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211 너무 오랜만의 나들이 지하철 타고 멀리 나가본게 언젠지 모르겠다. 춥기도 했고 워낙 나가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랑 살다보니, 게다가 자꾸 늙어가다보니 매일 고만고만 집 근처에서만 움직이며 겨울을 보냈다. 그런데 어제부터 바람 속 차가운 기운이 가시고 햇살도 따뜻하다는 느낌이 오면서 허파에 바람이 들기 시작했다. '점심 먹자마자 나가야지, 나가야지' 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남편이 물었다. -어디 가려고?-명동갈거야.-거기 가서 뭐 하게?-뭘 하든. 콧구멍 막혀 죽겠구만.-나도 가? 얼굴을 쳐다보니 가기 싫어 죽겠네 하고 있어서 혼자 가겠다 했다. 중얼중얼 '혼자 어찌 보내냔'다. 얼씨구. 나 혼자 논 역사가 몇년인데. 저런 얼굴하고 있는 사람 데리고 나가봐야 기분 상할 일만 생기니 그냥 혼자 가는게 훨 낫다. 점심 먹.. 2025. 3. 10. 이웃이면 다 아는 사람이지요. 마트에서 장을 보고 들어오는데 아파트 현관 앞에 장애인용 이동차가 와 있었다.가끔 보던 어르신 휠체어가 내려오는 중.아드님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조심조심 휠체어를 내려 나랑 같이 현관으로 들어섰다. 먼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시길래 나도 반갑게 인사하면서 같이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몇 번 뵙기는 했지만 이렇게 인사하기는 처음. "얘, 이 문도 얼른 열어라." "네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 문을 보통 문으로 생각하고 하시는 할머니 말씀에 부드럽게 답하는 아드님 말이 참 순했다. '엘리베이터잖아요' 라든가 '네~~' 하고 무시하는 투가 아니라 그저 평온했다.드디어 문이 열려 같이 타고는 잠깐의 어색한 시간에 할머님을 쳐다보았다. 말없이 앞만 보시던 전의 모습과는 다.. 2024. 5. 22. 토마토는 마트에서 사 먹기로 10번 안짝은 절대 아닐만한 사람이 1번 사람 장바구니를 들여다 보며 말했다. - 토마토는 한 사람당 하나씩 사야하는 거 아니예요?1번이 대답했다.- 하나는 그냥 토마토고 하나는 방울토마토예요.- 어쩃든 토마토고 오늘 들어온 게 그거 딱 두갠데 두개 다 갖고 가시면 어떡해요? 이쯤에서 매장 직원이 합류. 토마토는 종류 불문하고 1인당 한개씩이라고 정리. 그때 4번이 등장 -그렇다면 그 토마토는 제가 사야겠네요. 아까 저 사람 뒤에 제가 줄 서 있었거든요.(사실이 아님, 말한 사람은 4번째로 줄을 섰고 내가 3번이였다. 나도 토마토를 사려고 왔지만 이 당황스런 시츄에이션에 그냥 가만 있었다)이 바람에 대충 10번이 4번에게 토마토를 건네줘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느닷없이 2번이 등장.(붙여 설명을 하자면 .. 2024. 4. 25. 좋아하는사진 저 사진 속엔 내가 좋아하는 게 많다.조용한 저녁, 책상, 잔뜩 꽂힌 펜, 빨간 스탠드, 떡볶이, 아들 사진, 스케줄표, 맥주 그리고 빅뱅이론. 완벽하다! 2022. 3. 19. 춥다 많이 춥지 않았던 올 겨울. 오늘은 춥다. 꽤 춥다. 지난 두 달 그냥 베란다에 내쳐져 있던 화분을 몽땅 방안으로 들였다. 이미 깰꼬닥한 모양새라 얼마나 효과가 있을 런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지만. ㅠ.ㅠ 애지중지하던 화분 속 식물들에 이리 무관심해지다니. 핑게도 무색하고. 그냥 게으.. 2020. 2. 6. 현충일의 묵념 현충일 아침 거실에 서서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부웅~~~하는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생각해보니 현충일 오전 10시.항상 그렇듯 나의 고모부 생각을 잠시했고 안중근 의사 생각도 했고 그러다 재판를 앞둔 안의사에게 떳떳이 죽으라 하는 편지를 썼다시는 안중근 의사 어머님 조마리아님 생각으로 흘러갔다. 안중근 의사나 그외 많은 독립운동가들은 공식적으로 기억하고 추념할 사람이 많을 것이니 난...그 많은 열사들의 그늘에서 가족 생계 걱정하고 아이들 건사하는 명분 없는 생활에 힘들었을, 그럼에도 칭송은 커녕 어디 이름 한 자 드러내지 못하고 흔적없이 사라져 갔을 아내와 어머니들에게 감사 묵념을 올렸다. 고맙습니다. 그대들이 감수하신 곤욕스럽고 남루한 삶 덕에 저희들이 지금 있습니다. 너무 늦었지만 편히 잠.. 2019. 6. 9. 이전 1 2 3 4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