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멀린 달리다
by merlyn
2013. 10. 24.
난 체육과목 지진아였다.
체육시간만 되면 진짜 꺼지고 싶었다. 땅 속이든 쥐구멍이든.
그땐 왜 그렇게 달리기를 많이
했는지.
뛰기만 하면 꼴찌. 급기야 '멀린아, 담부턴 제발 뛰어서 들어오너라' 하는 선생님의 친절한 충고까지 들었다.
줸장~~
(그래서 아들이 중학교 체육과목에서 전교 1등을 했을 때 과거급제보다 더 좋았다. 집안의 경사로고~~)
운동의
공포도 떠나간 지 오래. 날마다 집으로 휘트니스 센터 전단지가 들어와도 흥흥 했었는데
요즘 난 두달 반 째 열운 (열공이 아니고)
중이다.
하하하하하~~~
국민건강공단에서 대사증후군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센터라는 곳에서 무료로 운동하게
해준다.
일 때문에 갔다가 호기심에 덜렁 테스트를 받고는 등록이 되어버렸다.
일주일에 세 번 나오라는 시간표를 받고 돌아오면서 무지
후회를 했다.
대체 뭔 짓을 한거야. 궁금한 건 못 참으니 매사 이 모양이지. 모험 정신이 강한 건 좋은데 이제
어쩔꺼냐?
뭘 어쩔 도리가 없어 그 다음 주 부터 그냥 나갔다.
스무명 쯤 되는 회원들 대부분, 상황에 맞게 50대
아줌마들이였고 1시간 20분 운동을 한다.
15분 준비 운동을 전문코치가 해주고 30분은 자전거를 타거나 런닝머쉰을 타고
20분은
자율운동. 또 15분은 코치가 정리운동을 해준다.
처음엔 겁이나 낑낑거렸는데 이게 참 신기했다.
운동지진아 멀린이 자세가
좋다는 거다.
코치가 한 번 딱 가르쳐 주면 고대로 아주 잘 따라한다.
그리고 뜻밖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내 몸이 제법 유연하고
견디는 힘도 강해 다른 사람들이 후덜덜~~하며
힘들어할 때도 씩씩하게 잘 한다. ㅎㅎㅎㅎㅎ
한쪽 무릎이 아프다 하니 자전거만 타라고
해서 지겨운 걸 꾹 참고 페달을 돌리는데 곁에 아줌마가
내 페달 밟는 게 다른 사람들하고 다르다고 칭찬을 해줬다.
밖에서 자전거
오래타서 그래요 하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기분 아주 굿~~~
학교 다닐 때 죽자고 빼 먹을 궁리만 했던 내가 운동시간에 개근
중이다. 이럴 수가!
게다가
지난 월요일, 드디어 런닝머쉰에서 뛰었다.
두달 전 잠깐 뛰었을 때 무릎이 아팠는데 그 사이
두둑해진(ㅠ.ㅠ) 허벅지 덕인지
그런대로 뛸만 했다. 음하하하하~~~
조금 잘 한다는 게 꽤 괜찮은 동기부여가 되는
거구나.
학교 다닐 때도 여러가지 프로그램으로 체육시간을 보냈더라면 좋았을 것을.
덕분에 저녁이면 꾸벅꾸벅 조는 일이
생겼지만
이제 쬐끔 티가 나는 이두박근 삼두박근을 가족한테 마구 뻐기며 자랑하는 게 재밌다.
하나 더,
그 말 많던
복지라는 거. 받아보니 참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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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2013/10/2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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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시간 지진아? ㅎㅎ
그제 회사 후배하고 한잔하면서 나눈 얘긴데. 중학생 아들녀석이 운동을 싫어 한다며
걱정하더군요. "10대 근육과 체력이 2~30년 가는 건데..." "나도 싫어했는데 살아보니 그렇더라구" 하데요.
저, "뭐
철들고 넘어 열혈 운동가가 될 수도 있지... 걱정마라. 다 지 알아서 한다. 너 닮은 거라며"라고 했더니
"형이 말한 운동은
스포츠인거지? ㅋ" 하며 되묻더군요. 저, "그래 스포츠, 무브먼트말고 체육!!" 이러면서 낄낄거린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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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13/10/2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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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일하던 곳 후배가 당시 유행하던 채팅을 했답니다. 한참 문답이 오고가고~~ 음 이 남자 느낌이 괜찮은데 싶어 뭐
하는 분이세요 하고 물었더니 운동한다 하더래요. 와! 이럴 수가! 하고는 어디 소속이세요? 했더니 oo 채육관이더라는.
ㅋㅋㅋ
제 아들놈도 진짜 둔했거든요. 그런데 자꾸자꾸 늘더니 이젠 운동 잘 해요. 기다려 보라 하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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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섬 2013/10/27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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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도 춤추게한다! 그래도 멀린님은 자전거 타시니까 운동 지진아 아니에요 ㅠㅠ 제가 정말 운동 지진아에요.
20명이 뛰면 20등, 30명이 뛰면 30등하는 ㅠㅠ
암튼 운동 꾸준히 한다는게 정말 쉬운일이 아닌데 장하십니다!! 꼭꼭 계속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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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13/10/2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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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제가 달리는 걸 보셨더라면 섬님이 위로를 받으셨을텐데 말입니다. 다리는 저만치에, 머리만 앞으로~~~
ㅋㅋㅋ 그니까 자전거가 좋더라니까요. 어쨋든 머리와 다리가 같은 속도로 나아가니까요.
정말 그 작은 칭찬이 제 몸을
바꿔버렸습니다. 엘리베이터 기다릴 때도 마트에서도 스트레칭~~~ 사람들이 웃든지 말든지 열운! 중이랍니다. 섬님도 나중에 여유가 생김
도전해보세요. 저도 하잖습니까!
근데 아주 오랜만에 뵈요. 잘 지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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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n314 2013/10/30
01: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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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운동은 젬병이죠. 대학때 스카이다이빙 한것도 그 컴플렉스를 이겨내 보겠다는 몸부림이었는데.... 아니나
달라...지상훈련 받는 동안에 지진아 노릇을 톡톡히 했고 마지막 테스트에서도 낙제를 하여... 첫점프에서 제외될 뻔 했습니다. 연속
3회를 성공시켜야 하는 것이 지상 훈련 최종 테스트인데... 지상탑(막타워)점프를 두번 연속 을 다섯번이나 했는데도 결국 세번 연속은
못했거든요. (같이 훈ㄹ현을 받은 동료들은 대부분 첫번에 내리 3회성공...) 불쌍히 여긴 점프마스터(전에 말씀드린 이준위)가 내가
책임질테니 내비행기에 타라 해서...... 겨우 첫점프를 하게 되었는데.... 점프를 마치고 점프마스터의 평가를 받는데...."내가
입대까지 본 첫점프 점프자세 중에서 제일 모범적이었다."고 극찬을 해 준겁니다. 그 이후로는 모든 과정을 기록을 세우며
패스했습니다. 배꼽줄 뗄 때도... 4,500 피트 강하... 7,600 피드 강하 12,500 피트
강하... 스타릴 점프.... 에큐러시 점프... 점프 마스터 세컨 점프 마스터
퍼스트... .... 하하하 그래도 지금도 운동 컴플렉스는 그대로인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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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13/10/3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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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운동은 젬병이다 하셨길래 동지를 얻었구나 했었는데 온통 자랑이시잖아요! 버럭버럭~~~ 이렇게 약오를
수가. 제가 꼭 해보고 싶은 것중 상위순위에 번지점프와 스카이다이빙이 있어요. 스카이다이빙은 단독은 언감생심, 그냥 붙어서라도
뛰어내리고 싶은데 이렇게 자랑을 하셨으니. 운동 컴플렉스 얘기는 안 믿을랍니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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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n314 2013/10/31
23: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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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함께 뛰면서 앞사람의 탯줄(스태틱 라인...낙하산 팩의 립코드 콘에 묶어서 비행기에 걸고 뛰면 낙하산 이 펴지게 하는
줄)을 뒷사람의 가슴에 매고 뛰면 뒷사람이 립코드를 당겨 낙하산이 펴지자 마자 앞사람 낙하산도 펴지게 하는 점프 방식이
있답니다.
그런식으로 멀린님 소원을 풀어드릴 수 있를 지 모르겠네요. 지금이라도 한 5 번만 점프하면 옛날 처럼 해볼 수
있을것 같은데....
이번 여행에서도 필리 가는 고속도로에서 택사스에서 세스나 147을 트레일러에 싣고 주차장에 들어온 털북숭이
다이버를 만났는데.... 요즘에는 라인 달고 하는 탠덤 점프는 잘 안한다고 합디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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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13/11/0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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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점프예요. 완전 프로가 저를 앞에 매달고 뛰어내리는 것. 그럼 걱정일랑 그 양반이 할테고 전
아~~~~~~~~악~~~~~~~ 소리 지르며 신나하기만 하면 될 것 같아요. 더 나이들기 전에 해봐야할텐데, 번지점프는 뉴질랜드 다리위에서
하고 싶은데 그러자면 우선 바다 건너가야할테고. 에구구~~ 언제나 가려나. 퀸님 어디서 5번 점프하세요. 그 다음은 저 매달고
뛰시구요. 이런 말씀드림 사모님께 저 혼나겠지요. 그 위험한 걸 부채질하다니 하구요. 취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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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울 2013/10/31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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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란 게 은근히 중독성이 있답니다. 제일 중요한 게 40대 이후로부터 빠지는 근력입니다. 40대 이후부터 근육량이 10년에
10%씩 줄어든다고 생각하시면 된답니다. 그 빠지는 근육량을 맞춰주는 근육 운동이 필요한거죠. 근육량이 줄어버리면 직접적으로 관절에 무리가
가기때문에 나이가 들면 관절이 더욱 퇴화하는거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그리고 운동 전에 중요한 게 몸의 균형입니다.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운동을 하게되면 계속 무리가 가니까요. 자전거는 이 두가지를 다 잡아줍니다. 무릎 관절에 영향을 덜 미치면서 몸의 균형을 잡아주니까요.
흠냐흠냐...헬스 트레이너처럼 얘기해버렸네요...ㅋ 저번에도 이런 댓글을 달았는거 같은 어렴풋한 기억이...
건강함이 최고입니다. 정신과 육체의 오늘 헬스장에 가서 처음보는 아가씨가 있기에 죽도록 다리근력 운동 했네요...쩝 에구구
다리 댕겨...ㅜㅜ 절대 무리한 운동은 금물인뎅...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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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13/10/3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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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쉬~~~ 무대에서 운동공연(?)을 해보신 분의 조언이 다르네요.ㅎㅎ 사실 다른 것도 그렇지만 무릎이 아픈 건 많이
겁이 났습니다. 늙어 못 걸으면 어떡하나 싶어서 우짜든 길을 찾아야겠다 했는데 이렇게 걸려들었지 뭡니까요.ㅋㅋ
전 엊그제
테스트를 다시 받았는데 기대와는 달리 몸무게, 체지방, 근육량이 시작할 때랑 거의 똑같이 나와 멘붕 상태 ㅠ.ㅠ 그런다고 쭈구러들
제가 아닌 지라 허벅지 알통을 쓰다듬으며 심기일전 다시 도전 중이예요. 결과 때문인지 자전거 부하를 50%난 올려버려 오늘 자전거 타다가
졸도할 뻔 했답니다. 북한산 인수봉을 자전거로 오른 거 같아요. 황새울님 처럼 눈이라도 즐거울 멋진 근육남 코치라도 있었음 좀
나았을텐데. 저도 진짜 다리 땡겨요. ㅠ.ㅠ 그죠그죠 무리한 운동은 안되는 거지요? 코치한테 말해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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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청 2013/11/0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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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아...ㅋ 저는 너무 싫어서 얼굴이 누렇게 뜰지경으로..ㅋ 체육선생님께서 가서 벤치에 앉아있으라고 하셨던
기억있네요ㅎ 운동장을 돌기도 전에 질려버렸을 뿐인디.. 후로는 생리통이라고 눈 동그랗게 뜨고 또박또박 말했더니, 체육선생님이 오히려
발그레해서는 벤치를 가리키며 고개를 푹 숙이고..ㅋ 근디..저는 시방도 영~ 그래요. 고추나 따고, 배봉지나 싸라믄 손가락에 마법이
걸리지만.. 배드민턴 30분 치고 병원에 가서 링거 꽂고, 기가 막혀서 한숨 푹푹 쉬는.. 완벽한 복지국가! 복지낙원!
흐미...실한거~ 하며 살믄 참 좋것지융? 참 좋을텐디...쫌 맛만 보며 살잖유..감질나겡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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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13/11/0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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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하~~~~ 전 소원이 조례시간이 쓰러져 그노무 학생지도 꼴 안보는 거랑 체육시간에 비실비실해져 너 저기 가있어
이소리 듣는 거였습니다. 진짜 좋으셨겠어요. ㅠ.ㅠ
제가 달리기 다음으로 싫어하는 것이 배드민턴입니다. 원래가 뭘 따라다니는 걸
싫어하는데 그 공인지 깃털인지가 제 라켓에 딱 와서 붙는 법이 없으니 맨날 이리저리 줏으러 다녀야하잖아요. 아이구 생각만 해도 피곤합니다.
여기 나가 운동하면서 그동안 내가 낸 뼛골같은 보험료가 조금 덜 아까와지더라구요. 그냥 뺏어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내 건강에 신경을 써주는 구나 싶어서 말입니다. 요 만큼에도 감동할 판인데 좀씩 나눠가지면 좀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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