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래처로 출근한다더니 데려다 줬음 했다. 남편 운전면허증은 장롱 속에 있다. 그러잖아도 바빠 죽겠는데
그냥 택시 타고 가면 회사에서 다 내주는걸 내 기름값은 안 주면서 투덜투덜~~ 설겆이 하다말고 겉 옷만 걸쳐입고 차를
몰았다. 서부 간선에 환장한 내비 때문에 뻔히 코앞에 있는 곳을 둘러둘러. 20분이면 될 거리를 40분이나 걸려 겨우 도착해
남편을 내려주고 돌아섰는데 길은 또 막히고 진입로를 놓쳐 다시 빙빙 돌게 되어버렸네. 꾸욱 눌러 참았던 울화가 마구 터져
나왔다. 그냥 택시타고 가면 좋았잖아, 운전은 죽어라 안 하려고 하면서 옆에 앉아 가는 건 왜 이리 좋아해. 금쪽같은 한 시간 그냥
날렸네, 집에 가자마자 또 뛰어야되잖아. 버럭버럭버럭~~~ 짜증이 나 라디오 주파수를 이리저리 돌리다 김창완씨 음성에 딱
멈췄다. 전엔 참 좋아했었는데 어느 순간 꼰대 느낌이 나서 잘 안 들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기타리스트 이병우씨 목소리가 흘러 나오자나자나. 두 사람의 이런저런 얘기 끝에 나오는 그의 연주
카바티나. 아~~~~ 얼마나 좋은 지. 길 양쪽의 물든 나무를 바라보며 그냥그냥 들었다. 남편을 향한 울화도, 바쁜
일상도, 고집쟁이 내비도 다 잊어버리고.
이 길에 안 섰더라면 이 좋은 순간을 못 만났겠지. 산다는 건 이런 거다. 화나는 일에
치이나 하면 어느새 햇살이 반짝! 하는 순간을 보게 되는 것.
우리 동네
단풍
P.S 정말 좋은 연주라 여기
올려 들려 드리고 싶었는데 유튜브까지 죄 뒤져도 없네요. 꿩 대신 닭은 하기 싫으니 그냥
상상하시길.
우하하하하~~~~~~~ isshe님께서 뱃살을 후다닥 가리셨다니! 뭔 말씀을~~ 늘씬하셨던 자태가 지금도 눈에
선한대요. 뱃살하면 바로 제가 후다닥 가려야 하지만 그게 감춰지지도 않네요. ㅠ.ㅠ 잘 지내시지요? 독일의 가을은 우울하다 하는데
isshe님은 항상 반짝반짝 하시는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