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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에서 가져옴

생각해보면 말이다

by merlyn 2011. 9. 17.




이렇게 될 줄 몰랐을까?
아니, 알았지만 '이거'라는 게 '이런' 걸 줄은 몰랐던 거지.
어른이 되면 뭐든 잘 알고 해결도 하고 때때로 막히더라도
최선을 다할 여지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지지한 어른은 알기는 커녕 목 죄고 앉아 한숨만 쉬고 있다.
 
내게 준비된 건 뭐가 있는 걸까.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이렇게 커질 동안
난 익숙하고 편안하고 흔들림없는 자리에 앉아 입만 놀린거지.
 
난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다.
그래서 아프고 미안하고 힘들다.
나 자신에게.
 
사실 십 여 년 전,
나름 준비를 했었다.
버스를 갈아타며 멀리 절에도 다니고
열심히 영어 공부도 하고
현실적인 대비책도 기웃기웃.
그러나 항상 그렇듯 내게 문제는 사람이다.
그건 참 해결하기가 힘들다.
 
내가 묶인 걸까
내가 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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