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그래봐야 금숟가락은 못 이겨!"
어제 동생하고 밥 먹다가 나온 얘기다.
이제 대학 졸업반인 조카 녀석이
그러더란다. 천 명 중 셋이 겨우 취직한다는 요즘, 목을 매며 준비에 열중하는 동기들 사이에서 유난해 눈에 걸리던 두 엇 동기들이 알고 보니
금숟가락을 입에 물었더라고. (영어 표현에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 한다 소린 들었는데 요즘 애들 사이에선 금수저라 하나보다) 하나는 유명
커피집이 세 들어있는 빌딩을 제 이름으로 물려 받아 관리하고 있고, 또 한 아이는 강남 큰 음식점이 걔 앞으로 되어 있더라고.
이런~~~~ 속이 아팠다.
바로 그 전날 친구랑 이 비슷한 얘기를 했었다. 우리 나이에 공통된 걱정거리는 남편
퇴직과 아이들 취직이다. 그런데 자기 남편 친구들 모임에 따라 나갔다가 들은 얘기를 내게 말해줬다. 대기업 임원으로 있다가 퇴직하는 이들의
마지막 숙제가 자기 아이들을 그 직장에 집어 넣는 거라고.
머시라? 하는 내 반응에 '이것아, 너 모를 줄 알았다'
그런다.
그러잖아도 취업 대란 혼돈 속에서 세상을 이 꼴로 만든 우리 어른이 죄인이다 하고 살고 있는데 내가 잘 모르는 저쪽
널널한 세상엔 완전 신선놀음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른 바 높은 자리에 앉았다 퇴직하는 사람들 중 취업할 나이의 아이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회사 혹은, 그룹 내 다른 회사에 당당히 자리를 내어주게 한다는 거다.
속어인줄 뻔히 알면서도 요즘 이 말을 참 자주 하게
된다.
헐~~~~~
예전 우리 남편들이 중간 직급에서 일하던 시절에도 이 비슷한 일이 당연히 종종 있었는데 류가
좀 달랐단다. 감히 무시못할 거래처나 아주 높은 양반의 친척들을 집어 넣어주는 일을 암암리에 했었다고. (그러니 낙하산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그러나 기업 오너도 아니고 직원이 아무리 높은 자리에 앉았더라도 자기 회사에 자기 아이를 이렇게 취직시키는 건 정말 쪽팔려서 (말
그대로 쪽팔려서 라고 그 친구 남편이 말했단다!) 할 수 없었다는데 요즘은 그게 특권이란다.
우린 둘 다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그렇게 취직한 아이들은 그 회사를 뭘로 볼 것이며, 같은 직원이나 상사를 또한 뭘로 볼 것이며, 무슨 이유로 머리박고 열심히 일할 것이며,
뭐하러 그 회사 발전은 둘째치고 자기 자신의 성장을 위해 노력할 것인가.
자기 직업의 달콤함을 맛 본 의사들은 자기 애들에게도
같은 맛을 보며 살게 해주려고 의전을 만들고 알쏭달쏭한 시험제도를 만들어 자기가 근무하는 대학병원에 합격시키고, 판사 검사 변호사들은 로스쿨을
만들어 자기 애들을 후배로 만들고 대기업 임원들은 또 그렇게 자기 애들에게 특권의 맛에 중독되게 하고,
얼마 전 한겨레 신문
칼럼에서 교사에 대한 의미있는 글을 읽었다. 학교 학생들은 아주 다양한데 교사들은 예전과 달리 좋은 학교, 좋은 환경, 좋은 스펙을 가지고
반듯하게 임용고시에만 열중하다 온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들이랑 너무나 다른 처지에 있는 학생들의 행동이나 반응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교사 노릇을 아주 힘들어 한다고.
참으로 안타깝게도 교사와 마찬가지로 의사나 판, 검사 변호사들도 아주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그런데 자기가 자란 환경와 너무나 다른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기는 커녕 들여다 본 적이나
있을까.
갑자기 나랑 그 사람들의 세상 사이에 견고한 금이 좌악~~ 그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친구랑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긴 통화를 끝낼 참인데 얘가 실실 웃으며 물었다,
얘, 너 어디 아는 높은 사람 없냐?
소리 지를 밖에,
야!
놀리냐!
도대체 이노무 세상이 어디로 가려고 이러나.
한숨이 계속 나오다가도 느닷없이 다른 생각을 한다. 옛 로마 시대에도
이런 낙서를 했다는데 원래 세상이 이런 건가?
낙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