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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우란 여사 첫 출품작 <석란>

by merlyn 2015. 7. 11.



 






 

 우란 (又蘭) 여사 즉 나의 친정 엄마가 드디어 첫번째 공식 작품을 완성하셨다.
 경기도에서 주최하는 전시회에 내느라 봄부터 두 어달, 엄마 표현에 따르면 죽을 똥 살 똥 연습하셨다고. 심사비만 내면 입선은 무조건 시켜주는 거라 손사래를 쳤지만 참 잘 그리셨다. 스무 명 남짓 학생 중 네 명만 출품하라 권유 받았고 그 중 엄마가 제일 잘 그렸다고 박수를 받으셨다고. 작은 연습지에만 그리다가 커다란 전지에 난의 균형을 잡는 게 아주 어려웠다신다.
 
 딱 2년 2개월 만에 저 정도 그리셨으니 좀 더 일찍 했더라면 음음~~~~ 울 엄마 인생이 달라졌을까?
 내 인생이 달라졌을 지도!  엄마 그림 판권은 내가 몽땅 갖고 있다. 하하하~~~~ 처음 사군자 시작하셨을 때 평생학습관까지 기사 노릇하는 큰딸에게 그만 마음이 약해져, 5대 5로 나눠갖자는 내 제안을 마다하고 전부 너 가져라 하신 덕에 엄마 그림은 다 내 차지다. ㅎㅎㅎ 그래서 전시회 끝나고 돌아 온 그림을 내게 가져다 주셨다.
 
 우리 집 거실 벽에 걸어 놓으시고야 '내가 봐도 괜찮게 그렸다' 비로소 자찬을 하셨다. 동생은 옆에서 '언니 집 품격이 확 올라갔다'고 난리고. 그래봐야 너 10 프로도 안 떼어 줄꺼다, 침 흘리지 말아라~~ ㅎㅎ


 
p.s. 혹 우란 여사 난 치는 솜씨에 반해서 그림을 소장하고 싶다 하시는 분은 제게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독점 판매라 부르는 게 값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블로거 분들껜 특별 할인가로 드립니다요. 하하하하하~~~




  디페쉬모드 2015/07/13 16:08
  미술사조에는 문외한이라서 평가는 고사하고 그냥 감탄만 합니다.
단색의 수묵화는 그 표현이 참 어렵다고 하는 데 어머님게서 상당한 취미를 가지셨습니다,부러워요.

전 에드워드 윌슨의 지구의 정복자로 알게 됀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가끔 봅니다.
책의 표지로 간접체험이지만 긴장감이 잘 풀리는 듯 해요.  
  merlin 2015/07/14 08:58
  설렁 그림만 봤었는데 제목이 무척 심오하네요. 자세히 들여다 보니 부처님도 계시고 아담과 이브도 있고.
전 고갱의 왼쪽 얼굴이 담긴 자화상을 참 좋아합니다. 언젠가 전시회가 있을 때 한참 서서 들여다 봤었지요.

겸사겸사 엄마랑 저녁 먹고 들어왔습니다. 먹에는 다섯가지 농도가 있다 하시네요. 그걸 잘 표현해야 좋은 그림이 된다 하셨어요. (제가 친구들에게도 카톡으로 막 뿌린 터라) 다들 깜짝 놀라며 잘 그렸다 하더라 했더니 넌 창피하게 뭔 그런 짓을 했냐 시면서도 무척 즐거워 하셨습니다. 늙음에 마음 시려하는 울엄마에게 좋은 위로가 되겠지요?  
  queen314 2015/08/08 23:58
  농묵(濃墨) : 짙은 먹빛
초묵(焦墨) : 숯처럼 까칠한 먹빛,
중묵(中墨) : 중간색의 먹빛,
담묵(淡墨) : 옅은 먹빛,
청묵(淸墨) : 맑은 먹빛
을 5묵법(五墨法) 이라고 합니다.

그외도 먹 쓰는 법에 따러 번지는 발묵(潑墨), 농담을 겹쳐넣는 파묵(破墨) ....
적묵법, 갈묵법, 조묵법, 습묵법, 비묵법 등 등등등 등.....

농묵 담묵은 물론 갈묵과 파묵, 적묵의 기법을 조화롭게 쓰시는 걸 보니 우란 여사는 묵법에 벌써 통달하신 것 같습니다.

난의 향기가 여기까지 풍기는 군요.  
  queen314 2015/08/08 14:38
  자화상을 그리신게 아닐까요 ?
 
  queen314 2015/08/08 14:47
  그림이 작아서 글자를 읽을 수 없어 복사 확대해 보았지만....
정확하게 읽을 수는 없었습니다.
"밀곡유정 ** 우란 * 지" "비밀 계곡에 정갈함 있어 *** 또하나의 란**"
뭐 이런 뜻 같은데....
 
  merlin 2015/08/08 22:22
  아이구 복사 확대까지 하시다니!
몰론 그림에서 보이는 일면이 있긴 하시지만 자화상이라 하기엔 .....
언젠가 답글에 쓴 적이 있습니다. 엄만 秋湖, 즉 가을 호수가 딱 어울리는 것 같아 그렇게 짓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우란을 주셨다고. 우리 삼남매가 완전 갈갈~~~ 가을 호수라니 하하하~~~~ 하는 바람에 버럭 하셨어요. 성정이 종종 울퉁불퉁하셔서요.ㅎㅎㅎ 뭐 이젠 예술가니까 하고 봐드릴려구요.

空谷幽貞之禾라는 글 밑에 엄마 호가 있는데 음음~~~ 제가 알 리가 없지요. ㅎㅎ
내일 엄마께 물어보고 알려드리겠습니다.
 
  queen314 2015/08/08 23:13
  빽빽할 밀(密)자가 아니라 빌 공(空)자 였군요...
(空谷幽貞之禾) 빈계곡에 피어난 그윽하고 단정한 줄기....又蘭......
그런 뜻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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