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면,
아빠는 소파에 누워 신문을 보고 있다.
초등학생 아들. 딸은 그 곁에서 놀고 있고, 엄마는 남편 옆에 앉아 목을 치켜들고 주름
없애는 마사지를 열심히 하고 있다.
머리에 헤어롤을 잔뜩 감은 채로.
다음 장면에선 온 가족이 함께 얼굴을 가까이하고 입
벌리며 와~~~ 기쁨의 탄성!
그리고는 EBS 2TV가 개국한다는 광고 시작.
예쁘고 날씬하고 잘 차려입은 젊은 아나운서 (로
보이는) 여자가 나타나 반듯한 목소리로 교양있는 방송 채널이 하나 더 생기며 어떻게 시청하는 지를 열심히 광고를 한다. 이어 다시 나타나는 아까
가족들의 밝은 표정과 웃음.
그런데 이런 전개 내내 곱게한 분장이 선명한 젊은 엄마는 여전히 머리에 헤어롤을
엉성하니 둘둘만 채로 나온다. 화면이 몇 번 바뀌어도 그노무 일명 '구르쁘'는 계속 머리에 주렁주렁 달려있다.
이 광고, 완전
자동혈압상승기다.
이른바 '고품격 지식채널'이라는 교육방송이라는 곳에서 만들어 내보내는 광고라니~~. 남자는 글을 읽고 여자는
아니, 아줌마는 주책스런 모습으로 마사지를 한다는 이젠 지겨워 죽겠다 할만한 설정은 몇 세기가 되어야 대한민국에서 그만 볼 수가 있을까? 상업
광고도 아니고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존재한다는 방송사에서 자사 광고하는 꼴이라니. 창피스럽지도 않나? 그 와중에도 (아줌마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 젊은 여자는 예쁘게 입혀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며 교양있는 여성의 역할을 하게 한다. 그러나 그리 유심히 보지 않아도
주부 역할을 하고 있는 모델과 아나운서의 나이 차이는 별로 나지 않아 보인다. 나이가 어떻든 주부라는 이름표만 달면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감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야말로 웃자고 하는 설정에 웬 버럭질이냐고? 그럼 다 같이 웃기게 만들 일이지 왜 아줌마한테만 그래?
주부들은 죄 집에서 헤어롤을 매달고 사나? 그것도 아님 새로 생긴 2TV는 헤어롤 안테나를 매달아야 방송이 나오나? 저 광고 모델을 하겠다고
마음 들떠 스튜디오에 나와 예쁘게 분장한 모델은 헤어롤을 감으라 할 때 어떤 기분이었으며 또 자신의 저런 모습을 TV화면으로 계속 볼 때 어떤
기분이 들까? 광고 내용과 하등 연관도 없고 효과도 없는 저 설정은 대체 누구 머릿통에서 나온걸까?
이따위 광고를 만든
사람들이나, 이걸 보고 '됐어, 내보네' 한 사람들이나, 그걸 방송에 내보내면서 일말의 이상함도 못 느낀 사람들 머릿속이 정말 궁금하다. 아니,
좀 씻어주면 좋겠다.
이런 줸장,
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