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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사리

by merlyn 2009. 8. 17.


한겨레 블로그에서


토요일.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눈에 뭐가 들어갔는지 따끔따끔했다.
뭔지 잘 빠지질 않아 남편더러 봐 달랬더니 아래 눈꺼풀에 노란 빛이 도는 뭐가 있단다.
옆으로 누워 식염수도 흘려 넣고 인공누액도 넣어보고
별짓을 다 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토요일 오후라 병원도 닫았고 가만 있으니 괜찮은 거 같기도 하고.
어쩌나 고민하다 저녁에 아버지 당번하러 가야하니
거기 응급실에나 들려봐야지 했다.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에 들어가 얘길 했더니
젊은 의사 선생님이 내 눈을 들여다 보고는
"어! 여기 뭐가 들어갔네"하면서 소독한 거즈를 가져다 닦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빠지지도 않고 얇은 눈꺼풀 안쪽을 비벼대니 무지 아프기만 하고. ㅠㅠ
몇번을 해도 안되니까 가까운 대학병원에 가보란다.
에휴~~~
 
마침 월요일이 안과 정기검진 가는 날이라 그냥 그날까지 버티자하고 주말을 보냈다.
(사실 이 정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눈이 아픈게 뭐가 들어가 그런 건지
거즈로 하도 문질러 그런 건지 아리까리했다)
난 망막에 이상이 있어 3개월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가야하는데
의사 선생님에게 그 얘길했더니 들여다보고는 사진을 찍어 보여주셨다.
저게 뭬야?
황금색 반점같은 게 제법 크게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그게 결석인데 그냥 놔두면 빠지니까 억지로 뽑아낼 것까진 없고
결막에 상처 안가게 인공누액을 넣으라신다.
눈에 갑자기 뭐가 들어갔다는 건 다른 것 같고 이건 생긴 지 꽤 된거라고.
신장결석에 요로 결석은 들어봤어도 눈에 그런 게 생긴다는 건 금시초문이었다.
 
별껄 다하네~~ 씨부렁거리며 집에 돌아와 남편하고 아들에게 버럭했다.
"이 사람들아~ 속 좀 그만 썩여라. 이젠 눈에서 황금사리가 다 나오네"
 
아들 둘 둔 어떤 엄마가 그랬단다.
"얘들아, 이 다음에 엄마가 죽걸랑 꼭 화장을 하여라. 틀림없이 사리가 한 무더기
나올터이니 그걸 보거든 우리 땜에 울 엄마가 도를 닦으시다 만들어진 사리구나 하고
엄마를 불쌍히 여기거라"
 
태평스런 아들놈은 '엄마 그거 나오면 모아서 팝시다, 금값도 만만치 않은데' 하고 있다.
이런~~~
 
P.S. 그런데 이 결석이 도대체 어떻게 저절로 나온다는 건지 못 들었다.
어느 날 그냥 눈에서 툭 떨어질라나?  에휴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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