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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미술관에서

by merlyn 2010. 1. 2.


암스테르담에 도착했을 때부터 나의 목표는 딱 한가지였다.
반 고흐 미술관에 가기.
내가 고흐그림에 마음을 빼앗긴 것은 4년 전 쯤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였다.
전시장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니다 눈이 딱! 마주친 그림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노랑색 불꽃이 고흐 특유의 파란 하늘위에 촘추고 있는 그 그림은 그야말로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난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이미 암스테르담에 있는 고흐 미술관을 가보았던 남편은 감탄을 하면서 전시되어 있는 그의 그림을 연대별로 따라가보면 어디서부턴가 미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어느 나라 정신과 의사가 고흐는 말년에 정말 미쳤었다고, 그 정신병에 걸리면 보이는 게 전부 그가 그린 그림처럼 휘휘 회오리치듯 돌고 있는 걸고 보인다고 주장한 글도 보았다.
난 정말 궁금했다. 그가 정말 미쳤던 걸까?
 
이번 여행이 연기되고 일정이 바뀌고를 되풀이하면서 정말 갈 수 있을까 하고 마음을 조리고 있을 무렵 deca님 블로그에서 고흐 편지집이 출간되었다는 글을 읽었다. 그래서 살짝 저 가게 될지도 몰라요 하고 댓글을 올렸더니 고흐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데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려주셨다. 뭐라? 자필 편지라니~~ 

사본 -0912 Holland 158- 고호 3.jpg

(저기 갈색 건물 (벽에 포스터가 걸린)이 미술관이다. 다른 곳에 들르느라 이미 두시간 가까이 걸어 힘들었는데 미술관이 보이자 마구 뛰어가고있는 나의 열망을 담고자 남편이 찍었단다)

그의 편지는 너무나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물론 그 당시 유럽인들 모두 그렇게 작고 섬세한 글씨체를 썼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렇지만 어쩃든 고흐의 편지는 작은 종이에 조그만 글씨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중간중간에 스케치를 많이했다.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 정말 안타까왔는데 혹 궁금한 분들은 반 고흐 미술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그의 편지와 스케치 일부를 바로 보실 수 있다.
 
http://www.vangoghmuseum.nl/vgm/index.jsp?lang=nl
그런데 이 전시가 1월 3일까지라 그 후에는 홈피 대문사진이 다른 걸로 바뀔 것 같아 아쉽다. 이런 건 저장해둘 수 없는 건가?
 
그 유명한 <감자먹는 사람들> 은 물론 다른 작품의 스케치, 그냥 편지를 쓰며 그려넣었을 간단한 그림도 다 볼 수 있었다.
그냥 기분내키는 대로 그린 그림이란 없었던 게다. 오래 생각하고 머릿속에서 맞춰보고 편지 한 귀퉁이에 그려도 보고, 또 거기에 대해 동생이나 친구에게 열렬히 얘기도 하고.

Brief van Vincent van Gogh.jpg

 

incent van Gogh2.jpg


이런 사람이 미쳤다니. 

 

그는 그리고 싶은 게 너무나 많았고 그리기만 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다 좋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편지에는 그림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고 소개되어 있었고 거의 빠지지 않고 작은 것 하나라도 스케치가 들어 있었다.

 

네덜란드 글씨를 이해할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이 곳에서 만큼은 아이구 이 편지 내용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한탄했다. 하긴 알아본들 내 좋은(?) 시력으로는 그림의 떡이었을테니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았으려나. ㅠ.ㅠ

 

<감자먹는 사람들>에서 발견한 것.

직접 그 그림을 보니까 정면 중앙에 등돌리고 있는 아이(?) -내겐 이상하게 아이라고 느껴졌는데- 주위로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고 있다는 것.

아마 막 쪄낸 혹은 구워낸 감자에서 나는 김이겠지. 그런데 이 김이 그림 전체를 참 따뜻하고 행복하게 만들고 있었다. 힘든 하루가 끝나고 맞는 저녁식사시간. 음식이 초라하다해도 그들에게는 가장 행복하게 모든 고단함을 다 잊게 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줏어들은 대로의 농민의 고통스런 삶~~ 이런 소리는 저 만치 사라지고 행복한 그림으로만 남았다. (이건 말짱 내 생각이니 사실이 어떤 거였는 지는 상관없음)

 

초상화를 보면서 든 생각.

고흐가 그린 그림 속 사람들의 얼굴은 으례 좌우가 완전히 달라 거의 대부분 (쳐다볼 때) 왼쪽 눈이 조금 더 아래로 처지고 크다. 좀 웃기는 말로 띠웅~~ 해보인다. (화는 안 내시겠지?)

전혀 아름답지 않은 초상화를 바라보면서 과연 고흐가 그린 것이 아니었다해도, 또 그의 배경이 이리 고통스럽고 힘들지 않았다해도 그의 그림에 모든 세계가 이 정도로 환호했을까 하는 생각을 내내 했다.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사람, 즉 남편에게 물었더니 아니었겠지 했다. (고흐가 그림을 잘 그린다 못 그린다 하는 얘기가 전혀 아니니 절대 오해하지 않으시길. 내가 어찌 감히~~ 그저 문득 사람들의 선입견에 대해 생각해본 것이다)

 

미술관에 들을 때마다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이런 곳은 며칠을 두고 조금씩 조금씩 봐야한다. 한꺼번에 다 보고 나면 마구 뒤섞여 오히려 남는 게 없다. 아~~~ 안타까워라. 암스테르담 사람들은 참 좋겠다.
 

bedroom gogh.jpg

 

사본 -09112 europe 042.jpg

위 그림은  <Bedroom>

그럼 아래는 ?

미술관 기념품점에서 사 온 마그네틱이다. 너무 예뻐서 망설이지 않고 샀다. 냉장고 열 때마다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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