했어요! 거 참 플라스틱다운 소리를 내면서도 잘 달리네요! ㅋㅋ
왠지 빨간 말은 좀더 고급스러운 소리를 내면서 더 잘달릴거 같은데~~~ 잘 꼬셔 보세요^^ ㅋㅋㅋ

제가 오매불망 갖고 싶었던 장난감은 "라라의 집"... 당시 정말 거금이었던 8800원 이었던가..거의 만원 돈에 엄청나게 큰 상자에 들어있었고 매일같이 TV광고에 나왔었죠. 일년도 넘게 광고만 보면서 침흘리다가 어느날 언니와 정말 뭔가 장한 일(뭔지는 기억 안남..)을 하고는 엄마가 선심으로 사게 해주셨던 라라의 집..
집에 와서 박스를 열어보니 내용물이 글쎄, 두꺼운 종이에 집 그림이 프린트 된 판들 몇개와 그 판들을 집 모양으로 끼우게 해주는 플라스틱 이음새뿐이라는 사실에 모두 경악...!!!
너무 비싸서 정말 라라를 비롯한 인형들과 옷들이 가득 들어있을거라고 생각했던 라라의 집이 단지 종이판때기들이 들어있는 큰 상자였다는데 완전 충격...!! 엄마가 막 그걸 집어던지면서 화내셨었죠. 그냥 큰 두꺼운 종이에 너네가 그림을 그려도 낫겠다며 -_-;;; 어린 우리가 어찌 그걸 알았으리.. 과대과장 광고에 속은 동심은 정말 억울했지만...
결과는 잘 생각 안나지만 아마 스카치테잎 뗀거 어찌어찌 다시 붙여서 환불했던거 같아요. 환불 반품 그런거 잘 안해주던 시절이었는데... 으허허허  
  merlin 2012/06/22 09:43
  ㅋㅋㅋㅋㅋ
재밌는 거 놓치셨다고 뻥쳤더니만 이리 금방 발각이 ㅋㅋㅋㅋ
별 것도 아닌데 애쓰셨어요. 플라스틱다운 말발굽 소리ㅋㅋㅋ 진짜 실감나는 표현입니다.

저도 '라라의 집' 기억나요.
이쁜 척 하는 목소리로 '라라의~~" 어쩌구 하면서 분홍색 집이 확 열리고 인형하고 가구 같은 것도 반짝반짝~`
이랬는데 그게 완전 가짜였네요. 아니, 어쩜 그런 짓을 한대요.
저거 대단하겠네 정도의 생각을 했었는데 섬님 뿐 아니라 그거 졸라서 가졌던 아이들은 얼마나 실망을 했을까요.어른들 정말 나빠요. 이런 사람들은 진짜 감옥 보내야하는 거 아닌가요? 사기잖아요.
반품 하셨다니 진짜 어머님 화나시고 섬님이랑 언니는 정내미 딱 떨어지셨던 거지요.
저 어릴 때 동네 시장에 같은 반 남자애 엄마가 군밤을 팔았어요. 거기 군밤이 참 먹고 싶었거든요. 용돈 몇 푼 모아 큰 맘먹고 군밤을 달래니 이 아줌마가 그거 말고 삶은 밤 많이 줄께 갖고가라며 꾸역꾸역 봉투에 넣어주더라구요. 싫은데 자꾸 윽박지르니 할 수 없이 받아 오면서 먹으려 보니까 죄 벌레 먹거나 썩은 밤 ㅠ.ㅠ 어린 맘에도 너무 화가 나 그 아줌마한테 이거 먹을 수가 없다고 바꿔달라니까 그런 밤이니 많이 준거지 하면서 되려 화를 내서~~ 그 담부텀 시장 아줌마들 다 밉고 그 남자애는 꼴도 보기싫고.
애들 푼돈으로 그리 맘을 쓰다니. 섬님이랑 수다떠니 옛생각이 마구마구 튀어나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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