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lyn
2013. 3. 9. 15:35
어제 저녁, 하던 일이 끝나 시계를 보니 8시 30분.
이런, 밥도 못 먹었는데.
몇 술 뜨고 텔레비젼 앞에
드러누웠다.
그대로 잠이 들었나보다. 일어나니 11시가 되어간다.
10분 정도 졸았다고 생각했는데.
둘러보니 아무도 없어 남편이
어디갔나 이 방 저 방 다니다 생각하니 아까부터 없던 거였다.
줸장.
곁에 놓여 있던 핸드폰을 봤더니 그새 문자 두 통이
와있었다. 알림 소리도 못 들었네.
한 통은 남편에게서 온 것.
<좀 있다 출발한다>
정신 차리느라
어벙벙하게 앉았는데 아들이 들어왔다.
날 보더니 뭔 일 있었냐고 많이 피곤해보인단다.
"어, 하루종일 일했네"
"무슨 일을
그렇게 했어?"
"....."
아침 9시 부터 저녁까지 내내 바빴는데 정작 뭘 했는 지 하나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하루종일 서
있었던 부엌에 가서 돌아봤지만 어제나 다름없다.
냉장고 정리하고, 김치통 씻고, 장봐 두었던 봄동 다섯단 손질하고. 냉장고에서
튀어나온 쑥갓으로 나물무치고.
역시 찡박혀 있던 코다리 조려두고, 토마토 한 박스 중 남은 것 데쳐서 냉동실에 넣었고, 그 사이에 시장에
두 번이나 다녀왔고, 일 때문에 관리실에 세 번 가서 팩스 보냈고, 어느 멍청하고 뻔뻔한 공무원 때문에 두어시간 씨름질을 했고.
멸치
1킬로 똥따서 말려두었고~~ 또 뭐햇더라.
다리가 퉁퉁붓게 일했는데 도무지 달라진 게 없다.
아이구,
허무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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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2013/03/1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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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해지지 않고 다리도 퉁퉁붓지 않는 법!!!
1. 냉장고 정리는 일요일 오전에 아들시키거나 같이
한다.
2. 다섯단이나 되는 봄동같은 건 반드시 둘 이상이 다듬는다. 둘 이상이 모이지 않을 땐 봄동을 그냥 현관이 두고
말라비틀어진든 말든.... 하는 심정으로 외면한다.
3.멸치는 손질하지 않고 말리고 먹는다. 투덜거리는 구성원에겐 멸치국물,
멸치조림등 멸치가 들어간 어떤 것도 주지 않는다.
===> 요정도만 하셔도 달라질게 많을 듯 합니다. 그렇게 해서 여유가
있다면 '낮'술을 적극 권장합니다.
그런데 토마토는 데쳐서 냉동실에... --->어떤 용도인가요? 그것도
한박스씩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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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13/03/1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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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번 제가 전업주부이기 때문에 이게 몽땅 제 일입니다요. 더구나 일요일 오전에 아들놈 일 시키려면 저 복장터져
죽습니다.ㅠ.ㅠ
3. 멸치 비린내를 저만 싫어해서 그저 제 손으로 해야할 밖에. ㅠ.ㅠ
토마토는 파스타 해먹을 때나
그냥 갈아먹을 때 쓰려구요. 그냥 두면 자꾸 상하고 익혀먹는 게 더 좋다고 해서 한꺼번에 살짝 삶아 냉동시켜버립니다.
낮술.
ㅋㅋㅋ 지난 긴긴 겨울 잠깐씩 복분자같은 달콤한 술 생각이 나긴 하더이다. 근데 엄마도 못 알아볼까봐, 바로 앞 동에 사셔서 오가며
만나거든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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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2013/03/1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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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를 그렇게 쓰는 방법이 있군요. 배웠습니다. 감사.
제가 살짝 팁을 드리면 낮술의 좋은점은 시간이 빨리간다는
겁니다. 할 일 많을 때 낮술 한잔하시고 주무시면... 가족 구성원 모두 날렵하게 집안구석구석 할 일없나 살피고 괜히 눈치보고하지 않을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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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13/03/1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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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만해도 무섭다~~~ 집에 들어왔더니 마누라가 술에 취해 코를 드르릉~~~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면서 내가 잘못한 게
뭐지??? 얼라 울 엄마가 이럴 수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엄마 속 조금만 긁을껄~~ ㅋㅋㅋㅋ 진짜 괜찮겠네요. 저야말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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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산 2013/03/20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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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히, 잘 계시는 중이신지요?^^ 집안일 해도 해도 표도 안나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저도 오늘 간만에
부엌에서 좀 서성거리며 먹거리에 힘 좀 썼네요.ㅎ
직장이랍시고 바쁜 와중에 집안이 정리 안된 상태를 '그냥 못 넘기는' 못된
제 승질머리와의 격투가 젤 힘이 드네요. 어떨땐 밤 9시에 청소기를 돌리는 맛이 간 행동도 하게 되네요 ㅠㅠ
내 맘이,
지저분하고 정리 안된,아무도 몰라주고 생색불가한, 해야만 하는 그 모든 것들을 '피하지 않는'것이 그저 나를 위한 힐링이거니,,,
합니다.
그래도 우리 살살~ 하며 살아요. 조금은요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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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13/03/2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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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정말 오랜만입니다.^^ 한참 안 들어오시길래 무지 바쁘게 눈썹을 휘날리며 지내시는구나 했더랬지요. 제가
걱정한 부분이 딱 맞아버렸네요. 그니까 '그냥 좀 넘기시고 못 본체하시'라 했건만 늦은 밤까지 투쟁 중이시잖아요. 그러다 몸상함
어쩌실라고. ㅠ.ㅠ
어쩌다 한 번이지만 저렇게 하루종일 집안일 하고 나면 직업을 가진 주부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고 머리를
흔들게 된답니다. 해도 티 안나고 미뤄둔다고 해결되지도 않고 대신 해줄 사람은~~~~음, 며느리나 얻어야~~ ㅋㅋㅋㅋ (아들이 들음
장가 안간다 하겠지요?)
저야 자주 꾀도 부리고 농땡이도 칩니다만 부디 나라타님 맘 굳게 다지시고 쉬엄쉬엄하세요. 엄마 건강이
가족을 건재하게 함을 잊지마시구요. 자주 뵙자는 말씀도 못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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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산 2013/03/2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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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에 남기신 댓글에서 '감기중'이라셔서,,, 기온이 젯트코스터 처럼 가팔라서 그러신가 합니다만. 쾌차하셔서
벗꽃처럼 활짝 웃으시길 기도합니다.^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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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13/03/2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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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구구~~ 제가 김밥에 눈이 어두워 창피한 줄도 모르고 감기걸린 것 까지 팔았더니 그걸 보셨네요. 말씀대로 그냥
활짝 웃어보았습니다. 벗꽃같기야 하겠습니까만 마음이 환해지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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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섬 2013/03/2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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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 살림을 아주 대충대충 하는 주부에게도 시간은 정말 허무하게 막 가버립니다. 지난 주말 뭐했는지 ... 뭔가 성취한게
있던가 아님 차라리 재미난 일을 하면서 놀기라도 했으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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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13/03/2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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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아이 둘이나 키우시면서 아무리 대충이라 해도 얼마나 바쁘실 지! 그냥 밥 세끼 먹고나면 하루가 다
가버리잖아요. 그래도 섬님 처럼 에너지 킹왕짱이신 분이니 재미난 일이 그립다 하시지 저같음 그냥 방바닥에 눌러붙어 있길 바랬을
거예요. ㅎㅎㅎ 그동안 바쁘셨나봅니다. 다시 뵈니 참 반가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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