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냥 깔깔 웃을 뿐
일이 있어 갑자기 부산에 다녀왔다.
볼 일 다 보고 서울로 돌아가려고 공항리무진 타는 곳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택시가 한 대 선다. 음, 정거장에 서 있다가 버스기사한데 혼날텐데 하고 생각하는데 나이가 꽤 든 기사 양반은 계속 핸드폰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내리더니 나와 내 곁에서 같이 버스를 기다리던 어떤 남자에게 '에어뽀또 에어뽀또~~~#$%^^&$%^~~'하면서 다가왔다.
네? 하고 물었는데도 다시 되풀이.
안되겠다 싶어 저 한국 사람인데요 했더니 아~~ 하면서 그냥 버스 요금만 내고 공항까지 타고 가잖다. 공항에서 실을 손님이 있어 어차피 가야하니 빈 차보담 버스비라도 받는 게 낫겠다고. 곁의 아저씨더러 어쩌실래요? 했더니 가지요 뭐.
우리가 앞 뒤로 타자 택시는 신나게 달렸다. 사상 쯤을 지난 무렵 신호등에 걸려 섰는데 기사 양반이 앞을 가르키면서 40년 전에 부산에 딱 한 대 벤츠가 있었다는 거다. 그러고 보니 바로 앞 차가 벤츠였다.
"그 벤츠가 동명목재 사장 차 였는데 번호가 3000번이였어요. 딱 한 대였지요. 그런데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저런 차를 막 타고 다니는데~~ 그거 죄 사기꾼들이 광낼라고 그러는 거래요. 호텔 같은데 가면 대접해주고 그러니까 사기치고 광낼라고~~" 경상도 사투리로 저 말을 하시는데 어찌나 우습던지.
그 말에 앞 자리에 있던 약간 날리는 삘의 아저씨는 "에이, 어느 시대 말씀을 하시는거예요. 서울 강남에 가 보세요. 10대 지나가면 8대는 외제찬데 뭔 사기꾼들이 타겠어요" 그 말이 맞는 지라 저 기사분 좀 쪽팔리겠다 싶었다.
낙동강을 건너는데 이번엔 앞 자리 손님이 궁시렁. 8만6천원이면 갈 수 있을 제주도를 더블을 주고 갈 판이라고.
뭔 소린가 했는데 오늘 아침, 일 떄문에 제주에 내려 갈 일이 있어 김포공항에 나갔더니 수학여행 철이라 공항 전체가 학생들 투성이였고 제주가는 표는 죄 매진이더라고. 그런데 누가 부산으로 가면 제주로 가는 쾌속정이 있다 하길래 김포에서 부산으로 와서 다시 연안부두까지 갔더니 (이 부분에서 으잉??? 이게 대체 뭔 소리야? 했다) 쾌속정은 목포나 여수에 있고 부산에선 밤에 타면 12시간 걸려 아침에 도착하는 배만 있더라고. 그래서 다시 제주가는 비행기를 타러 김해공항으로 가는 길이라고.
황당함으론 아까의 벤츠에 비할 바가 아니라 손님 승!!!
기사 양반은 허허참~~하고 말았지만 난 뒤에서 웃음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
아니, 부산에 쾌속정이 있는 지 없는 지야 종종 부산에 내려가는 나도 모르는 일이지만 시간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덜렁 부산행 비행길 탄 것도 웃기고 쾌속정 요금이 얼마라고 생각했길래 부산에서 그냥 제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말일이지 배 타는 곳까지 갔단 말인지.ㅎㅎㅎ 아까 택시탈 때 제주간다 하길래 어째 서울말 쓰는 사람이 제주간다고 연안부두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나 했다. 그냥 김해공항서 바로 제주가는 비행기를 탔으면 벌써 도착하고도 일 끝났겠구만.
투덜투덜하는 앞 손님에게 안 들키고 웃느라 고군분투하는 사이 택시는 공항에 도착. 난 얼른 버스 요금 6천원을 기사 양반에게 드리고 후다닥 내렸다. 앞 손님 얼굴보면 더 웃길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