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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인생 무상

by merlyn 2012. 3. 29.


지난 주 내내 제주도에 가 있었다.
제주도라고?
'이런! 멀린 허파에 바람이 단단히 들었구나' 하시겠다. '가족여행 자랑질한 게 언젠데~~'
ㅎㅎ
 
"외삼촌이 닥달을 하신다, 제주도 안 갈래?" 막내이모에게 이런 문자가 날라왔다.
수의 대신 잠옷을 입겠다 해서 날 놀라게 했던 바로 그 이모.
닥달중이시라는 외삼촌은 어릴 적 비겁함(?)을 울면서 고백했던 사촌동생의 아버지, 즉 나의 둘째 외삼촌이시다.
(그러고 보니 가족들 얘길 어지간히 우려 먹었다)

외삼촌은 지난 가을, 삼십 오년 일하고 사시던 곳을 정리해 제주도서 일하고 있는 아들네로 이사하셨다.
건강도 예전만 못하고 더구나 외숙모가 치매를 앓으셔서 더 이상 두 분만 사는데는 무리가 있어 내린 결정이었다.
낯설고 물설은 곳으로 가신 지 몇달이 되었지만 몸이 불편하시니 그 아름다운 제주도도 그저 그림의 떡, 내내 두문불출
집에만 계신다는 얘길 들었는데 겨우내 무척 외로우셨던 모양이다. 그러니 장소만 제주일 뿐 친척 방문인 셈.
 
그나저나 가족을 내비두고 길 떠나 본 적이 언제던가?
일탈은 빨리 저질러야지 끌게 되면 못간다. 그래서 덜렁 비행기 예약하고 후다닥 나섰다.
(말은 이리 쉽다만 일주일치 반찬 해놓느라 죽는 줄 알았다, 이건 휴가가 아니여~~)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짐 맡기고 시장으로 직행.
이모랑 둘이 굵기가 내 허벅지만한 갈치도 보고(내 허벅지가 가늘다는 게 아니라 갈치가 굵다는 것이니 잘 헤아려 들으시길) 1미터쯤 되는 방어가 수족관을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것도 보고 산더미만큼 쌓인 한라봉도 보고. 어쨋든 뭍엣사람 둘이 우와~~ 우와~~~ 하면서 유명하다는 쑥호떡도 먹고 어묵도 먹고 해삼, 전복, 멍게도 먹고!  
 
그리고 한라산을 옆구리에 끼고 훤한 제주길을 달려 나의 삼촌은 아~~~
인 생 무 상.
얼마나 반가와 하시던지 내 손을 꼭 붙잡고 내내 곁에서 안 놔주셔서 난 늦은 밤이 되도록 집에 전화도 못했다.
치매를 앓아 사람도 못 알아 보신다던 숙모는 웬걸, 날 보자마자 이 먼데까지 어찌 왔냐며 젊으셨을 때 별명대로 오드리 헵번 같은 웃음으로 안아주셨다.
 
우린 며칠 같이 밥 해먹고, 새벽 두 시까지 옛이야기로 수다도 떨고, 무인도에 갈 때 딱 하나만 골라가라면 이 영화라고 동생이 마구 거품을 문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보면서 (난 열번째, 숙모는 네번째, 이모는 두번째, 동생은 그냥 여러번, 그래도 다들 새롭다고 감탄했다)  과자 파티도 했다. (일찍 자고 제시간에 일어나면서 문화생활과는 별 상관없이 사는 남편과는 못해 본 걸 다 해봤다) 무엇보다 서로들 잘 알고 있다고 짐작했으나 실제 몰랐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래? 그랬어? 했던 시간이 정말 좋았다.
 
숙모는 영화를 정말 좋아하셔서 새 영화만 나오면 아들 손 잡고 영화관에 가셨단다. 그 뿐 아니라 아들이 중, 고등학생이었을 때도 영화보러 가겠다면 언제든 오케이! 마산서 부산까지 원정가서 본다해도 용돈을 쥐어주며 가라했다신다.
정이 아주 많으셔서 연년생 동생을 본 날 많이 돌봐주시고 말도 가르쳐주셨다는 숙모를 난 '아부시'라고 불렀다는데 내가 그 얘길 하니 무척 좋아하셨다. "서울 토박이가 결혼해 신랑 따라 부산으로 가 아는 사람도 없고 아기도 없고~~ 그때  나한텐 너밖에 없었어"
손자 이름은 다 잊으셨는데도 우리 형제 이름은 빠짐없이 기억해, 시누이인 이모가 어째 그래? 하고 나무랬더니 "얘네들하고 알고 지낸 세월이 더 길잖아!" 하고 버럭하시던 숙모. 
 
삼촌은 열 여섯에 평양에서 서울 거기서 부산, 다시 밀양으로의 피난길 내내 누나 둘과 여동생 셋의 바람막이며 해결사 역할을 우직하게 해낸 분이다. 그런 세월을 보내다 보니 쌓인 한도 많고 울분도 깊고.
 
황해도 예성강을 건너던 얘긴 엄마에게서도 들었지만 뒤에 숨겨진 얘긴 몰랐다.
 
아직 추울 때라 이른 아침 예성강에는 얼음 덩어리가 떠다녔단다. 피난민들이 강가에 섰지만 누구 하나 감히 먼저 강물에 들어갈 엄두를 못냈는데 마침 거기서 만난 사촌 형들도 눈치만 보며 가만 있더라고. 삼촌이 먼저 옷을 벗고 피난짐을 머리에 이고 강 속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담 그리 깊지는 않았지만 유속이 빠르고 지나가는 얼음에 살이 베이더란다. 겨우 강 건너에 짐을 내려놓고 뒤 따라온 형들에게 사정을 했다신다. 제발 다시 건너가 어린 여동생 하나만 데려와 달라고, 혼자 셋을 데리고 오기가 너무 힘들다고. 그랬더니 덩치 컸던 그 형들은 미안하다, 죽어도 그리 못하겠다 했다고.
비겁한 놈! 하고 일갈을 하고 다시 돌아서 강을 건너는데 막내이모가 혼자 용감하게 강을 건너오고 있었다고.(사실 이 이모가 막내는 아니다, 더 어린 동생이 밑에 있었는데 몇년 후 앓다 돌아가셔서 막내소릴 듣게 되었다)  다른 동생을 데려오려고 계속 가던 삼촌을 강 한 가운데서 만난 이모는 그 때 삼촌이 하던 말이 귓가에 쟁쟁하다 하셨다. "천천히 가거라, 넘어지지 마라"
'큰 기둥이었고 하늘같은 울타리였단다' 하는 이모 말끝이 흐려졌다.
 
와삼촌은 아버지 돌아가셨다는 소식 듣고도 못 갔다 하시면서 아버지랑 낚시 갔었던 이야기, 엄마랑 데이트 할 때 이야기를 들려주시다 눈물을 글썽글썽~~  "니 아버님은 진짜 젠틀맨이셨고 유머러스하셨다"  
식사 때마다 밥 보담 술을 더 많이 드시는 바람에 영양실조 걸리겠다고 내내 잔소리하던 이모는 '니가 좀 나서서 그만드시라고 해' 하면서 날 몰아댔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평생 고집불통으로 사셨는데 이제 나이들어 아들네 들어가 눈도, 귀도, 이도 불편해 별 낙이 없는 삼촌이 뭐 그리 즐길 일이 있다고 이제와 남의 말을 들으실까.
 
돌아오는 날, 언제 다시 보겠냐 하시는 삼촌을 꼭 껴안고 말씀드렸다.
"저 또 올거예요. 그런데 담에 올때도 삼촌, 여전히 건강하고 안 늙으셔야 되요. 그러니 술은 쪼끔만 줄이세요"
그리고 손가락 걸고 도장 찍고.
스무시간 잠만 주무신다던 숙모는 우리 가 있는 내내 아침 일찍 일어나 밤 늦게까지 같이 앉아 계셨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노인들은 나이로 늙는 게 아니라 낙이 없어 늙는 거란 생각을 했다.
 
 
제주 구경?  잠깐 했다. 동생네 사는 곳이 가까이 있는 올레길을 이모랑 둘이 세시간 정도 해안을 따라 걸었다. 바다도 아름답고 공기도 좋고 무엇보다 뒤치레할 가족과 잠시 떨어져 있어 홀가분하고. 가던 길에 이모가 구멍가게에서 막걸리 한 통을 사오라 하셔서 우리 둘은 길 가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마셨다.
 
이모 왈 '세상 좋아졌다. 여편네 둘이 벌건 대낮에 술 사가지고 길가에서 마시고 있네'
멀린 왈 '진짜 좋아졌지. 응애~~ 하면서 이모랑 처음 맞대면 했던 조카딸년이 맞장 뜨면서 술 마시잖아 ㅋㅋㅋ' 
 




제주의 가로수다. 처음 보고 꺅~~ 하고 뛰어가 올려다봤다. 하귤이라는데 귤은 셔서 먹진 못한단다.



걷다보면 이렇게 귤이 길바닥에 떨어져 있다.



딱 하루 구경나갔던 날, 올레길 걷다 찍었다.





  queen314 2012/03/29 17:01
  귤이 열릴 철에 가면...
여관이나 가게에는 감귤(쫌 못생겨서 상품가치가 없는 것들...그렇지만 맛은 더 좋아요.. 더 달고..)
바구니가 놓여 있어 아무나 공짜로 먹을 수가 있고...
집에도 감귤이 지천이었는데...

노인들과 이야기 하면 참 좋죠...
정말 전 모르던 사실 많이 알게 되고....

전 어머니께 전통 결혼 절차를 들은 적이 있는데...(정작 우리 부모님은 신식 결혼식을 올렸답니다.)
저의 상식과는 너무 달라서 놀랐습니다.
(여자집에서 초례치르고 3년이 지나야 신행을 간다는데... 시집 갈때 맏아들을 안고 가면....복덩어리 며느리 왔다고 좋아 하신다고....그 이야기를 듣고서야 시집문턱도 못 보고 과부된다는 말도 이해가 되더군요)
근데 어머니는 내가 다 아는 줄 알고 말씀을 안하셨대요.

어머니 어릴 때 동네 사람들 재첩잡으러 갯벌에 따라 갔다가 외할아버지에게 종아리 맞은 이야기...
울산 병영에 큰 우물 이야기....(울 어머니는 울산 큰애기 입니다.)
경북고녀 조선인 선생님 이야기....농구 선수로 뛰다가 일본 원정 간 이야기...
등등...

노인들의 이야기는 한없이 재밌죠...

제게는 이제 그런 분들이 없어서....
 
  queen314 2012/03/29 17:14
  며칠 전에 대구에 사시는 (사촌) 큰형수님이 돌아가셔서...다녀왔습니다.

큰형님이 춘추 팔순을 훨 넘기셔서....병원 영안실에서 밤샘을 하시기엔 무리가 있었지요.
그래서 제가 인근 여관에 모시고 가서 함께 잤는데....

사촌 형님이 저희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꺼내시더군요.
당신 젊으셨을 때...대구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저희 외할아버지 심부름을 많이 했다고...
그 어지러운 (해방 전후에서 전쟁 끝날때까지... 제가 세상 구경하기 전이죠...)시절 이야기...
좌우 대립 이야기...등등....

어쩌다 그 젊잖으신 형님이 해병대 장교가 되었는지...
인연도 묘하여 저의 장인 어른(결혼 전에 돌아가셔서...전 사진만 봤습니다.)
이 바로 진해 해병대 사령부의 장교였는데...
그것도 기억하시더군요....
저보다 저희 장인 어른을 더 잘 아시는 셈이죠.

 
  merlin 2012/03/29 23:23
  친정 엄마가 이북에서 살 때나 피난 올 때 얘길 하도 자주 하셔서 귀에 더께 앉겠다고 흥흥했는데
삼촌과 이모에게 들은 얘긴 또 달랐어요. 같은 일의 다른 면도 있고 같은 사람을 달리 보는 일도 있구요.
한편으로 많이 가슴 아프고 슬펐지요.
이런 저런 상황으로 자신의 꿈을 한번도 제대로 펴 본 적이 없었던 삼촌의 일생사와 이젠 너무나 늙어버리신 모습에 어찌 되돌릴 수 없는 세월이 실감이 났습니다. 제 가슴이 이리 아픈데 당신의 한은 얼마나 깊으실지.

현대사를 관통해 살아오신 분들 이야기는 참 극적이지요?
장인어르신을 형님이 더 잘 아신다니 신기하네요.
저도 말로만 전해들은 육촌 오라버니가 계신데 나중에 알고보니 제 시아버지 술친구셨더라구요.
속없이 웃기는 얘기도 잘 하고 재밌는 분이셨다고 하는데 술병으로 일찍 돌아가셨어요.

큰 외삼촌을 자주 뵙지 못하고 보내드린 기억이 아파 이번에 무조건 다녀왔는데
덕분에 뜻깊은 얘기도 많이 나눴지만
서울로 돌아와서도 두 분 조용히 집을 지키는 풍경이 내내 마음에 어른거리네요.
나이든다는 게 참 서글픈 일이예요.  
  하수달 2012/03/30 11:37
  이번주에 언터쳐블, 디어 한나 이렇게 두편의 영화을 봤어요. 둘다 참 좋았습니다. 언터쳐블에 나오는 Earth Wind and Fire의 september에 어깨가 들썩들썩ㅋㅋㅋ뒤늦게 다운로드까지 받았다니까요:)  
  merlin 2012/03/30 22:32
  아! 저도 언터쳐블 보려고 작심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제주도 가기 전엔 디센던트를 봤는데 참 괜찮은 영화더라구요.

그날 모인 사람들이 죄 영화광들이라 서로 영화정보도 나누고 과거담도 늘어놓고~~ 재밌었어요.
 
  바다와섬 2012/03/30 21:34
  저도 한분 뿐인 이모가 문득 그리워지는 봄날입니다.
제주도도 부럽고, 그렇게 복작복작 모여서 정을 나눌수 있는 분들이 많아서 부러워요.
어른들 나이드시는거 너무 안타깝고, 서글퍼지지만, 어떻게 하면 나이 드셔도 행복하실수 있을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다들 노후 준비 잘 해놓으셨는지 걱정도 되고..  
  merlin 2012/03/30 22:39
  엄마가 2남 5녀 중 둘째딸이예요. (월남하신 분으로만)
외사촌들이 각각 개성들이 강하면서도 잘 통해 오랜만에 봐도 어제 헤어진 듯 친하게 지내 참 좋답니다.
이모, 외삼촌들 참 근사한 분들이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무기력해지시는 모습을 봐야한다는 게 정말정말 가슴 아파요.

그 노후준비라는 게 요즘 친구들 만나면 제일 큰 화두거든요.
백세시대라는데 잘 해놓기는 커녕 바로 앞길 헤치고 사느라 바빴던지라 에휴~~ 아닌게 아니라 걱정입니다.  
  isshe° 2012/04/02 15:45
  멀린 님 글 읽으며
반찬 준비 부분에 고개를 끄덕거리고
갈치 얘기에 킬킬거리다
인생무상 말씀에 더 한 번 끄덕거리고
노인은 낙이 없어 늙는 다 하셔서 이 말씀 명심하고 절간에 들어갈...
아니, 아니 ㅋㅋ 앞으로도 열심히 놀기로 했심다.  
  merlin 2012/04/03 11:39
  ㅋㅋㅋㅋㅋ
아이고 놀래라~~
멀쩡한 예술가 산으로 보낸 줄 알고 식겁했습니다. ㅎㅎㅎ

그럼요, 신체 건강하실 때 열심히 노십시요.
몸은 더 건강해지고 마음은 훨 넓어지고~~~
isshe님이야 워낙 잘 사시는 분이시니 뭐가 걱정이래요.
저 같은 방구석 붙박이로선
끊임없이 뭔가 재밌는 걸 만들어내야 덜 늙겠구나 를 실감한 여행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요즘도 바쁘게 왔다갔다 하고 계신 거지요?
 
  isshe° 2012/04/17 14:20
  넵! 절이 바닷가에 있어도 좋을 텐데요.

희망식당 호스트로 계셨다 해서 무지 감탄했어요.
역쉬~~  
  merlin 2012/04/17 22:10
  절이 바닷가에 있으면 스님들 정신수양에 방해가 될라나~~~요.ㅎㅎㅎ

희망식당은 사실 골골거리며 민폐끼칠까봐 무지 걱정하고 갔었는데 다행이지요.
오후에님 아니셨으면 어디 제가 그런 경험을 했을라구요.
isshe님 전시회도 그랬듯이 여기 많은 분들이 콧구멍만한 제 세상을 마구 넓혀주고 계십니다.^^  
  황새울 2012/04/05 02:49
  엉엉엉 제주 칼치 정말 큰뎅...정말 완전 은빛인뎅...흠도 하나도 없는뎅...완전 빤짝빤짝인뎅...아무도 안믿더라구욤...가격도 장난 아니지만...아직까지도 뭍에서 그런 칼치를 본 적이 없네요. 제주 올레길 하면 역시나 외돌개 길이 아닌가 싶네요. 조용하고 바다를 넋놓고 봐도 아름다운...중문단지 길보다 훨씬 나은 듯. 제주 안갈라고 했는뎅 멀린님 글 보니 제주가 다시 그리워지는군요.  
  merlin 2012/04/05 11:15
  그쵸! 그쵸!
저도 생전 처음 봤어요. 뭔 갈치가 아나콘다 같은 지.
은빛으로 반짝반짝~~ 꼭 공장에서 찍어 만들어낸 것 처럼 완벽해 오히려 먹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였어요.
올레길 걸어보셨구나. 워낙 유명해 복작거릴 줄 알았는데 걷는 사람을 거의 못 봤어요.
덕분에 길도 잃고, 돌담 너머 말라비틀어진 체 남겨진 귤 만져보려다 굴러떨어진 뻔도 하고.ㅋㅋ
언제 시간나면 느긋하게 다시 가보고 싶네요.
 
  沈菁 2012/04/06 05:43
  그러게요... 나이 드신 분들과 옛이야길 하다보면,
어느덧 세월이 멀리 뒤로 가서는, 6.25를 얘기하고, 피난 갔다 왔더니 놈들이 돼지를 잡아 먹었더라~ ,
험한 피난길엔 늘 어린딸이 제일 안스러운 존재가 됐었다, 그 와중에 몇째 딸이 또 태어나서 더 울었다,
그런그런 얘길 듣게 돼요.
예성강...우리나라 강 이름은, 참 이쁘지요?
그렇게 강을 건넜는데... 큰녀석에게 '산 넘고, 물 건너' 뭐, 이런 말을 하면 " 왜 넘어? ㅍㅎㅎㅎ" 하더라구요.
귤이 저렇게 땅에 떨어져있다니.ㅋㅋㅋ
갈치가 허벅지만 했다는 말..저도 봤거든요, 마트에서 싱싱함이 비들비들 말랐다 싶었는데도,
진짜... 님의 허벅지보다 굵은 저의 종아리 굵기더라구요^^
'저 눔이 싱싱했을 때는 절구통 방망이만 했겠다!' 싶었어요.

세월이 좋아져서, 마주하고 술을^^
제주도 일주일...
아이구야~ 저는, 꿈이나 꾸면 모를까... 저렇게 행복하고, 찡하고, 편하게 있을 곳이 없어서리 부러워요.
큭~ 일주일 먹을 반찬을 준비하는 님의 수고를 가족들이 잘 챙겨먹었는지요?
반찬 만들고 나갔다 오면, 반찬은 그대로 있고,
아빠가 냉장고를 열고 아무것도 없다고 투덜댔다는 애들의 고자질을 들어요, 속으로 '바보아냐?#,.#' 싶어요.

따뜻하고, 찡하고...과자도 먹고 싶네요, 참 좋은 여행을 다녀오셨네요.
가끔, 휘릭~ 제주도로 날아가세요..핑계도 좋잖어요. 아...부럽다^^  
  merlin 2012/04/13 22:46
  전쟁과 피난 이야기는 질리도록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좀 더 어렸던 삼촌과 이모에게 들으니 또 느낌이 달랐답니다. 서로 겪었던 고통도 달랐을테구요.

동생이 제주로 간 지 15년 쯤 되었지만 한번도 안 갔었어요.
동생이 전화로 누나 너무 그러는 거 아니라고 궁시렁거리는데다 자꾸 늙어가시는 외삼촌을 생각하니~~
그리고 도망도 가고 싶었구요.ㅎㅎ
남편이 첨에는 좋겠다 놀러도 가고 하더니만 나중엔 야, 너 반찬하다 병나고 삼촌네가서 일하다 병나겠다 걱정하더구만요. 그러니까 장소만 제주도였지 그냥 삼촌집에 놀러갔다 온거랍니다.
물론 공기는 엄청 좋았어요. 호호호~~
거기도 공기랑 풍경은 좋잖아요. 저 불러주세요.^^  
  나리타산 2012/04/13 21:24
  참 따뜻하고 마음 훈훈한 장면의 영화에 나올 듯한 장면들입니다.
저도 서귀포 좀 아는 편이라고 할 수있는데...ㅎ
울 아부지 사업장이 거기였어요. 방학때면 그 동네 애들이랑 놀았던
돌담이며, 자갈 바닷가며, 추억 한가득인 서귀포 동흥동^^

제주의 바다냄새는 부산하고는 또 좀 다르지요?^^
살아계셔 주신 것 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이 봄에 또 그런생각에
몸살을 앓겠지만 손 잡아 볼수있는 시간을 가지신거 참 부럽습니다.

봄비가 자꾸 꽃잎을 떨어뜨려서 속상합니다만,
건강하게 잘 계셨는지요. 안부 전합니당 ^ㅇ^  
  merlin 2012/04/13 22:52
  어! 동흥동이 바로 동생네 사는 곳입니다.
야~~ 이런 인연이~~~
삼촌이 발음하기 힘든 동네라고 동흥동 동흥동 하셔서 확실히 기억하지요.ㅎㅎㅎ

큰 외삼촌도 절 참 예뻐라 하셨는데 결혼하고 몇 번 못 뵈었는데 병으로 일찍 세상을 뜨셨답니다.
그때 죄송하고 아쉬었던 마음이 너무 컸던 기억이 남아 미루지 말자 결심하고 후다닥 댕겨왔지요.
말씀대로 얼굴 뵐 수 있어 얼마나 좋던 지, 헤어지면서 널 다시 보겠냐 눈물이 그렁그렁하셔서
정말 마음 아팠답니다. 동생이 다음엔 꼭 매형이랑 오라고 신신당부했는데 델꼬 갈까 말까? 하는 거 보고! 하면서 약 올리는 중입니다. ㅎㅎㅎ

여기도 이제 막 꽃잎은 올라오는데 아직 많이 춥습니다.
그러잖아도 소식이 궁금했는데 잘 지내셨지요?
 
  나리타산 2012/04/14 12:23
  그럭저럭 이유없이 살아 있었답니다. ㅎ

그쵸? 나이드신 분들이 눈물 그렁그렁하시면서
언제 다시 보겠냐는 말씀은 정말 오랫동안 남아 있어요.
또한 많은 걸 생각하게 하기도 하고... 살아 온 시간과 남은 시간의 허망함 등등이요 ㅎ

저희들이 부산에서 오면 그 동네 애들이 부러 표준말 써 주곤 했어요.
도통 무슨 말인지 알수가 엄쓰니,,,ㅎ
밥해 주시던 아주머니랑 서귀포 시내 시장도 다니고,
양과점에서 과자도 사고, 전복죽 못 먹는다고 혼도 나고,
프로야구 OB 베어즈 겨울 캠프가 그 동네에 있었어요.
야구 좋아해서 멍~하게 하루종일 구경하다 오기도 했죠.
참 재미었는데... 숙제 같은거 잊어버리고 동네 애들이랑 바다로 놀러 다니다
혼나도 또 놀러 다니곤 했죠. 그립네요 ^ㅇ^  
  merlin 2012/04/17 22:15
  아! 이제야 댓글을 봤습니다.ㅠ.ㅠ

저도 대학동기 중 제주도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자기들끼리 말하면 뭔 소린 지 전혀 못알아들었는데 제게는 표준말을 해주어 신기했어요.
서귀포 시장에도 갔었는데~~ ㅎㅎ
베어즈팀 구경도 하셨다니 어린 시절 참 재미있게 지내셨네요. 무척 부럽습니다.

새로운 일 하시면서 힘드신가봐요.
물론 잘 하고 계시겠지만 무조건 힘내시라 다시 응원합니다.
분분한 봄꽃의 흩날림 속에 열심히 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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