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선택
by merlyn
2011. 4. 16.
아침 설겆이 후다닥 끝내고 방정리도 재빠르게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른 쪽엔 두둑한 서류봉투 묶음.
하나씩 꺼내
번호에 맞춰 엑셀에 처넣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복잡한 것은 어제 적어둔 메모장 들여다 보며 해결하고.
그렇게 한 시간 일하다 보니
문득 내가 일하는 걸 얼마나 좋아했던 지가 생각났다.
아들이 용돈벌이 겸 이러저러한 이유로 가져온 일감 일부분을 내가 넘겨
받았다.
밤마다 시간을 쪼개 열심히 하더니만 시험기간이 되면서 하루 세 시간 밖에 못 자며 고군분투.
'나한테 넘겨'
'싫어,
엄마 줄 돈 없어' 하더니만 드디어 항복, 2 주 분만 해달란다.
속없는 엄마는 '단추구멍 뚫는 것 보다 더 많이 주긴 하는 거냐?'
하면서 기꺼이 받았다.
그런데 그 단순한 일도 일이긴 한가보다. 느낌이 다르니.
남은 봉투가 반으로 줄어들만 할 때
쯤부터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고 자꾸 마음을 쓸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기 일은 알아서들 해주면 좋겠는데
주부가 해야
할 일에는 식구들 '따까리' 라는 별 보람도, 티도, 생색도 안나면서
귀찮고 마음 쓰이기는 한량없는 역할도 포함되어 있다.
몸으로
하는 일은 미리 챙겨서 하겠는데 마음 빼앗기는 일은 대비할 수가 없다.
그러다 또 문득 생각이 났다.
내가 왜 미련없이 일을
그만두었는 지.
그때를 다시 생각해보면???
똑같은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적어도 '일'에
대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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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산 2011/04/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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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울타 하셨군요. 토닭 무쟈게 큰거 일단 안겨 드리고,,,
남보다 누구보다 , '식구'의 알아주는
그 말 한마디가 천군만마가 되고 천냥 빚도 갚기도 하고 하는거, 제가 겪어 보니 그렇더군요. 그 누군가를 위해서 주부는 해도해도 끝
안나는, 그래서 늘 그런 상태로 그들에겐 그렇게 보여지는 그 집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오는 날도 가는 날도 같은
날이쟈나요.
몸이 안따라가 줄 땐 마음은 더더욱 힘만 들고. ㅠ,ㅠ 별 위안도 안되는 말만 주절거립니다만, 그래도 그 마음
제가 '알고'있다는 사람중에 한사람이고 싶고 주말 잘 보내시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홧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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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2011/04/1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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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닭' 쓰시려면 저한테 저작권료를 내셔야...+_+ (농담임...^^)
저도 우울타 하신 법사님께
토닭토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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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산 2011/04/17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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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머!^^ 토닭이 울 걸언냐 오리지널였어요? 어쩐지 느무 익숙하드라니깐뇨~~ 그럼,,, 저는 걸언냐의 짝퉁!ㅋ 으로다,
'통닭 통닭'으로 할까 해용. ^ㅇ^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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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11/04/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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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님도 나노 마인드에 가까우신 듯.^^ 얼른 농담이라 하신 걸 보면요. 그냥 팍팍 우겨서 두둑히 받아내시지.
ㅋㅋㅋ
고맙습니다. 제 등짝도 주신 닭만큼 튼실하지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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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11/04/1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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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덕분에 커~어~다란 닭한마리 냠냠하고 기분 좋아졌습니다.ㅎㅎ 엉뚱하게 발목잡혀 머릿속이 보골보골했는데 주말
아침, 무심하기 짝이 없는 남정네가 속을 긁었네요. 이젠 서로 속내를 읽을 법도 한 세월을 보냈건만. 말씀대로 그저 긍정적인 말
한마디가 누웠던 사람도 벌떡 일으킬텐데 한 치의 발전도 없는 걸 느끼면 기분이 내려 앉습니다. 제 속을 알아주시니 마음에 풍선 불어
넣키듯(이상한 표현이긴 합니다만) 어깨가 펴집니다. 고맙습니다. ㅠ.ㅠ 나리타님도 남은 주말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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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n314 2011/04/16
22: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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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 제가 의과대학 다닐 시절의 여자동창이 개업한 의원을 찾아갈 일이 있었습니다. 그친구는 영상의학을
전공하여 서울 변두리쯤에 그친구의 클리닉이 있었는데...
할망구가 된 그친구 저를 보더니 하는 말...
일나가는
며느리가 맡긴 손자 보는 재미에 푹 빠져서 병원 문도 일찌닫고 집에 간다면서... 다시 태어나면 전업 주부할
거라고....
여고시절 친구들이 자식들을 보니 너무 헌헌 장부로 키워 두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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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11/04/1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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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망구가 친구이시면 퀸님 역시^^ ㅋㅋㅋ 얼른 손주 보셔야할텐데요.
제 선택이었고, 그닥 후회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다만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노래부르고 춤추다 장렬히 넉다운된 면이 큰지라 문득 생각나면 속이 쓰리지요. 어떤
선택인들 안 그렇겠습니다. 못 가본 길은 항상 아쉬운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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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페쉬모드 2011/04/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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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들여다보지만 아드님과 사이가 유별나게 좋으신 듯 해요. 저도 그런것은 배워야 하는 데.... 이게 가풍때문인지
전 한번도 엄마라고 불러본 적 없거든요. 어머님께선 제게 아직도 아가 아가 하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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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11/04/1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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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가 잘 맞을 때만 골라써서 그래요.ㅋㅋ 이노무시키~~ 할 때도 많답니다. 서로 잘 맞는 구석이 있어요. 안 그런
면 때문에 많이 투닥투다하기도 하구요.
그럼 지금도 어머니~ 하시겠구나. 그것도 괜찮지 않나요? 듬직하고
점잖고. 디페쉬모드님의 포스로는 역시 그쪽인대요. 어머님이 아가~ 하시는 것도 참 좋으네요. 아가~~ 하시면 마음이 노골노골해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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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섬 2011/04/1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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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헝~~~ 멀린님 아드님이 몹시 부럽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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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11/04/2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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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섬님 것도 줘보세요. 후딱 해드릴테니~~ 에구~ 이거 모르는 말이라 어짜지요. 제가
무식해서요. 대신 응원해드릴까요. 섬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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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예요 2011/04/1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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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능력 인정받고 열심히 일하는 친구들 보면 잠깐씩 부럽다가도..
꼬맹이 산이랑 한이 바라보면 일
그만두길 정말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
제 맘 잘 알아주다가도 한번씩 속을 뒤집은 한이 아빠 덕분에 속이 부글부글 할때도
있지만.. 아이곁엔 역시 엄마가 있는것이 좋은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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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11/04/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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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가장 독한 적이지요.ㅋㅋㅋ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당시는 상황이 워낙 나빠
너무 지쳐 그만두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일보다는 아이 키우는 게 더 좋아서 한 결정이었다 싶어요. 일이 더 좋았더라면 아무리
힘들었어도 이겨나가지 않았을까 해요. 일 그만두게 한 장본인들이 요즘에사 계속 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고 말하면 콧방귀나 흥흥~~
한답니다.ㅋㅋ 산이, 한이랑 즐거운 시간 많이 가지세요. 정말 금방 커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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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공비 2011/04/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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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들은 아무 생각없이 하셔야 건강에 좋은건데요 아무 생각없이 하는 일 저는 좋아합니다 ㅎㅎ 일단 머리 복잡한거
하고나면 생각이 많아져서 잠이 안온다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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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11/04/2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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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까 제 말이 바로 그거예요. 아무 생각없이 잘 하고 있는데 (제가 이런 단순노동을 좋아해요) 여기저기서 자꾸
귀찮게 하는 바람에 머릿속이 복닥복닥했네요. 좋으면 그냥 그렇다고 하지 왜 이리 귀찮게들 하나 몰라요. 툴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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