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의 <행복한 책읽기>에는 어느 시인과 나누는 흥미로운 대화가 있다.
일상의 자잘한 즐거움을 털어놓는 제자이자 시인의 말을 듣고 김현은 이렇게 적는다.
“그는 갈수록 깔끔해지고, 선생다워진다. 나는 그런 그가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남들이 다 병들어 있으면, 아프지 않더라도, 아프지 않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것은 좋지 않은 것이
아닐까?
그러나 여하튼 아픈 것보다는 아프지 않은 것이 더 낫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브레히트, < 살아남은 자의 슬픔>
한겨레 신문 6월 1일자 <오길영교수의 크리틱> 에서 따옴
도시에서 살다가 귀촌해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방송에 나와 '서울에 가면 숨막혀 주겠다' 하거나 '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서 어찌 사냐' 하고 말하는 걸 종종 듣는다.
멀쩡히 앉았다가 느닷없이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기분이 되어버린다.
좋은 거 다 알아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도 많다.
깊은 뜻이 담긴 글을 읽으면서 쪼잔하게 이런 생각 밖에 못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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