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파리 노트르담 성당이다.
성탄절을 기다리며 꾸며놓은 마굿간.
크리스마스 자정대미사 때 저기 왼쪽 빈 구유에 아기 예수님을 모시게 된다.
(왼쪽에서 멀거니 구유쪽을 쳐다보고 있는 당나귀 표정이 참 재밌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당연히 아버지가 정말 마음에 걸렸었다. 남편 출장이 정해지고 쎠야 할 휴가도 밀려있고 쌓아 놓은
마일리지로 내 비행기표도 공짜로 얻었는데 가족들이 등떠미는 걸 핑게로 마음을 먹었다가도 병원에 가서 아버지 얼굴만 보면 마음은
흐지부지.
병원을 옮긴 이후 우리들 얘기에 통 반응이 없으신 아버지께 삼일을 남기고는 '딱 열밤자고 돌아올께, 아빠. 딱 열밤만
자고" 하며 귓속말을 했는데 거짓말처럼 '끄덕' 고개를 움직이셨다. 야~~ 놀러가려고 니가 별 착각을 다하는구나 싶어 다시 말씀드렸다. 또
한번 '끄덕!'
여행을 무지 좋아하셨던 아버진 칠십이 넘으신 나이에 엄마를 끌고 유럽 일주를 하셨다. 편한 패키지가 아니라 잠만 괜찮은
호텔에서 자는 배낭여행을 하신 셈이다. 각 나라마다 시내버스나 전철을 타고 구경다니시다가 유레일패스로 기차타고 국경도 넘고 할인혜택 다 챙기며
유람선도 타고 ~~ 좋아하시는 슈베르트 생가도 물어물어 가보시고, 베를린의 찰리 체크포인트에 가셔서는 영화나 책으로만 보던 동독탈출의 스릴도
느껴보시고.
쓰러지시기 얼마 전엔 제대 2주 남긴 손자 유럽여행 계획에 더 신나셔서 그전에 참고하던 배낭여행기며 지도를 다 모아
보내주시기도 했다.
(아~~ 여행기가 산으로 가고 있네)
끄덕하고 허락해주신 날 집으로 돌아오면서 파리에 가면 첫날 노트르담성당에 가서 아버지를 위해 기도를 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웃긴다. 여기서는 지척에 있는 성당에도 안 나가면서 노트르담은 무슨~~.
그래도 그렇게 하면 마음이 나을 듯 싶었다. 물론 내 마음이지만. 그래서 갔는데 왜 그리 눈물이 쏟아지던지. 도대체
주체를 할 수가 없어 앉아 기도를 할 수도 그렇다고 돌아다니며 구경을 할 수도 없어 마냥 일어섰다 앉았다만 되풀이했다.
그 와중에도 구경꾼이 와글와글 후레쉬 터뜨리고, 떠들고, 심지어 어떤 철딱서니 없는 커플은 껴안고 입맟추며 난리를
치는데 여기 신자들은 어째 다 참고 아무렇지도 않게 미사를 보나 이런 생각도 했다.
세느강변 쪽에서 노트르담을 보긴 처음이다. 참 아름다왔지만 한편으론 저 시대에 저 정도의 건물을 지으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을 고생을 했겠나 하는 다소 비천주교도다운 불경스런 생각을 했다.
노트르담에서 나와 세느강의 찬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강변을 따라 오르세 미술관을 향해 등에서 땀나게 걸어가면서 문득
본 그 유명한 "SHAKESPEARE AND COMPANY".
잠깐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오르세에서 빨리 가려고 그냥 휙~~ 지나갔다.
그랬건만! ㅠ.ㅠ
암스테르담에서 고흐미술관에 마구마구 뛰어갔던 것은 바로 오르세에서 고흐와의 만남 때문이었다. 4년 전 여기 왔을 때 내
눈앞에 턱 하니 나타났던 고흐 작품.
바로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그 그림을 본 순간 내 눈에 불똥이 튀는 거 같았다. 보고 또 보고 그리고 또 보고.
내게 오르세는 그냥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이었다. 그래서 그 그림을 다시 만나려고 다른 데 한눈 안 팔고
마구 마구 강변을 걸었던 것이다.
숨돌리고 옷도 다 맞기고 씩씩하게 걸어 들어갔는데 입구에 고갱 고흐 세잔느 등등을 모아 따로 전시하고 있다는 안내가
보였다. 오호~~ 쾌다.
그 방에 들어가 그냥 그림을 하나 하나씩만 보기 시작했다. 휘~~ 둘러보면 너무 시시하게 다시 만나게 될까봐. 그런데
고흐 그림이 다 나오고 고갱이 시작되는 게 아닌가!
어라! <론강>이 없었다. 다시 둘러봐도 없었다. 원래 있었던 이층으로 올라가보니 현대작품전시회가 열리고
있을 뿐 거기도 없었다. 근처에 있던 명찰 단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고흐 작품은 아까 그방에 다 있단다. 그거 말고 론강을 찾는다니 그냥 그 방에
다 있다는 소리만 되풀이. 할 수 없이 입구에 있던 인포메이션에 가서 물었더니 아주 교만한 얼굴의 여자가 그깐 일이야 흔한 건데 뭐 하는 얼굴로
다른 곳으로 전시나갔다는 것이다.
이럴 수가!!!!!
순간 모든 빛은 꺼지고 다 시시해지기 시작했다. 젠장~~ 이럴 수가!!!!!
그래도 그냥 나오긴 그래서 쉬엄쉬엄 둘러보다 나와서 걷다 찍은 세느강변.
내 맘이 그래선지 쓸쓸했다. 아니 지금 봐도 쓸쓸하니 원래 쓸쓸한 풍경이었던 게다. ㅋㅋ
전철역에 내려 다른 관광객들이 몰려 가는 방향과는 다른 쪽으로 걸었다.
이쪽으로 걸어 저 골목에서 꺽으면 에페탑이 보이리라~~ 보이리라~~
정말 딱! 이렇게 보였다. 아무도 없는 골목에 혼자 서서 히히히히 웃었다. 너무 좋아서.
너무 유명해 외려 시시한 저 탑이 뭐 그리 좋았냐?
파리 방문 세번째 만에 저 탑에 오르게 된 거다. 갈 때마다 줄이 길어 죽어도 줄 서서는 못 보겠다고 성질 피우는 남편
땜에 저길 올라보지 못했다. 첫번째 그러고 집에 돌아와 무지 원망을 듣고도 그 담번에 또 그랬다. 그래서 기필코 혼자 가야지 했는데 정말 혼자
왔다. 그리고 올라갔다. 만세!
우와~~ 정말 높았다. 올라오면서 혼자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래 입구에서 짐 검사하는 아저씨가 잠깐하고 날 붙잡더니 웃는 모습이 참 Jolie 하다고 했다. 예쁘다는 뜻인데 그 말에 내가 지금 참 행복하다고 했더니 하하~~ 하고 웃었다.
바로 붙어 있는 우리와 북한.
뻔한 사실인데도 먼 이국땅에서 나란히 붙어선 두 나라를 보니 감회가 달랐다. 9천킬로 멀리 떨어져 있는 아들 생각도
나고.
엘리베이터를 움직이는 기계.
난 저런 기계를 보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단순하고 정직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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