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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부모와 자식 사이

by merlyn 2010. 7. 16.


친정엄마랑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부산에 일이 있어 내려가셨다가 8시 쯤에야 집에 도착하신다길래 우리 집으로 바로 오시라고 하고
퇴근해 먼저 집에 들어 온 남편과 막걸리를 한 잔 하며 기다렸다.
 
문득 남편이 말한다.
아들 녀석하고 시간을 많이 보내라고.
응?
갑자기 뭔소리?
항상 자기만 뺴놓고 둘이 논다고 불평하더니?
세월이라는 게 너무 빨라 어린애 같던 녀석이 어느 사이 불쑥 커버렸고
금방 장가가고 제 살림 꾸리고 나면 정말 독립할테니 그 사이라도 같이 많은 시간 보내야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애비야 원래 애들하고 그리 가깝게 지내질 못하는 사이니까 엄마라도 그래야지 하고 말을 맺는데 마음이 찡하다.
 
엄마가 생각보다 늦게 도착해 8시가 훨씬 넘어서야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9시에 잠자리에 들지 않으면 큰일나는 줄 아는 엄마가 온갖 옛이야기를 다 하시면서
(나야 백번도 넘게 들은 얘기라 흥흥~하고 있었지만 남편은 예의상, 혹은 못 들은 게 있는 지라 경청!)
11시까지 저녁상에 앉아 계셨다.
 
내가 설겆이한다고 덜컹거리고야 아이구 시간이 이렇게 되다니 하면서 일어나신다.
집까지 모셔다 드린다고 따라나선 남편과 함께 현관을 나가는 엄마의 등을 보면서
엄마에게도 난 스무살까지만 품안의 자식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내내 떨어져 살았고 늘그막에 앞 뒷집에 살지만 이젠 머리통 댓따 컸다 착각하는 멋대가리 없는 딸년일뿐이다.
 
들어오는 남편더러 엄마 옛이야기 듣느라 애썼다 하니까
혼자 들어가시는 모습 보니 마음이 많이 아프더라 한다.
 
부모, 자식,  참 어려운 일이다.
 
 


대갈마왕 2010/07/16 11:09
  오늘도 깊은 한 숨...
merlin 2010/07/16 14:31
  아뇨, 마왕님 존재만으로도 ^^
오후에 2010/07/16 13:20
  엄마생각나네요. 다음주가 기일인데....
merlin 2010/07/16 14:32
  그러시군요.
음~~ 가슴이 쩌릿해요. 어머님께서도 오후에님 생각하시겠지요.^^
호주돌팔이 2010/07/16 15:33
  꽃단장 하셨구만요... 그래서 조용하셨슴까?

아드님도 자식이 생기면 아마도 부자/모자 관계가 좀 바뀔겁니다...
아, 벌써 아시겠군요.
merlin 2010/07/16 20:54
  아직도 잘 모른답니다.
남편을 보나 남동생을 보나 저리 되면 안되는데 싶은 마음만 있지요.

납량특집판임다!
원래 여름만 되면 오락가락해서요. 자가각성용이로다가~~
무장공비 2010/07/16 17:27
  딸과 엄마는 가까이 붙어서 살면 잼나는 일들이 많을거에요.
가끔 아들놈들 험담도 하면서 말이죠 ㅎㅎ
merlin 2010/07/16 20:51
  그랬으면 좋겠는데 제가 별 재미없는 딸이라
"딸도 딸 나름이다" 가 제 엄마 종종 읊는 노래랍니다.
그리고 아들 험담도 어지간히 박자맞춰야지 오버하면 벼락떨어져요.
속으로만 아끼는 외동아들이라서요. 피~~
무장공비 2010/07/16 21:32
  우리집이랑 완전 다르네요 ㅎ
우리딸들은 엄마랑 아주 죽이 잘맞아서
아들놈이 맨날 술안주꺼리 인데요 ㅎㅎ
merlin 2010/07/16 21:26
  청학동처녀님이랑 저랑 만나면
'맞아 맞아 똑같애' 한답니다. 엄마 얘기에 서로~~~ ㅋㅋ
청학동처녀님께 어머니 얘기 많이 들으셨지요?^^
무장공비 2010/07/17 00:23
  예 ㅎㅎㅎ
터푸하신 엄니^^
그러고 보면 엄마들은 다들 한터푸 하셨나봐요 ㅎㅎㅎ
merlin 2010/07/17 21:34
 
그러니 엄마랑 딸이랑 조곤조곤~~ 은 힘들었답니다. ㅋㅋ
무장공비 2010/07/17 22:08
  근데 완전터푸한 울엄니는 왜그러는거죠 ㅎㅎㅎ
왜 딸만 자식처럼 이쁘하는건지 ㅎㅎ
가서 따져봐야 하는건가 ㅎㅎ
merlin 2010/07/18 09:57
  음~~ 제 경험에 따르면
터푸하신 엄마들은 아들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려하시더군요.
잘 생각해보세요.
무장공비 2010/07/18 23:23
  저희 엄니는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반대입니다.
저희집 아이들과 동생네 아이들의 반응에서도 너무나 확연히 다릅니다 ㅎㅎ
울엄니는 막내딸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십니다^^
merlin 2010/07/19 19:21
  무장공비님이 든든하셔서 그럴겁니다.
엄마에게 딸은 항상 시한폭탄이거든요.
아무리 나일 먹어도 딸 사는 모양새에는 맘을 졸이시더라구요.
시원한 여행 2010/07/16 18:59
  사는게...부모님께 잘 해 드려야겠네요...
merlin 2010/07/16 20:56
  당연한 얘긴데 그게 잘 안된답니다.
어젠 저 마음이었는데 오늘 잠깐 만나서는 잔소리 듣고 둘둘거렸습니다.
한심하지요.
땅팔사람 2010/07/19 14:43
  말처럼 쉽지 않지요...
부모 자식 관계는 영원한 숙제 입니다...~~~
merlin 2010/07/19 15:49
  맞습니다!!!
醉~ 2010/07/16 19:32
 
쩝...

우리 저기.. 필통은

이거 건의 사항인데...

부모 이야기 자꾸 하지 말자구염.
해봐야 답도 안 나오고... 쩝~!!!

아이 참!! (_ _;;;
히유~~
merlin 2010/07/16 21:01
  사실 이 글 쓰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ㅠ.ㅠ

비도 오고 속도 아프고 마음도 울렁울렁하고.
글적글적거리다가
아들 놈 얘길하려 했는데 그러다 이상하게 방향이 이리저리로~~~

에잇! 완전 횡설수설이잖아요.
사실 참으로 무심하기 짝이없는 딸년인데 괜히 혼잔 센치~~해져가지고.
죄송합니다.
醉~ 2010/07/17 09:33
 
메른린님이 무슨 잘못입니까? 아이구~ 민망하게.

취~가 이게..
자격지심이죠...
부모를 잘 모시고... 이래야 하는데
이걸 개판으로 한 취~가 못되고 못난 놈이지...

에효~~ ㅡㅡ;;


merlin 2010/07/17 21:36
  부모 잘 모시는 자식이 어디 몇이나 있을까요.
다 마찬가지랍니다.
반성 모드 취님이 오히려 나으시네요.^^
나리타산 2010/07/17 10:56
  집단장 새로 하셨군요.
센스가 돋 보이는 예쁜 집입니당.
문패의 그림이 멧돼지인가 했더니 호랑이군요.

연애 할때 남편이 저를'멧돼지'라고 불렀답니다.
자동차 레이스 F1 게임 할 때
연구실 남자애들이 저를 못 당했거든요.ㅋㅋㅋ
지금 생각해 보면 여자 혼자라고 봐 준 걸 텐데...
기고만장하고 있었다는.

암튼. 인터넷 연결이 안되다가 되는바람에 반가워서
본문과 상관없는 수다 떨다갑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ㅇ^
merlin 2010/07/17 21:41
  아니!
나리타님더러 '멧돼지'라셨다니! ㅠ.ㅠ
곱다시한 나리타님이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별영이었네요.
질투로 인해 잠깐 판단력을 상실하신 걸로 짐작합니다. ㅎㅎ

센스가 돋보인다시니 과찬이십니다.
제가 여름만 되면 쩔쩔 매는 지라 '정신차리자' 에디션입니다.
작년엔 '내 말 좀 씹지마'였지요. ㅋㅋㅋ

여긴 종일 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방안에 갇혀 답답해하고 있답니다.
나리타님께서도 남은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디페쉬모드 2010/07/17 20:59
  갑자기 남편분께서 평소완 다르게 보이실 듯 합니다.^^

집단장 새로 하셨네요.근데 그림이 일본만화 이나중탁구부에서 본 듯 합니다.
저도 그 속담 많이 우려먹는데 "호랑이 한테 물려가서 차린 정신이 그게 제 정신이겠냐?"^^
merlin 2010/07/17 21:56
  이래저래 나이 먹는다는 걸 실감하나 봅니다.

제가 일본만화는 잘 몰라서요. 이나중탁구부는 못 봤습니다.
저 그림은 메가쇼킹 고필헌씨가 그린 겁니다. 제가 팬이거든요.^^
시리즈 다 써도 좋다고 해주셨어요. 고맙게스리~~
디페쉬모드 2010/07/19 19:44
  아아 그렇군요....만화의 필치가 너무나 유사해서 착각을 했네요.

찾아봐야지.....
호주돌팔이 2010/07/18 22:36
  메작가 싸인 받아주세요~~~!ㅋㅋ
말장난이 뛰어난 작가로 유명하니까... 엄청 똑똑한 사람이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merlin 2010/07/18 23:25
  OTL~~
아니 메작가도 아세요?
거기 진짜 호주맞나요? 항복임다~~~~~
사인받게 되면 '호주돌팔이'님께도 해주세요 하고 꼭 받아 놓을께요.
제가 계속 텔레파시 보내면서 홍대 근처를 얼쩡거리고 있으니
조만간 메작가랑 이우일씨를 꼭 보게 될겁니다. ㅋㅋㅋㅋㅋ
호주돌팔이 2010/07/19 14:52
  블로그 주인만 글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는게 아니라, 만화를 알지요.
merlin 2010/07/19 15:48
  그것도 놀랍다는 거지요.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했지만 만화까지 섭렵하고 계시다니.
부추꽃청 2010/07/21 22:45
  결코 쉽지 않은......
곱게 꼬임이 하나도 없는 실타래는 없을 거예요.
부모와 자식...
참 어려운 노릇... 그래요... 맞아요.
부추꽃청 2010/07/21 22:51
  님에게... 어렵지 않은 편안한 사람이길 바라고...
전 그러네요... 편안함.
똑같은 이야기...
비슷한 삶들...
나쁘지 않아요.
생각의 차이...
해결의 차이...
있겠지만... 비슷한 미소로 마주하면... 편안하지요?!
merlin 2010/07/22 10:26
  비슷하면 빙그레 같이 웃고
다르면 끄덕끄덕하며 느끼고.
나란히 앉아 가만있어도~~ 좋지요?

세월이 지나면 익숙해져야 할텐데
자식 노릇도 부모 노릇도 프로는 없나봐요.
부추꽃청 2010/07/22 10:32
  없어요... 신사임당께서 떠나신 후로는...아마도...^^
linen 2010/07/26 05:52
  얼마전에 아버지 오셨다 가셨어요.
많이 작아지셨더군요.
얼마 계시지 않는 동안 잘 해드려야지 했는데 잘해드린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서로 속마음 내보이는 스탈도 아니고
보내드리고 나서 울아부지 어떤 맘이셨을까 궁금도 하다가
제속 안보이는 딸보면 그 원망이 다 내 탓인가 싶기도 하고
이래저래 저두 착잡했습니다.
merlin 2010/07/26 08:43
  정말 좋으셨겠어요.
아버지와 딸은~~~~ 그래도 참 좋은 사이지요.
잘 꾸린 참기름병만 봐도 아버지가 날 사랑하시는 구나~~ 아실텐고
아버님께선 linen님 반가와하는 얼굴만 보셔도 아실테고.

그런 생각합니다. 제 속을 엄마가 다 알았더라면 으익~~ 싫다!
ㅎㅎㅎ 비슷하시지요?
바다와섬 2010/07/26 22:52
  딸도 딸 나름 맞아요..
크고나서 엄마를 이해하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전 아무리 나이 들어도 엄마랑 이웃엔 못살거 같다능 ㅎㅎ
제가 그런 딸이니만큼 제 딸들에게 잘해서 저랑 엄마보다는 더 나은 모녀관계를 가져봐야 할텐데.. 참 화날때마다 애들한테 하는 짓이 꼭 엄마가 나에게 한거랑 별다를바 없다는거 아닙니깡 ㅜ.ㅜ
merlin 2010/07/27 08:56
  엄마가 잘 하는 소립니다. 딸이라고 다 딸이냐!
엄마랑 이웃에 사는 거 쉽진 않았답니다. 에휴~~
다만 아버지 자주 보면서 속내를 알게되는 보너스를 얻었지요.

맞아요. 엄마 그늘을 벗어나긴 힘들지요. 살다가 문득문득 내게서 발견되는 엄마의 모습.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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