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버지가 하느님인 줄 알았다] 폴 오스터

merlyn 2008. 9. 12. 16:34

 
 

이 책은 폴 오스터가 방송 프로그램을 맡게 되면서 혼자 내용을 다 써야하는 부담감에 힘들어하자 그의 아내가 제안한 것이 실제 이루어져 나온 책이다. 미국 전체 어느 누구든 발표되지 않은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 보내달라고 해 그중 일부분을 방송에 내보내고 미처 방송하지 못한 아까운 이야기들을 책으로 묶었다.
당연히 재밌고 또 이상하고 또 신기한 이야기들이 있어 그냥 하루만에 다 읽어냈다. 읽던 중 옛날 생각이 났다. 이렇게 마구 책을 읽어 갈기던 생각. 하루종일 허리가 아프면 다시 고쳐 앉고 드러눕고 옆으로 기울이고 하면서 해가 져 어둑해지면 불 켜고 다시 읽던.
 
아주 재밌게 읽은 부분은 콩에 영혼을 팔아버린 아이 이야기.
절대 안 먹던 콩을 돈 많은 괴팍한 할머니가 돈 줄테니 먹어봐라 하는 유혹에 넘어가 한 접시 다 먹은 후론 엄마의 경멸의 대상이 되어 그 다음부턴 콩 접시 앞에서 안 먹겠다고 했다가는 엄마의 독기어린 말을 들어야 했다. '돈 주니 잘도 먹더구나, 사랑 때문에야 못 먹겠니?' 그래서 찍 소리 못하고 콩을 다 씹어 넘겨야 했단다.
 
아! 돈에 영혼을 파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폴 오스터는 양쪽을 다 잘 한다. 고전적인 책 쓰기와 읽기 적잖이 즐거운 책 쓰기. 그래서 한참 판단보류를 하긴 했지만 어쨋든 그의 책을 보면 마음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