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들은 다 잠들었는데 혼자 앉아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 Finding Forrester>를
봤다.
세 번째인가?
처음 봤을 때, 주인공 자말이 쓴 털모자가 정말 이뻐 '아! 나도 저런 모자 갖고 싶다 싶다~' 했지만

바로 이 모자^^
당시엔 이런 모자 쓰는 일이 그리 흔치않아 그저 희망사항이었을 뿐.
그런데 몇년 있다가 뺨이 토실토실한 막내 조카가 딱 저렇게 생긴 모자를 쓰고 왔는데 정말 귀엽고 예뻤다.
와! 이거 떙 잡았다 싶어
"준엽아, 고모 그 모자 한 번 써봐도 돼?" 했더니 얼른 벗어줬다.
신나서 머리에 뒤집어 쓰고 "어때?" 하고 얼굴을 디밀었는데.....
눈이 왕방울만하게 커진 녀석은 얼른 내게 가까이 오더니 누가 들을 새라 확 낮춘, 그러나 아주 간절한
목소리로
"고모! 절대로, 절대로 그 모자 쓰지 마세요,
절대루요" 이랬다.
도대체 내 모습이 어떻길래 여섯살 짜리 녀석이 그리 기겁을 할까.
그땐 녀석 놀라는 모습에 차마 거울을 보지 못했는데
매년 겨울이 되면 마트에 갈 때마다 저런 모양의 털모자를 골라 죄 써보며 킥킥거리곤 한다.
이뿌기만 한데~~ 하면서. ㅋㅋㅋㅋㅋ
어쨋거나 몇 번을 봐도 참 좋은 영화다.
"가족의 상실은 가족을 얻게 한다. 한 핏줄이기에 가족이 아니라 가족이기에 우린 한
핏줄이다"
(영화 속 자말의 글에서~)
한때 난 꿈꾸는걸 포기했었다. 실패가 두려워서, 심지어는 성공이 두려워서.
네가 꿈을 버리지 않는 아이인 걸 알았을 때, 나 또한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되었지.
인생의 겨울에 와서야 삶을 알게 되었구나.
네가 없었다면 영영 몰랐을 거다.
(영화 속 윌리엄 포레스터의 마지막 편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