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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저품질 무식채널 EBS

by merlyn 2015. 3. 1.



첫 장면,
아빠는 소파에 누워 신문을 보고 있다.
초등학생 아들. 딸은 그 곁에서 놀고 있고, 엄마는 남편 옆에 앉아 목을 치켜들고 주름 없애는 마사지를 열심히 하고 있다.
머리에 헤어롤을 잔뜩 감은 채로.
 
다음 장면에선 온 가족이 함께 얼굴을 가까이하고 입 벌리며 와~~~ 기쁨의 탄성!
그리고는 EBS 2TV가 개국한다는 광고 시작.
예쁘고 날씬하고 잘 차려입은 젊은 아나운서 (로 보이는) 여자가 나타나 반듯한 목소리로 교양있는 방송 채널이 하나 더 생기며 어떻게 시청하는 지를 열심히 광고를 한다. 이어 다시 나타나는 아까 가족들의 밝은 표정과 웃음.
 
 그런데 이런 전개 내내 곱게한 분장이 선명한 젊은 엄마는 여전히 머리에 헤어롤을 엉성하니 둘둘만 채로 나온다. 화면이 몇 번 바뀌어도 그노무 일명 '구르쁘'는 계속 머리에 주렁주렁 달려있다.
 
 이 광고, 완전 자동혈압상승기다.
 
 이른바 '고품격 지식채널'이라는 교육방송이라는 곳에서 만들어 내보내는 광고라니~~. 남자는 글을 읽고 여자는 아니, 아줌마는 주책스런 모습으로 마사지를 한다는 이젠 지겨워 죽겠다 할만한 설정은 몇 세기가 되어야 대한민국에서 그만 볼 수가 있을까?  상업 광고도 아니고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존재한다는 방송사에서 자사 광고하는 꼴이라니. 창피스럽지도 않나? 그 와중에도 (아줌마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 젊은 여자는 예쁘게 입혀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며 교양있는 여성의 역할을 하게 한다. 그러나 그리 유심히 보지 않아도 주부 역할을 하고 있는 모델과 아나운서의 나이 차이는 별로 나지 않아 보인다. 나이가 어떻든 주부라는 이름표만 달면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감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야말로 웃자고 하는 설정에 웬 버럭질이냐고? 그럼 다 같이 웃기게 만들 일이지 왜 아줌마한테만 그래?  주부들은 죄 집에서 헤어롤을 매달고 사나? 그것도 아님 새로 생긴 2TV는 헤어롤 안테나를 매달아야 방송이 나오나? 저 광고 모델을 하겠다고 마음 들떠 스튜디오에 나와 예쁘게 분장한 모델은 헤어롤을 감으라 할 때 어떤 기분이었으며 또 자신의 저런 모습을 TV화면으로 계속 볼 때 어떤 기분이 들까? 광고 내용과 하등 연관도 없고 효과도 없는 저 설정은 대체 누구 머릿통에서 나온걸까? 
 
 이따위 광고를 만든 사람들이나, 이걸 보고 '됐어, 내보네' 한 사람들이나, 그걸 방송에 내보내면서 일말의 이상함도 못 느낀 사람들 머릿속이 정말 궁금하다. 아니, 좀 씻어주면 좋겠다.
 
이런 줸장,
아직 멀었다.
 
 




  황새울 2015/03/03 23:44
 

ㅋㅋㅋ 작금의 총리가 모당의 원내대표시절 세월호의 노란리본을 디따 큰 걸 달고 나왔을 때 저시키 미친 시키군하 싶었죠. 하지만 어디에서도 얘기하지 않더군요. 도란뇬이 사랑의 열매 아래에 디따 큰 브로치를 달고 나왔을 때 저뇬 완전 도랐군하 싶었죠. 하지만 어디에서도 얘기하지 않더군요. 작금의 총리가 청문회다 뭐다 하고 탈법이다 불법이다 말 많았었던 것들이 투표 한방에 조용해지는 걸 보고선 역시나 아직 멀었구나 싶었더랬습니다. 설 인사 한다는 게 늦어버렸네요. 정월 대보름 환한 달 보면서 달님 맘도 생각했으면 합니다. 45억년을 이 거지같은 꼬락서니를 보고 있었을테니까요.

  merlin 2015/03/05 09:09
 

안녕하셨지요?
정말 오늘이 대보름입니다. 일기예보에서 날이 맑아 보름달 볼 수 있다 하니~~ 이번엔 소원도 빌고 달님께 위로의 인사도 해야겠네요. 애쓰십니다~~ 하고.^^

나랏님 수준이 국민의 수준이란 말, 인정하기 참 싫었는데 도리가 없네요.
그래도 점점 가까와지기라도 해야하는데 자꾸 더 멀어지는 것 같아 속 터집니다.
묵은 나물도 오곡밥도 하기 싫어 그냥 아침을 맞았는데 저녁에 달님과 함께 늦은 귀밝기 술이라도 한 잔!

화분2 2015/03/05 15:10
  와...아직도 계셨군요. 감사합니다. 계셔 주셔서요. 간만에 오니 다른 이웃들은 전멸...
    merlin 2015/03/06 12:52
 

와락~~~~
이렇게 반가울 수가요. 느닷없이 방문을 닫으셔서 제 속이 휑~~ 했었답니다.
진짜로 반갑습니다. 저야, 좀 미련한 사람이라 한번 연 문을 닫지 못하고 이렇게 지내고 있답니다.
정말 많이 썰렁하긴 하지요? 그러니 절대 떠나지 마시길^^

 

화분2 2015/03/06 20:13
  멀린님 계신걸 보고 결심했답니다. 님보다 오래 있어서 한번 갚아야 한다고요^^
 
  merlin 2015/03/07 08:47
  ㅎㅎ 갚을 걸로 말씀드리자면 제가 훨~~~
화분님께는 물론이고 여기 많은 분들께 빚이 한가득인걸요.^^
queen314 2015/03/06 20:43
 

흠~~~~
이런 상황에서는 우린 팍 찌그러져....
없는 듯 하는게..... 

merlin 2015/03/07 08:49
 

아니, 왜 퀸님께서!
그냥 같이 욕해주심 좋아요. ㅋㅋㅋ  

  꽃 청 2015/03/13 07:28
  몰라서 기쁨니다...못 봤습니다..그 놈의 구루쁘 ^^
남자는 책을 읽는다구요...허이구...발톱 깍으면서 튀는 발톱은 실패, 신문지 안에 튄 발톱엔"오케이~" 그게 남자고요,
여자는, 신문 보다가 멍하니 남자의 모냥새에 한숨을 길게 쉬는 것이 진짠디..ㅎ  
  merlin 2015/03/13 19:45
  결혼해서 몇 달 지난 뒤에 젊은 신랑에게 말했었어요.
그렇게 글 한 자 안 보고 살면 먼 훗날 무진장 무식해 질 것이오, 그럼 나랑 말할 때 딸릴 것이니 각성하시오,
ㅋㅋㅋ
저도 이젠 게을러진지 오래라 드릴 말씀은 없지만 왜 광고 속 남자 여자들은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똑같은 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꽃 청 2015/03/20 19:00
  광고주가 남자라서....ㅎ  
  merlin 2015/03/26 09:20
  맹그는 사람도~~~ ㅋㅋ  
  꽃 청 2015/03/29 09:46
  갑상선암 검사까진 종합병원에 가면서 그려진 뻔한 상황였어요ㅎ
피검사도 그렇고..종합병원에 가면 그렇죠, 뭐. 뻔한...
결과는 암은 아니고요, 갑상선저하증이 있다네요.
어쩐지 살이 퉁퉁 붓더라구요ㅎ
그보다 빈혈이 더 심각하다네요.
철이 없다네요..7이래요 푸하하하하~ 12~16이 정상수치라면, 저는 7이라는 거니까..뭐,엉망이라는 거죠.
팔,다리가 너무 아파서 잠을 설치는디 가만히 보니 종아리 실핏줄이 훤히 뵈는 것이 터졌나 싶고요,
멍은 심심하면 들고..다 괜찮은디, 피로감 때문에 젠장! 소리가 절로 나와요.
빈혈약을 이제야 챙겨 먹는 내가 한심해서 또 젠장! 그러고 있어요.
쑥이 새끼손가락 두마디 정도 자랐어요. 피로감 때문에 한줌 뜯어 왔어요.
씀바귀 밭을 발견했지만, 멀린님은 고들빼기김치를 담을 수 없게 생기셔서 푸하하하하~ 혼자 웃었어요.
왜일까요? 멀린님은 고들빼기를 어찌 다룰지 몰라서 당황하게 생기셨어요.
저는 처음 고들빼기를 보자마자 김칠 담았는디, 검색도 안허고, 요리책도 안보고 그럭저럭 잘 담았었죠.
그 다음부터가 문제지요. 고들빼기만 보면 도망치고 싶어져요. ㅎ
갸는 손질이 여간 많이 가는 애가 아녀윰...하루를 다 빼앗겨요.
암튼...빈혈 때문에 젠장! 한 건디유... 점점점 입만 거칠어지네요.
아직, 배꽃이 피지 않았어요.  
  merlin 2015/03/31 14:25
  우선~~~~
땡!
ㅋㅋㅋㅋㅋ
땡!입니다요.
고들빼기 김치 담궜었지요~~~~ ㅎㅎㅎ
그것도 살림 아무 것도 모르던 결혼 초에 뭐가 그리 신이 났었는 지 고들뺴기 김치도 담가 보고, 가자미 식혜도 해보고 달랑 둘이 살면서 노량진 수산시장까지 장보러도 가보고,.
제가 고들뺴기 김치 못 담게 생겼나요? 거울 한 번 보고~~ 음, 잘 담가 생겼는데 ㅋㅋㅋ
사실 맛이 어땟는 지는 생각이 안 나요. 그냥 생전 듣도 보도 못했던 음식들 해보는 재미에 그랬던 거 같습니다.그리 생각하면 청님 짐작도 틀린 건 아니네요.

큰 병이 아니니 천만다행입니다. 빈혈이면 몸이 참 피곤하다고 제 동생이 맨날 그러는데 꼭 약 챙겨드세요.
양지바른 들에서 딴 쑥은 몸에 저절로 약이 될 것 같은데 쑥국도 해드시고 쑥버무리도 해드시고 쑥만두국도 해드시라 쓰고 보니 너무 힘드시겠네요.
제가 솜씨가 좋으면 만들어드리겠는데 짐작하셨다시피 잘 못합니다.
그래도 배꽃 필때 불러주세요.  
  디페쉬모드 2015/04/04 04:17
  말씀하신 EBS광고는 그나마 제 기준으론 약합니다.
그보다 더한 공익광고를 보았는데 이건 진짜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국민연금광고를 보면 정말 기가찹니다.
자세한 것은 담 기회에....  
  merlin 2015/04/05 14:45
  어처구니 없는 광고가 너무 많아서요.
다문화 가정을 차별하지 말라는 공익광고에서는 외모는 우리나라 애들과 달라도 김치도 잘 먹고 우리 말도 잘하고 어쩌구~~ 하더구만요. 그럼 김치 좋아하지 않거나 우리 말이 서투르면 차별해도 괜찮다는 얘긴지.ㅉㅉ

근데 담 기회에~ 해놓고 얘기 안해주시는 게 너무 많다는 거 아실라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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