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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선비의 손가락이라

by merlyn 2012. 7. 2.

 
<윗부분 생략>

육하원칙의 제약이 상대적으로 심한 사건 기사에 비해 문학 기사는 한결 자유롭고 편안했다. 그럼에도 ‘언젠가 내 글을 써야지’ 하는 생각을 버릴 수는 없었다. 1989년 12월31일로 그는 한국일보사를 그만두었다.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더러운 80년대”와 작별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5월 광주의 피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80년 8월 하순에 전두환 장군을 찬양하는 기획 기사를 썼던 그였다.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을 때의 각오가 무색하게 1년 뒤 “쌀이 떨어지자” 그는 다시 언론사에 들어갔고, 그 뒤로는 이 신문 저 잡지를 들락거리며 <시사저널> 편집국장을 지내기도 했다.
 
<중간 생략>
 
<난중일기>와 <무예도보통지>에서 배운 ‘무인의 문장’을 그는 원고지에 연필로 꾹꾹 눌러 새기는데, <한겨레> 사건 기자로 마지막 언론사 근무를 했던 2002년 그는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기사를 쓰고자 시도를 해 본 적이 있다. 삼렬횡대로 된 자판의 가운데 열에 있는 자모만으로 이루어진 ‘미나리’까지는 그런대로 수월했다. 그러나 아래 열이나 윗열에 있는 자모를 치기 위해 새끼손가락을 부자연스럽게 내뻗어야 하는 건 참기 힘들 정도로 굴욕적이었다. ‘이게 선비가 할 짓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 달 남짓 해 보다가 결국 포기하고 연필로 돌아갔다.
                                               
                                                                한겨레 신문  2012.6월 30일 자
                                                                 [토요판] 최재봉의 공간(19) 소설가 김훈의 일산 작업실 에서
 
 
 그 손가락이 그 손가락일텐데 '굴욕적'에 '선비' 운운 할 것 까지야.
 
 




  kourien 2012/07/02 21:23
  제가 눈치가 코치에다 난독증까지 있어서요,,,

손꾸락이 일반 자판크기에 비해 쪼매 짧으신 그 선비님은
바로 김훈 선비니임?? ^^  
  merlin 2012/07/03 14:12
  ㅋㅋㅋ
그 냥반 손꾸락이 마이 짧으신 모양이예요.

'왜 우린 작은 것에만 분노하는 가' 뭐 이 비수무리한 제목의 책이 있었던 것 같은데 허약한 우리들이
다 그러고 살겠지요. 그런데 허다한 사람들이 열심히 배워 두드리는 자판에 뭐에그리 거창한 단어를 갖다 부칠 생각은 했는 지 모르겠어요.

그나저나 나리타님 블로그하기 영 힘드시겠어요. 자꾸 네모도 생기고 엉뚱한 지적질(?)까지 당하시니.
블로그 담당자한테 물어봐야 종무소식일테고. 참 성가스러우시겠습니다  
  화분2 2012/07/03 05:11
  인터뷰를 보면서 '남자군' 싶더군요. 제 입으로 독재찬양했다는 잉간들이 잘 없잖아요. 거기다 씨발, 붙여가지고...^^  
  merlin 2012/07/03 15:12
  제 입에 들어갈 '쌀'을 온전히 제 손으로 벌어내지 못했으니 가장의 처절한 자조론에야 할 말이 없습니다만
선비 운운이 농이라 해도 평소 어깨 힘이 느껴져 읽는 제 낯이 뜨겁더만요.
동영상 초반 김밥 장사 이야기도 그래서 불쾌했습니다. 어딜 감히.  
  화분2 2012/07/04 23:06
  저보다 김훈을 더 잘 아신다는 느낌이...^^ 저는 김훈이 쓴 이순신관련책도 읽다가 끌리지 않아 그냥 내려놨던 터라 그냥 수많은 작가중에 하나구나 생각했지요. 하하 어딜 감히! 동의합니다  
  merlin 2012/07/05 20:07
  아이구, 전혀 아닙니다. 제가 이 작가 책을 한권도 제대로 읽은 것이 없어 이 글을 올릴때 좀 망설였어요. 평소 싫은 마음에 괜히 비틀어 보는게 아닌가 싶어서요. 한겨레 기자로 글을 쓸 때 거기 기자들끼리는 극찬을 하던데 전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어요. 재미도 없고 잔뜩 힘들어간 문체에~~~ 솔직히 웩~~ 했답니다. 동영상으로 실제 말투까지 보고 나니 더더욱~~ 입니다.
 
  queen314 2012/07/03 10:20
  나처럼 독수리 타법으로 치면....굴욕적일 일도 없을 텐데...
 
  merlin 2012/07/03 14:43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뭔 말씀을 드리려 하는데 자꾸 웃음만~~ ㅋㅋㅋㅋㅋ  
  오후에 2012/07/03 10:42
  ㅋㅋ 그 손가락이 그 손가락... <---------- 요 말씀에 저는 한표  
  merlin 2012/07/03 14:44
  또 모르지요.
책 많이 팔렸다는데 금꼬깔을 갖다 씌었을 지도.^^ 그래도 그 손가락은 그 손가락!  
  queen314 2012/07/04 08:41
  그렇게 살다가 죽으라고 하세요.....제기랄..
 
  merlin 2012/07/04 22:15
  아이구~~~ 화내지 마세요.^^  
  국화씨 2012/07/04 11:07
  공감이 안되는 굴욕...^^  
  merlin 2012/07/04 21:37
  그냥 더럽게 어려워 못하겠더라 했으면 좋았을텐데요.^^  
  화분2 2012/07/04 23:08
  의외로 자신은 프로고 보스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가장 기초적이고 넘들 다 하는 일에 어기적 거릴 수 밖에 없는 자신의 모습에 굴욕적이라고 생각을 많이 하더라고요. 교만이죠. 연습하면 다 되는 걸 연습 안하고도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하니 굴욕이죠  
  merlin 2012/07/05 20:27
  공감!!! 공감합니다.
인터뷰 보면서 이 사람은 김밥도 마음만 먹으면 좍~~ 말 수 있고, 또 손님들은 줄 서서 고마워하면서 사갈 거라착각하고 있겠구나 했습니다.  
  바다와섬 2012/07/05 18:20
  누가 좋다고 인용한걸 보고 샀던 수필집 '자전거 여행'.. 전 별로였어요. 세대차이, 약간 나이 많은 마초 같은 느낌에 이질감만 들었던... 내가 안목이 없어서 그런가? 갸우뚱하다 결국 처음 두 챕더인가만 읽고 방치해놨네요.

나이 많은 남자 작가의 글도 분명 세대와 성별에 관계없이 편안히 읽히는 글이 어디 있을텐데...  
  merlin 2012/07/05 21:33
  저 무척 궁금했었어요. '자전거 여행'이 아주 재밌다 하는데 진짜 그럴까?
아무리 생각해도 자전거가 주는 자유스런 느낌괴 작가가 어울리지 않아서 볼까 말까 망설였는데 역시 별로였네요. 제가 성질이 쫌 그래요. 아니다 싶음 손도 대기 싫어져 도서관에 있는 거 공짜로도 안 봤거든요.

이렇게 마초스러운 글을 남성적인 글이라면 칭송을 해대서 에휴~~  
  디페쉬모드 2012/07/06 13:18
  황 석영 선생이 그랬죠.
여전히 컴을 못하는 김훈을 두고...."걔가 게을러서 그래"  
  merlin 2012/07/08 20:42
  게으르고, 애쓰기 싫어 안 하면서, 나 정도는 그래도 괜찮아 하는 오만함.
자기가 자판을 두드리는 수고를 안 하면 누군가 그 수고를 해얄텐데 미얀하긴 커녕 그럴싸하게 농으로 받아치는 여유가 정말 가진(?) 자의 전형적인 배짱같아 좀 씹었습니다.  
  소영이 2012/07/08 15:52
  영상 초반 김밥장사 얘기를 괜히 넣었나봐요...;; 저는 김훈의 일산 작업실 영상을 올린 피디입니다. 영상 초반 "젊은이들을 욕하고 싶진 않아" 하고 아메리카노 커피컵을 탁자에 탁! 내려놓을때, 딱 그 모습에 이 사람 좀 보인다 생각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  
  merlin 2012/07/08 22:04
  괜히 넣으셨긴요. 안 한 애기 올리신 것도 아니고~

인터뷰 내내 불편한 얘기 투성이였습니다. 인용하신 부분도 그랬구요.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많은 것에 (환락가 속의 작업실 같은 것도) 계속 남 탓을 하더군요.
인터뷰가 가진 색깔이라는 게 참 중요하구나 느꼈습니다. 취재하러 가는 차 안의 풍경으로 이미 내용이 정해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bluegreenocean 2012/07/21 11:14
  하하하~~^^
김훈 성토장이 되었군요,
저에겐 정말이지 이런 난감한 사람 첨 봤다...그랬는데,
너무나 너무나 정말 너무나도 그의 글이 걍 안 읽히는 거에요.

칼의 노래....라는 책. 이순신 관련같은데, 가장 친한 친구가 권해서 사온건데,
속이 다쳐서 안 넘어가는 밥처럼 ....참 이상도 하다 했거든요.
나중엔 그 얼굴사진만 봐도 외면하게 되는 정말 이상한 사람...!!
이순신을 싫어하는것도 아니고, 정말 책을 사다가 놓고서 매일 부담가는 책...처음 있는 일임다.

제가 글쓰는 작가라면 괜히 좋아하는 편이고, 그만하면 미남인듯도 하니 좋아할 만도 해서 읽어줄수도 있을텐데,
누가 좀 저책을 제발 좀 훔쳐가거나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으면 좋겠다...그런 사람.
진짜, 그 덕분에 아주 희안한 체험을 하는중인데,
아마도 그가 대단히 거만하거나 그런건가....사진만으로도 거부감이 오는 남자가 다 있네..그러고 있죠.ㅍㅎㅎㅎ^^

제가 이상한건지는 모르겠지만, 헌데, 뭐, 이곳서 보니, 많은분들이 그에게 큰 호감을 갖는거 같진 않아서 저의 "정상적인 거부감"에 안도중임다~~ㅍㅎㅎㅎㅎㅎㅎㅎ^^

제가 책을 사면 한꺼번에 여러권을 두고 이날은 이거, 저날은 저거 하면서 읽기도 하는데,
이 김훈의 책을 그중에 하나로 놔두긴 했는데, 안 읽히는거에요. 정말 이상도 하다....일년도 넘은 책!
 
  merlin 2012/07/22 10:07
  ㅎㅎ
성토장을 만들 의도는 정말 없었는데 그리 되어버렸습니다.
책까지는 가보지도 못했구요, 그냥 한겨레에 쓴 기사도 정말 안 읽혀 없던 난독증이 생겼나, 사람들은 다들 좋다하는데 왜 난 이리 재미가 없나 했었답니다.
공감하시는 분들이 있어 오히려 놀랐어요. 한편 다행(?)이다 싶기도 하구요.ㅎㅎ

편견이 너무 심해 그런 가 생각했는데 인터뷰 동영상을 보고나니 그토록 칭송하던 '남성적 글'이라는 것의 실체를 본 것 같아 오래 씁쓸했습니다.

저도 책 몇 권을 기분에 따라 읽는데 요즘은 한 권에도 집중이 안되서 고전 중입니다.
책 읽기가 뭔 등산하는 것 마냥 힘들어 헉헉 거리네요.ㅠ.ㅠ
처음 뵙는 거지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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