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베버, 이 사람을 보라] 김덕영

merlyn 2008. 4. 29. 17:55



철학책을 읽을 때는 신중하게 고민하게 된다.
많은 저서 중에 살아남은 외국 저자의 좀 더 나은 내용을 조악한 번역을 통해 읽을 것이냐? 아니면 소량의, 그래서 신뢰감이 가지 않는 국내 저자들의 책을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부실함에 실망하며 읽을 것이냐?
 
오래 전 부터 막스 베버는 못하고 지나가버린 숙제같은 존재였다.
철학자에 대해서는 하나도, 쥐뿔고 모르는 입장에서 베버가 숙제가 된 것은 오래 전 대학 다닐 때 주변 남학생이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올린 인물이기 때문이다. 젠장! 칼 막스는 알겠는데 막스 베버는 또 누구람?
 
이 책이 나오자마자 사들인 것은 당연지사.
근데 저자가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건 몰랐다. 그래도 <인물과사상>에서 냈으니 실망은 안 시키겠지. 웬걸.
 
우선 이 저자는 꽤 글을 못 쓰는 사람이다. 더구나 철학에 관한 글을 쓰는 데에는 맞지 않다. 이 책을 다 읽었지만 그 논지가 어디에 있는 지는 잘 알지 못하겠다. 물론 저자 서문에서 '막스 베버의 지적세계에 관한 글이 아니라 지식인으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대학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사유했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막스 시대를 함께한 사상과 독일 정신세계의 흐름, 그 시대를 공유한 인물과 그들의 사상체계를 아는 데는 도움이 되었으나 막상 베버 자신의 세계는 여전히 내게 미흡하다.
 
독일 특유의 국가주의에 대한 지식은 아주 흥미로왔다. 독일과 일본은 내겐 전혀 흥미없는 나라가 될 수 밖에 없음을 확인한 셈. 한 점을 보고 그것을 향해 무조건 함께가자! 이것이 그들의 삶의 지표다.
그러나 감탄사가 너무 많이 나오고 - ! 표시가 아니라 어투가 - 한 번 했던 말을 계속 되풀이하고 -아버지 살해가 도처에서 나오는 것, 짐멜과의 관계를 부연 부연- 스스로의 필에 도취된 글투가 아주 지루했다.
(책을 읽다가 혹 저자가 시골출신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함)
 
쾌락지향주의 였다는 막스의 동생 알프레드에 비교, 막스를 이성주의자, 엄격주의자, 금욕주의자로 실컷 추켜 올렸다가 맨 마지막 부분에 연인을 둘이나 두었다는 언급하는 바람에 앞에 읽었던 것에 의심을 가게하는 지경까지 이르름. 그 방어기제로 프로이트까지 끌어낼 것은 없었잖아?
 
어쩃든 모처럼 불붙었던 독서열이 이 책 덕에 한 동안 멈칫했고 그 사이 미국드라마를 엄청 시청하고 드디여 눈에 이상을 느껴 겨우 책에 돌아가 마저 읽었음. 저자 소개에 '저자의 글에는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엿보이는가 하면 서구 지성의 정수가 등장하기도 한다 '고 쓰여 있는 데 이 말의 진위를 떠나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언젠가 다시 베버에 관한 책 혹은 베버의 책을 읽어봐야겠지만 겉보기 혹은 주장하는 것과 행동이 똑같은 사람 어디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