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겨울이여 오라~~~~

merlyn 2013. 11. 23. 09:47



 

김장을 끝냈다.

 

미리 준비를 다 해두고 매년 그랬던 것 처럼 택배아저씨가 (내가 아저씨라 부르기엔 아주 젊은 사람이지만)

일찌감치 절임배추를 가져다 줄것만을 기다렸는데

그런데 그런데~~

오후가 되어서도 감감 무소식.

택배아저씨가 이젠 날 잊었구나~~ ㅠ.ㅠ
저녁에 접어들면서 바깥이 깜깜.
아이구, 뭔 일이 생겼나, 오늘 안엔 오긴 오려나~~
여섯시 반이 넘어서야 벨이 울린다.

 

반가워 뛰어나갔더니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낯익는 아저씬 정말 정말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하셨다.

별탈없이 온 것이 반가와 괜찮다 하는데도 계속 미안하다시며

처음 차에 실을 땐 우리집에 오는 걸 제일 먼저 내려야겠다 분명히 생각했는데

다른 물건에 일이 생겨 거기 신경쓰다가 깜빡했다신다.

천천히 하면 된다 괜찮다 하는데도 김장거리는 정말 일찍 내려드려야 하는데~하면서

내가 내민 작은 호박엿 봉지에도 손사레를 치신다.

(그래도 날 잊지 않으셨구나 속으로 ㅋㅋ 하면서) 얼른 쥐어드렸다.

하하하하~~~

 

자리잡고 앉아 버무리기 시작하는데 아들하고 남편이 연달아 들어왔다.

우선 저녁밥부터 먹고

다시 김장통을 끼고 앉았는데 아들놈이 가르쳐달란다. 도와주겠다고.

마음이 바빠 설명하는 것도 귀찮으니 니 일이나 해! 이랬는데 곁에서 이런 저런 얘기로 말을 걸더니

음. 알겠다 어떻게 하는 지, 하고 주저 앉아 같이 버무리기 시작했다.

내가 두어 포기 무치는 걸 보고서는 바로 따라하는 것.

아이구 영특하기도 하지. 어쩜 지 애비 안 닮고 날 꼭 닮아 저리 눈썰미가 좋을까~

(읽는 분들 웃으시거나 말거나 ㅋㅋㅋㅋㅋ)

몇번 해본 것 처럼 꼼꼼하게 속 채워넣는 솜씨 역시 꼭 날 닮았네.^^

 

등빨좋은 청년이 도와주니 거짓말처럼 1시간 반 만에 끝.

이번엔 남편이 등장,

베란다에 나가 뒷설겆이를 다~~~해주었다.

만세!!!!!

 



대견한 김치통. 사진이 엉망이라 작게 넣었다.ㅎㅎㅎ

 

 

이걸로만으로야 어찌 겨울을 준비했다 하겠나.

월동준비 2탄!



아이구, 아무리 해도 무다리 사진이 안 줄여진다.



겨울이면 발이 시려 고생하는데 인터넷에서 무릎 밑까지 오는 극세사 양말을 팔길래 샀다.

아주 폭신하고 따뜻해 김장 끝나고 요거 신고 취침. 진짜 따끈따끈했다.

겨울이 조금 덜 무섭다.ㅎㅎㅎ

 

 

  나리타산 2013/11/23 20:14
  여러모로 든든, 빠방, 땐실^^ 하시겠어욤.
부럽사옵니다요 ~~

직장을 쿄토로 옮겼어요.
내친김에 저지르고 보니 참 어리석은 판단을 하고야 말았다는
자책감에 쿄토로 향하는 전차안에서 새직장의 좋은점만 생각하려고
노력중임다. ㅎ 바보 같죠??

특별근무 들어간 오늘. 단풍이 절정인 쿄토에 바께스를 거꾸로 엎어 쏟아놓은 듯한
인파를 헤치고 집으로 향하는 전철안에 있습니당 ~^^

김장김치. 생각만해도 냄새가 코끝을 스치네요.
따뜻한 겨울 보내시길 바랍니다. ^^
 
  merlin 2013/11/24 10:40
  오사카에서 쿄토! 하고
얼른 지도를 찾아보니 서울서 수원까지 정도의 거리네요.
먼 거리인데 마음이 얼마나 바쁘실까요.
토요일 저녁에 특별근무까지.ㅠ.ㅠ

그렇지만 나리타님이 그런 선택을 하신 것엔 충분히 이유가 있으셨겠지요?
무엇보다 엄마로서 마음이 더욱 무거우시겠지만 요만큼 일찍 나이먹어 되돌아보니
아이와 같이 보내는 시간만큼 중요한 것이 나 자신에게 몰두하는 시간이구나 싶답니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할 지 누가 알겠습니까만은
나리타님이 보람을 얻고 행복해지시면 가족분들도 역시!
아이들도 작은 불편들 견디면서 엄마의 일하는 모습에서 또 다른 걸 배우더라구요.
제가 열심히 응원합니다.^^

ps '땐실'이라는 말이 마음에 찰싹! ㅋㅋㅋ
넵, 겨울 대비도 땐실! 제 다리통도 땐실!입니다.^^  
  황새울 2013/11/29 01:35
  겨울이 없었으면 좋겠더라구욤. 촌에 사니 장작하느라 죽을 맛이라는. 촌 겨울은 정말 장난이 아니네요. 어제는 마당에 있는 수도가 얼까싶어서리 살짝 틀어놨는데 글쎄 아침에 보니 그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에 고드름이 얼어서리...좀 많이 당황했었답니다. 올 김장은 다들 편하게 하셨을 듯. 밭에 심은 배추로 김장을 우리집에서도 했는데 세통 나오더군요. 세통 정도면 일년 나지 않을까 싶네요. 그나저나 겨울은 역시 따뜻한게 최고죠 ^^  
  merlin 2013/11/29 22:30
  장작때는 게 가끔하면 낭만인데 매일해야한다면 노동이네요.
훨 남쪽에 사셔서 여기에 비하면 따땃한 남쪽나라일 줄 알았는데 수도꼭지에 고드름이라시니. ㅠ.ㅠ
올 봄에만 해도 베란다 텃밭에 배추 심어 김장을 하리라는 야망에 불탔는데
역시 시작만 장대했지 끝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찾을 수도 없다지요. 에구구 창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