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356

너무 오랜만의 나들이 지하철 타고 멀리 나가본게 언젠지 모르겠다. 춥기도 했고 워낙 나가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랑 살다보니, 게다가 자꾸 늙어가다보니 매일 고만고만 집 근처에서만 움직이며 겨울을 보냈다. 그런데 어제부터 바람 속 차가운 기운이 가시고 햇살도 따뜻하다는 느낌이 오면서 허파에 바람이 들기 시작했다.   '점심 먹자마자 나가야지, 나가야지' 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남편이 물었다.  -어디 가려고?-명동갈거야.-거기 가서 뭐 하게?-뭘 하든. 콧구멍 막혀 죽겠구만.-나도 가?  얼굴을 쳐다보니 가기 싫어 죽겠네 하고 있어서 혼자 가겠다 했다. 중얼중얼 '혼자 어찌 보내냔'다. 얼씨구. 나 혼자 논 역사가 몇년인데. 저런 얼굴하고 있는 사람 데리고 나가봐야 기분 상할 일만 생기니 그냥 혼자 가는게 훨 낫다. 점심 먹.. 2025. 3. 10.
이웃이면 다 아는 사람이지요. 마트에서 장을 보고 들어오는데 아파트 현관 앞에 장애인용 이동차가 와 있었다.가끔 보던 어르신 휠체어가 내려오는 중.아드님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조심조심 휠체어를 내려 나랑 같이 현관으로 들어섰다. 먼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시길래 나도 반갑게 인사하면서 같이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몇 번 뵙기는 했지만 이렇게 인사하기는 처음.    "얘, 이 문도 얼른 열어라." "네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 문을 보통 문으로 생각하고 하시는 할머니 말씀에 부드럽게 답하는 아드님 말이 참 순했다. '엘리베이터잖아요' 라든가 '네~~' 하고 무시하는 투가 아니라 그저 평온했다.드디어 문이 열려 같이 타고는 잠깐의 어색한 시간에 할머님을 쳐다보았다. 말없이 앞만 보시던 전의 모습과는 다.. 2024. 5. 22.
즐거운 우연 다른 사람 글에서 카렐 차페크의 의 몇 문장을 읽었다.이렇게 센스있는 글이라니!차페크의 책을 도서관서 빌려 왔다. 무려 4권이나!사실 서가에 있는 차페크의 책을 몽땅 들어내 오고 싶었는데 또 쌓아 놓았다가 다시 반납하는 일이 벌어질까봐 욕심을 죽이고 죽여 제일 재미있어 보이는 걸로 4권 골라 대출기쪽으로 가다가 다른 서가에서 발견한 책.   이 책은 휴대폰 메모앱 속 대출 목록에 들어가 있던 것. 미술에 관한 책은 요즘 하도 많이 읽어서 그만할까 하다 선 채로 몇 장 넘겨보니 널리 알려지진 않았으나 작가가 사랑하는 화가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같이 대출했다.  집에 와 차페크의 책을 읽다가 키들키들 (이름이 무척이나 심각해 -카프카만큼- 난 이 작가가 어렵고 난해한 글을 쓴 작가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 2024. 4. 28.
토마토는 마트에서 사 먹기로 10번 안짝은 절대 아닐만한 사람이 1번 사람 장바구니를 들여다 보며 말했다. - 토마토는 한 사람당 하나씩 사야하는 거 아니예요?1번이 대답했다.- 하나는 그냥 토마토고 하나는 방울토마토예요.- 어쩃든 토마토고 오늘 들어온 게 그거 딱 두갠데 두개 다 갖고 가시면 어떡해요? 이쯤에서 매장 직원이 합류. 토마토는 종류 불문하고 1인당 한개씩이라고 정리. 그때 4번이 등장 -그렇다면 그 토마토는 제가 사야겠네요. 아까 저 사람 뒤에 제가 줄 서 있었거든요.(사실이 아님, 말한 사람은 4번째로 줄을 섰고 내가 3번이였다. 나도 토마토를 사려고 왔지만 이 당황스런 시츄에이션에 그냥 가만 있었다)이 바람에 대충 10번이 4번에게 토마토를 건네줘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느닷없이 2번이 등장.(붙여 설명을 하자면 .. 2024. 4. 25.
좋아하는사진 저 사진 속엔 내가 좋아하는 게 많다.조용한 저녁, 책상, 잔뜩 꽂힌 펜, 빨간 스탠드, 떡볶이, 아들 사진, 스케줄표, 맥주 그리고 빅뱅이론. 완벽하다! 2022. 3. 19.
걷는다는 것 난 걷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다행히 잘 걷는다. 달리기는 젬병이지만 걷기는 잘해서 어제 같이 산책나갔던 남편은 넌 걷는 속도나 달리는 속도나 똑같다는 말도 했다. 음~~ 뭐, 비슷하지. 고등학교 시절 백미터 달리기 결승선에서 속도를 측정하던 체육 선생님이 나더러 다음부턴 뛰어오.. 2020. 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