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한 방!

merlyn 2009. 6. 17. 09:36




대학병원 안과에 진찰받으러 갔었다.
예약을 하고도 한 시간 가까이 지겹게 기다려야 했는데
안과라 그런 지 곁에서 같이 기다리는 환자도 대부분 연세가 있는 분들이셨다.
그런데 그때  
작업복을 입은 청소부 아주머니가 길다란 밀대로 바닦을 닦으면서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적게 봐도 연세가 육십 후반을 훌쩍 넘어 보였는데, 머리에 질끈 동여맨 수건 아래로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 걸레를 미는 모습이 참 힘들고 안쓰러워 보였다.
'에고, 저 연세에 저렇게까지 일을 해야 한다니~~' 하는 마음들이
복도 의자에 주르르 앉아 있는 환자들 서로에게 이심전심되었던 건 당연지사.
 
그리고 드디어 어느 할머니 한 분이
"아이고 연세도 있어 보이시는데 여지껏 일을 하시우, 힘드시겠소"  하고  말을 건네셨다.
청소부 아주머니, 밀던 대걸레를 잠깐 멈칫하더니 일갈하시길,
"하이고, 나야 지금 나이 칠십에도 이렇게 내 힘으로 돈을 벌고 있지만
여 앉아 계신 분들은 편찮으신 가본데 어쩐대요!"
카카카카카!
 
웃기게 놀다가 한 방 제대로 얻어 맞은 나 자신과 다른 환자들이 너무 고소해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도 계속 낄낄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