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의 기초> 45쪽에서

by merlyn 2013. 4. 3.




아침에 텔레비젼을 틀었더니
웬 서양남자가 강의하는 게 실시간 동시통역으로 나오고 있었다.
어! 저 남자 어디선가 본 듯은 한데, 베르나르 베르베르랑도 비슷하게 생겼고.
그리곤 잠깐 '오늘은 어제 읽던 책을 마저 다 읽어야겠다' 생각했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은 별로였는데 <사랑의 기초>는 아주 재미있게 읽고있다.
이 생각을 하자마자 화면에 자막으로 알랭 드 보통이라는 이름이 뜬다.
아~~ 저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구나.ㅎㅎㅎ
 
 
 "우리가 남편이나 아내로부터 듣는 비판들은 대개 고통스럽지만 진실이다. 싸우다가 한껏 열이 오르면 우리는 종종 다음과 같이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려 애쓴다. 친구들 대부분 (나의 입장에 공감하며 이 장면을 지켜보리라고 상상하는 사람들)이 나는 원래 참 좋은 사람인데 이렇게 죽자고 싸우는 이유는 오로지, 하필이면 바가지 긁은 저런 인간과 결혼한 탓이라고 여겨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암울할 가능성이 높다. 내 친구들은 나의 성격적 결함을 굳이 지적해줄 정도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뿐이다"
 
난 이 사람이 내 친군 줄 알았다.
'바가지'를 '내 속을 박박'이라고 바꾸기만 하면 딱 내 얘기네. 하하하하하~~~
 
 

  queen314 2013/05/04 00:53
  히히히히  
  merlin 2013/05/04 10:37
  역시 퀸님께서도^^ ㅋㅋㅋㅋㅋ  
  오후에 2013/05/08 17:20
  참 아픈 얘깁니다.
고통스럽지만 진실......  
  merlin 2013/05/09 08:27
  에이~~ 다른 분이면 몰라도 오후에님이.
그렇게 알콩달콩, 절대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사시는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니
별로 믿기지 않습니다.  
  디페쉬모드 2013/05/09 12:34
  그게 한참 전인데 보기드문 이조시대 양반의 미이라가 발견되었습니다.
이게 더 화제가 된 것은 그 양반을 감사고 있던 두루마기도포에 한시 때문이었지요.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안나는데 "하늘 아래 우리만큼 절절하게 서로 사랑한 이들이 있을까요? 너무나 그립습니다..."
참 애절한 부인의 시였지요.
있을때 잘해야 겠어요.  
  merlin 2013/05/10 09:03
  저도 읽었는데 와~~ 하고 감탄했었어요.
어느 시대나 애틋한 '사랑'은 있음을 실감^^
전 어른들이 사랑이 밥먹여주냐 하고 비아냥 하는 걸 참 싫어했었는데
어른이 되고도 한참된 요즘 그렇게까진 아니지만 과연 변치않은 사랑이 있기나 한가 싶어요.
이미 식어버렸지만 그럼에도 간직하여 애쓰는 거 그게 사랑일까요?ㅎㅎ  
  queen314 2013/05/10 08:55
  원이 아버지에게

당신은 언제나 저에게 둘이 머리가 희어질 때까지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찌 저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저와 어린아이는 이제 누구 말을 듣고, 누구를 의지하며 살라고 먼저 가십니까?
당신, 저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오셨나요?
저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저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당신은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잊으셨나요?
그런 일을 잊지 않으셨다면 어찌 저를 버리고 그렇게 가시는가요?
당신을 잃어버리고 아무리 해도 저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빨리 당신 곁으로 가고 싶습니다. 어서 저를 데려가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는 잊을 수가 없어요.
이 서러운 마음을 어찌할까요? 이제 이 마음을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할까요.
어린 자식을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아갈 날을 생각하니 아득하기만 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제 꿈에 와서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queen314 2013/05/10 08:57
  어째서 그토록 서둘러 가셨는지요? 어디로 가고 계시는지요?
언제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는지요? 우리는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지요?
어떤 운명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하셨지요?
우리 함께 죽어 썩더라도 우리는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지요?
저는 그 말씀을 잊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편지를 써서 넣어드립니다.
당신, 제 꿈에 오셔서 우리 약속을 잊지 않았다고 말씀해 주세요.
어디에 계신지,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지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당신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이 있다고 하셨지요?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을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시라는 것인지요?
아무리 한들 제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 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제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를 자세히 보시고 제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씀해 주세요.
저는 꿈에서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아무도 몰래 오셔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습니다.

- 병술년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

https://t1.daumcdn.net/blogfile/fs7/33_blog_2007_09_19_21_20_46f1141298b3e?x-content-disposition=inline&filename=서신.jpg  
  디페쉬모드 2013/05/11 07:35
  참 곱고 애절하네요.....


근데 실천은 잘하고 계십니까요??  
  merlin 2013/05/10 09:05
  어머나, 이렇게 전문을 올려주시다니.
고맙습니다. 애쓰셨겠어요.
종이 여백에까지 이리저리 돌려 쓴 걸 보니 그 애틋한 마음이 더 간절하게 전해져오네요.
저도 나중에 꿈에서라도 보고싶은 남편, 아내로 살아야하는데 그게그게~~ ㅋㅋ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걷는다는 것  (0) 2020.02.18
머리에 구멍이 송송  (0) 2015.04.10
<자클린드 뒤 프레, 예술보다 긴 삶> 캐럴 이스턴 지음  (0) 2010.06.27
주교의 새 그루터기라~~~  (0) 2010.02.14
[보노보 찬가] 조국  (0) 2009.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