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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역전

by merlyn 2012. 5. 26.



지난 월요일, 부산에 일이 있어 정말 오랜만에 엄마랑 같이 기차를 탔다.

30 여 년 전 대학 입시 때문에 몇 번 엄마랑 그 길을 오르내리곤 했는데
그땐 내가 창가 쪽에, 엄마가 복도 쪽에 앉았었다.

이번엔
엄마가 창가, 내가 복도 쪽 좌석에 앉았다.
기분이 참 이상했다







  나리타산 2012/05/27 11:18
  정말 마음 따땃한 기차여행이었겠어요.
완전 부럽다눈,,,,ㅎ

난 어쨌나~ 하고 기억을 떠올려 보려했지만 생각이 잘 안나네요.^ㅇ^ 
  merlin 2012/05/27 20:45
  삼십 년 전엔 엄마가 과일이랑 떡 같은 간식거릴 바리바리 싸서 가는 내내 먹으라고 성화를 하셨어요.
전 먹는 것도 싫고 그저 책만 보면서 가는 게 좋아 둘이서많이 다투기도 했지요.
이번엔 그냥 오렌지 두 알 갖고 타셨고 전 엄마 간식으로 초콜렛이랑 비스켓 넣어갔는데 무척 좋아하셨어요. 정말 많은 시간을 기차 안에서 보냈는데 따져보니 엄마랑 둘이 탄 건 대학 입학식 이후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

제가 괜히 나리타님 마음에 물결을 일으킨게구나 싶어 마음이 찡~ 해요.
 
  queen314 2012/05/27 13:01
  세상을 보고싶은 호기심....
그리고 지키고 싶은 생각....

그게 바뀐건가 봐요...  
  merlin 2012/05/27 20:47
  엄마가 많이 약해지셨어요.
정말 강단있는 평양 출신 여장부셨는데~~
부산에서 일 보는 내내 꼭 제 팔장을 잡고 다니셔서 이젠 어디서든 제가 엄마의 보호자구나 실감했답니다.
마음이 많이 아파요.  
  isshe° 2012/05/27 16:35
  영화 보는 느낌!  
  merlin 2012/05/27 20:48
  아~~주 짧은 영화! ㅎㅎㅎ

여전하시지요? 종종 이렇게 뵈니 참 좋습니다.  
  호주돌팔이 2012/05/27 17:57
  복도쪽이 화장실 가기가 좀 더 편하죠.  
  merlin 2012/05/27 20:50
  기차는 그래도 좀 넓어 낫지요.
비행기는? 타기 전에 항상 하는 고민입니다.
다행히 인터벌이 길어서~~ ㅋㅋㅋ  
  은가비 2012/05/27 21:30
  엄마랑 기차 타본 기억이 없어요.

멀린님 글을 보고 꼭 엄마랑 단 둘이 기차 여행을 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랍니다~ ^^  
  merlin 2012/05/27 22:20
  아, 정말 엄마랑 기차 탄다는 게 흔한 일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예전엔 그냥 엄마랑 같이 가는 어린애 기분이었는데 이번엔 엄마가 친구 같기도 하고 보살펴드려야 하는 할머니 같기도 하고~~ 역에서 기차 타기 전에 커피 한 잔 사주랴? 하시는데 참 좋았어요. (평소엔 커피 많이 마신다고 잔소리하셨거든요)

은가비님, 꼭 다녀오세요.^^  
  바다와섬 2012/05/28 19:08
  저는 아직 제가 '보호 받는 아이' 역할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나이가 70 안팎이 되었지만 그래도 보호자 역할을 하시는것을 즐거워 하신다는걸 알았기 때문에 저는 닭살 돋게시리 '어린' 막내 역할을 계속 해드리고 있다능-..- 한국 가면 보통 아빠가 병원이나 관공서 같은 곳 갈때 같이 가주시고, 함께 있을땐 식비나 쇼핑 그런거 돈 내시고.. 저는 제가 나가 사는 거나 친구들 만나 먹는 것만 돈 내구요. 아 정말 저는 철없는 막내로군요! 언젠가 이 역할이 역전되는 날이 오면 참 열심히, 기꺼이 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정말 이제 곧 올거 같아요..  
  merlin 2012/05/29 08:48
  ㅎㅎㅎ
막내딸의 본분을 아주 충실히 잘 하고 계신걸요. 그런 자녀가 있음 덜 늙으신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어요. 섬님 부모님께선 무척 젊으실 것 같습니다.
제 아버지 팔십이실 때 같이 냉면 먹으러 갔다가 제가 계산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찌나 정색으로 화를 내시던지, "이제 저도 이 정도는 아버지 사드릴 수 있어요" 했는데도 "그걸 몰라 내가 낸다는 거냐" 버럭버럭~~~ ㅠ.ㅠ
그땐 참 섭섭했었는데 섬님 글 읽다보니 아빠한테 제가 어찌 보였나 상상할 수 있게 되네요.

물론 정정하실 때를 생각하면 제가 보호자 노릇을 한다는 게 쓸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절 믿거라 하실 때 참 다행이다 싶어요. 섬님 당연, 잘 하실거예요. 그때까지 예쁜 막내노릇 많이많이 누리세요.^^  


  오후에 2012/05/30 09:41
  부러워요. 아주 많이.... ㅠ.ㅠ  
  merlin 2012/05/30 16:09
  죄송해요. 진짜로 아주 많이 ㅠ.ㅠ
 
  오후에 2012/05/31 10:31
  애구... 멀린님 죄송할일 아닌데요. 제가 부러웠을 뿐.... ㅋㅋ
하지만 제겐 딸이 있답니다. ㅎㅎ  
  merlin 2012/05/31 21:08
  완전 oTz ㅠ.ㅠ
그러잖아도 오늘 예쁜 딸래미 둘이랑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 제대로 염장을 지르시네요.
지금도 제 손에 꼭 쥐어지던 작은 손의 감촉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찌~~~인~~~짜로 좋으시겠습니다.^^  
  무장공비 2012/06/04 08:02
  다음에 부산 오시면 꼭 연락주세요^^ 
  merlin 2012/06/05 00:19
  낙동강 건너 오실거지요. ㅎㅎ  
  沈菁 2012/06/06 21:37
 
울엄마는, 시집 온 저에게 필요할 때만 전화를 했었어요.
가끔, 혼낼 일이 있으면 씩씩하고 크게크게 외치시려 전화를 했었거든요...
근디, 벌써 두어달째 매일 아침에 전화를 해요.
저를 체크하는 것 같어요... 정신건강과 몸건강을 말이지요^^;
전화를 안 받으면, 남편에게 전화해서 저의 안부를 묻는대요.
적응하려고 하고 있지만, 엄마가 나이들었음을 느끼는 것이...좀 그래요.
노파심... 점점점 깊어질 테지요.
서울 간다니까, 시아버님이랑 꼭 같이 가라고 당부를 하고,
다녀와서 또 시름시름 앓지 말라고 하고,
천천히 다니라고 하고... 어느 순간, 엄마를 제가 챙겨야겠지요...슬픔.  
  merlin 2012/06/09 09:52
  ㅋㅋ
혼낼 일 있으시면~~
신혼 때 이 전화를 매일 아침마다 받았다는 거 아닙니까.
뭔 혼낼 일이 그리도 많으시던지~~

자꾸 아프셔서 어머님이 걱정을 하시나봐요.
제 엄마도 이젠 걱정을 많이 하세요. 너무 쓸데없는 것 까지 하셔서 되레 걱정이지요.
'엄마, 요가 너무 얇아졌네' 하면 그 담날, '내가 밤새 생각해봤는데 그 요 솜을 말이다, 솜틀집에서 틀어다가~~'
또 '화분에 심은 녀석들이 시들시들해~' 하면 '내가 밤새 생각해봤는데 거름을~~~' 이러세요.
그래서 요즘은 뭔 말하다 또 밤새 생각할거지? 하고 먼저 으름장을 놔요.
새끼라는 게 그런가봐요. 이젠 내 새끼도 내 관심이 싫어지고도 남을 나인데 ㅎㅎㅎ

사실은 키도 줄어들고 말 알아들으시는 것도 훨 덜하고, 엄마가 점점 아기가 되어가고 있는데
여전히 우리들 걱정이시죠. 저도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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