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에
도착했을 때부터 나의 목표는 딱 한가지였다. (저기 갈색 건물 (벽에 포스터가 걸린)이 미술관이다. 다른 곳에 들르느라 이미 두시간 가까이 걸어 힘들었는데 미술관이
보이자 마구 뛰어가고있는 나의 열망을 담고자 남편이 찍었단다) 그는 그리고 싶은 게 너무나 많았고 그리기만 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다 좋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편지에는 그림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고 소개되어 있었고 거의 빠지지 않고 작은 것 하나라도 스케치가 들어 있었다. 네덜란드 글씨를 이해할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이 곳에서 만큼은 아이구 이 편지 내용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한탄했다. 하긴 알아본들 내 좋은(?) 시력으로는 그림의 떡이었을테니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았으려나. ㅠ.ㅠ <감자먹는 사람들>에서 발견한 것. 직접 그 그림을 보니까 정면 중앙에 등돌리고 있는 아이(?) -내겐 이상하게 아이라고 느껴졌는데- 주위로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고 있다는 것. 아마 막 쪄낸 혹은 구워낸 감자에서 나는 김이겠지. 그런데 이 김이 그림 전체를 참 따뜻하고 행복하게 만들고 있었다.
힘든 하루가 끝나고 맞는 저녁식사시간. 음식이 초라하다해도 그들에게는 가장 행복하게 모든 고단함을 다 잊게 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줏어들은 대로의 농민의 고통스런 삶~~ 이런 소리는 저 만치 사라지고 행복한 그림으로만 남았다. (이건 말짱 내
생각이니 사실이 어떤 거였는 지는 상관없음) 초상화를 보면서 든 생각. 고흐가 그린 그림 속 사람들의 얼굴은 으례 좌우가 완전히 달라 거의 대부분 (쳐다볼 때) 왼쪽 눈이 조금 더 아래로
처지고 크다. 좀 웃기는 말로 띠웅~~ 해보인다. (화는 안 내시겠지?) 전혀 아름답지 않은 초상화를 바라보면서 과연 고흐가 그린 것이 아니었다해도, 또 그의 배경이 이리 고통스럽고
힘들지 않았다해도 그의 그림에 모든 세계가 이 정도로 환호했을까 하는 생각을 내내 했다.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사람, 즉 남편에게 물었더니
아니었겠지 했다. (고흐가 그림을 잘 그린다 못 그린다 하는 얘기가 전혀 아니니 절대 오해하지 않으시길. 내가 어찌 감히~~ 그저 문득 사람들의
선입견에 대해 생각해본 것이다) 미술관에 들을 때마다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이런 곳은 며칠을 두고 조금씩 조금씩 봐야한다. 한꺼번에 다 보고 나면 마구
뒤섞여 오히려 남는 게 없다. 아~~~ 안타까워라. 암스테르담 사람들은 참 좋겠다. 위 그림은 그럼 아래는 ? 미술관 기념품점에서 사 온 마그네틱이다. 너무 예뻐서 망설이지 않고 샀다. 냉장고 열 때마다 행복해진다.
반 고흐 미술관에 가기.
내가 고흐그림에 마음을 빼앗긴
것은 4년 전 쯤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였다.
전시장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니다 눈이 딱! 마주친 그림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노랑색 불꽃이 고흐 특유의 파란 하늘위에 촘추고 있는 그 그림은 그야말로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난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이미 암스테르담에 있는 고흐 미술관을 가보았던 남편은 감탄을 하면서 전시되어 있는 그의 그림을 연대별로 따라가보면
어디서부턴가 미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어느 나라 정신과 의사가 고흐는 말년에 정말 미쳤었다고, 그 정신병에
걸리면 보이는 게 전부 그가 그린 그림처럼 휘휘 회오리치듯 돌고 있는 걸고 보인다고 주장한 글도 보았다.
난 정말 궁금했다. 그가 정말
미쳤던 걸까?
이번 여행이 연기되고 일정이 바뀌고를 되풀이하면서 정말 갈 수 있을까 하고 마음을 조리고 있을 무렵 deca님
블로그에서 고흐 편지집이 출간되었다는 글을 읽었다. 그래서 살짝 저 가게 될지도 몰라요 하고 댓글을 올렸더니 고흐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데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려주셨다. 뭐라? 자필 편지라니~~
그의 편지는 너무나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물론 그 당시 유럽인들
모두 그렇게 작고 섬세한 글씨체를 썼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렇지만 어쩃든 고흐의 편지는 작은 종이에 조그만 글씨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중간중간에 스케치를 많이했다.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 정말 안타까왔는데 혹 궁금한 분들은 반 고흐 미술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그의 편지와 스케치
일부를 바로 보실 수 있다.
http://www.vangoghmuseum.nl/vgm/index.jsp?lang=nl
그런데 이 전시가
1월 3일까지라 그 후에는 홈피 대문사진이 다른 걸로 바뀔 것 같아 아쉽다. 이런 건 저장해둘 수 없는 건가?
그 유명한
<감자먹는 사람들>
그냥 기분내키는 대로 그린 그림이란 없었던 게다. 오래 생각하고 머릿속에서 맞춰보고 편지 한 귀퉁이에 그려도 보고, 또 거기에
대해 동생이나 친구에게 열렬히 얘기도 하고.
이런 사람이 미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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