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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잘 못 산건가?

by merlyn 2009. 4. 27.




몇달 전 학교 홈커밍데이가 있었다.
우리 동기들에게 연락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하도 사정을 해
전화번호 11개를 받아들고 25년 만에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학교 다닐 때도 이런 대표(?)스런 일은 안 했는데 싶었지만
그래도 가슴은 두근두근.
어떤 친구는 어제도 통화한 듯 "으~~응 00니?"
또 어떤 친구 "누구라고? 누구? 아~~ 기억난다"
또 어떤 친구, 말도 제대로 시작하지 않았는데 " 얘, 나 이번 달도 마이너스야"
 
내 의사전달 방법이 잘 못 된건가? 싶으니
그 다음엔 전화걸기가 두려워졌다.
곁에서 보던 아들 놈이 엄마가 회비 얘길하던 안하던 받는 사람 입장에서
돈 걷으러 25년만에 전화한 거 맞으니까 너무 섭섭해 말란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닷새 전 급하게 우리 글을 일본어로 번역해 달라는 부탁이 들어와
일어선생하는 동기에게 전화를 했다.
선뜻 해주마 하길래 열흘 말미를 주고 부탁했는데
보낸 파일은 열어보지도 않고 고스란히 시간을 끌다가
오늘 덜렁 보낸 문자 한통.
"메일 열어봐"
벌써 다 됐나 싶어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와 열어보니
제목이 "불가능"이다.
이제야 파일을 열어봤는데
너무 어려워 기일에 맞춰 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돈주고 하는데 맡겨 보란다.
전문 번역하는 곳보다 더 준다고 했는데.
 
전화로 미안하다는 것도 아니고.
문자 한 통이라니. 시간을 반이나 날려먹고.
아~~~~~~~~~~~~~~~~~~
 
내가 변한 것인가 니가 변한 것인가
아무래도 내 의사전달 방식에 문제가 있나보다.
 
그래도 모임 전화받은 한 친구, 나라는 걸 알자마자 전화통이 깨져라 부르짓는 소리!
"이 문디 가시나야. 니 진짜 오랜만이다. 얼마나 보고싶었는데
야~~ 이 가시나 진짜 보고싶네"
그래 정희야 나도 니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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