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lyn
2012. 11. 13. 00:39
지난 봄, 보기엔 좀 초라했지만 베란다에 스티로폼 상자 몇 개를 놓고
상추며 깻잎, 쑥갓 모종 몇 개를 심어놓고 좋아라 블로그에서 자랑질을 했었다.
후일담이 없었던 것은 성과가 미미했다는 뜻. ㅠ.ㅠ
인터넷을 통해 산 모종이 별로였는 지, 완전 초짜 농부 실력이 저질이었는 지,
아무튼 상추는 가늘가늘하고 쑥갓은 비리비리하고 그나마 깻잎이 무럭무럭 자라
우리집 밥상에 심심치 않게 향을 제대로 내주는 양념 구실을 해냈다.
(쌈 싸먹을 만큼은 양이 되지 않았지만 꼭 필요할 때 몇 잎씩 요긴하게 썼다)
오후에님 일러주신 대로 장마가 끝나고 나서 이 녀석들을 다 뽑아 버렸다.
빈 흙을 들여다 보며 이번엔 뭘 심을까 고민하다 마트에 갔더니 얼갈이 배추 씨앗이 보였다.
김장배추는 아니더라도 이 정도면 할만 하지 않을까 싶어 사다가 띄엄띄엄 심었다.
그리고 며칠 뒤 자리자리마다 쬐끄만 새 잎이 돋아나는 게 정말 신기해
들여다 보고 또 보고
이렇게 작은 녀석이 커다란 배추로 자란다는 건 뻥이다 생각했다.
진짜 불가능한 거야~ 라고.
그런데

이렇게 자랐다. 우하하하하~~~~
작년에 한약 찌꺼끼 묵혀 비료 만든 것도 사이사이 뿌려주고 매일 들여다 보며 참 이쁘다~~하고 칭찬도
해주고.
매일 절대 잊지 않고 열심히 물도 주고 창문 활짝 열어 바람도 쐬어주고.
그랬더니 정말 아침 저녁이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 대견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자라는 너도 대견하고 키우는 나도 대견하고.ㅎㅎㅎ
그리고 얼마 전.

이렇게 시집 스타일 물김치로 밥상에 올랐다. 작은 김치통으로 하나.
잘 자라 제법 손에 두둑히 쥐어지는 포기를 뽑을 때 마음이 많이 아릿하긴 했지만
배추 저 나름의 소임을 다했다 생각하리라 하고 날 달랬다.
이파리 하나도 안 버리고 고스란히 김치를 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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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페쉬모드 2012/11/1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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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권 선생의 옥중 야초물김치와 비견될만 합니다. 그냥 그대로 있어도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것을 가르쳐주고
알려줍니다. 집안에 개미들을 위해 먹을 것 조금씩 놓아두는데 이녀석들이 제맘을 알았는진 모르겠지만 눈에 안뜨이는 곳으로만 조심조심
다닙니다. 이젠 겨울에 접어들어 개미들 이외에는 사마귀나 다른 녀석들은 안보이네요. 내년에도 많은 녀석들과 더물어 봄과 여름을
맞이했으면 합니다.
올해 김장은 계획하셨는지요? 물가가 만만찮아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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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12/11/1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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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를!!! 윽~~~~ 사마귀도! 제가 제일 무서워하는 벌레가 개미예요. 그 끈기와 인내에~~ ㅠ.ㅠ
고등학생 때 친구들끼리 푼돈 모아 선생님께 드릴 케잌을 샀는데 다음날 갖다 드리려고 방 한구석에 뒀다 담날 열어봤더니 ㅠ.ㅠ
짐작하시겠지요? 제 친정 기둥은 겉만 멀쩡했어요. 속은 개미집이었다나 뭐라나, 그래서 지금도 개미 한마리만 집에 나타나도 초
비상이랍니다.
다음 주 김장해요. 물가는 항상 만만치 않으니 정말 월급만 뺴고 다 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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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산 2012/11/1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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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이 넘 이뽀요~ 먹기 아까울 정도로,,,ㅎ 붉은 고추 드르륵 갈아넣고 얼갈이 김치 담그면 참 맛있게 먹었던
엣날 기억이 나내요. 절궈논 김치에 찹쌀풀 쒀서 식힌물 부어서 익혀먹는 스탈, 부산 물김치네요 ^^
제 꿈중의
하나^^ 나중에요 마당에 감나무 있고 멀리 철길보이는 곳에서 텃밭 가꾸며 저런 파란것들 야들야들한 얼라들 들다보며
사는건데,,, 농촌에 사는건 쉬운 일이 결코 아닌듯 하여,,,냄푠은 자긴 책만 실컷 볼수 있음 농촌이라도 상관엄따이~~ 이러데요.ㅠㅠ
잡초인지 화초인지 구분 몬하는 눈썰미를 모시고 내가 머하자는 건지 했답니다요.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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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12/11/1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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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물김치하고 딱 아시는구나.ㅎㅎ 예, 말씀대로 찹쌀풀 쒀서 담았어요. 맛있었답니다. 양이 작아 금방 먹어버려
이젠 없으니 누가 맛좀 보자 할리도 없고 ㅎㅎ 그냥 마구 뻥을 쳐도 무방하겠네요.
저희도 한 때 시골가서 농사짓고 살아볼까나
했지만 아이구~~ 화분에 물 한번 안 주고 저 예쁜 배추잎 거들떠 보지도 않는 남편 데리고 뭔 사서 고생이래 싶어 그냥 도시가 좋아~~하고
있답니다. 잡촌지 배춘지 구별 못하는 건 저도 딱 똑같습니다. 새로 싹이 나면 이게 그냥 풀인것인가 내가 심은 것인가 알아내느라 눈과
머리가 고생하지요.ㅎㅎ
오랜만에 뵈니 참 좋습니다. 꽃 본 것 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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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섬 2012/11/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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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초록이 싱싱한게 너무 예뻐서 물김치가 완전 건강식이었을거 같아요 ㅋㅋㅋ 저는 집안에는 화분이 하나도 없어요.
죽일까봐 전혀 안들여놓는다능.. 마당의 식물들은 알아서 자라고 꽃피고 그러다 계절이 되면 다시 시들어 없어지고.. 그래서 제 책임이 아닌거
같아서 좋아요. 사무실에 화분 네개를 건사하는게 전부.. 근데 먹을수 있는 놈은 하나도 없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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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12/11/2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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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수 있는 놈이 하나도 없으시다~~ ㅋㅋㅋㅋㅋ 근데요, 키우던 녀석 잡아먹는거 동물만 힘든 줄 알았는데 식물도
마찬가지였어요. 뽑으려고 들여다 보면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미안해~~ 하면서 뽑아먹었답니다.ㅎㅎ 저도 마당이 있어 좀 프리~~하게
키우고 싶어요. 달랑 화분에 키우려니 조금만 한눈팔아도 시들시들해버려 말씀대로 책임의 막중함을 실감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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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달 2012/12/1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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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집 마당 감나무에서 감을 한 50개는 딴거 같아요. 장갑끼고 사다리 놓고 올라가 감따는 일이 그렇게 스릴있고 재밌을
줄이야. 문득 과수원 하고 싶단 생각했는데, 일단 시작하면 하기 싫어지려나요?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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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12/12/1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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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왕왕~~~ 감나무!!! 저도 그런 열매 열리는 나무 심고 싶어요. 중고등학교 다닐 때 집에 무화과나무가
있었어요. 맨날 그 위에 올라가 앉아 책보곤 했는데~~ 그땐 이런 재미없는 열매가 열리나 했는데 요즘 마트에서 무화과를 비싸게 파는 걸
보면 아쉽지요. 그때 많이 먹어둘 걸 하구요.
좋아하는 걸 업으로 삼으면? 바로 노동이 된다는 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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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2012/12/1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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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립니다. 내년에 상추랑 쌈채들도 성공하실거예요. 상추는 씨를 뿌리세요. 솎아먹는 재미 뜯어먹는 재미 다 느끼실수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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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12/12/1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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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쌀만한 씨앗에서 저런 배추가 튀어나온다는 게 정말 신기했답니다. 처음 나올 땐 힘이 없어 옆으로 픽~ 쓰러져 있곤
하더니만.ㅋㅋㅋ
오후에님 덕이 크지요. 맨날 밭에가서 뜯어다가 이러저러하게 무쳤다 이러시니 부러워서 저지른 일이랍니다. 내년엔
결단코 김장배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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