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내가 난가? 맞나?

merlyn 2012. 2. 28. 16:49



마음이 허하니 주위의 이야기에 휘청거리게 된다.
아니 반대인가?
 
작년 가을, 외국에 살고 있는 선배가 5 년만에 귀국해 만났었는데
이것저것 묻더니 여지껏 고 모양 고대로 살고 있는 내게 마구 핀잔을 주어
한동안 고민을 했었다. 그 선배의 지적에 마음이 상해서가 아니라
그 지적에 흔들리는 내가 낯설어서.
 
이번엔 방구석 차지하고 앉은 모양새에 대해 주위 몇몇에게 한소리 들었다.
정리가 되지 않아 종일 자전거를 타고 쏘다녔다.
똑같이 사는 건 재미없다.
난 멀쩡히 길 가다가도 누가 '그래 그 길로 가야지! '하면 훽~ 뒤돌아서서 다른 길로 가면서 고생하는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 항상 조심한다.
 
그런데 지금 내가 진짜 나인지 아님, 사는 거에 치여 자꾸 쭈그러져 가고 있는 건 지 잘 모르겠다.
 
 




  호주돌팔이 2012/02/28 20:06
  일요일에 집 닦고, 차 닦고 그러면서...
오늘 닦아도 일주일 지나면 또 제자리인데... 생각이 들고 하기가 싫어지더군요.

사는게 반복이 아닌가 합니다.
그 중에 반짝하는 색다름의 유혹 땜시 사는 것이 아닐까요?

일하는 것도 그렇고요...
매일 귀찮은 질문만 가지고 오는 사람들 투성이고, 반복에 반복...
10분 같이 놀아주고(?) 내 보내면 똑같은 반복.
돈 땜에, 아니 그 돈으로 뭘 할건지 땜에 하는 것이고,
그러다 가끔 뭔가 색다르고 재밌는 반짝이 땜시 일하죠.

인생은 도박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계속 잃다가 - 하루 하루 늙어가는 것이니 잃는 것이죠 - 한 번 짜릿한 맛에 계속 붙어 있는...
혹시 얼마 뒤에 또 짜릿할까... 싶어 판을 뜨지 못하는 도박판이죠.
결국엔 도박처럼 다 잃는거죠 뭐...
다만 판을 즐겼음 그냥 거기에 만족해야죠.

도박판에 함부로 훈수 뒀다간 칼부림 나는데, 그 선배님 졸라 용감하심다...ㅋㅋ

훈수들 둬도, 내가 "고"를 부르고 싶음 부르는 것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죠.
그래야지 후회가 덜 남죠...?  
  merlin 2012/02/29 11:01
  ㅋㅋ
시지프스 팔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지요?

그러니 반짝이가 참 중요한 것인데
이게 진짜 내 반짝이가 맞는가? 원랜 안 이렇게 생겼었는데
어느날 문득 개명해보니 쭈그러진 돌뎅이 끌어안고 있었던 건 아닌가~~ @.@~~

어제 자전거 타고 달리면서 생각한 게 마지막 말씀에 있네요.
누가 뭐라든 내 것을 찾으며 살아야하는데~~ 근데 그 내 것이 무어냐~~
 
  queen314 2012/03/04 12:50
  길손이 무지개를 따서 품고 가는데...꺼내 보여 주는것을 보니 깨진 기왓장 쪼가리더라....
라는 동화를 어렸을 때 읽은 기억이 납니다.

나만 무지개를 못딴 것이 아니라.....
다른 길손들도 마찬가지고.. 무지개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죠.
오히려 내가 품은 깨진 기왓장 속에서 천년의 미소를 발견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천년의 미소는 가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마음을 통하는 것이 거기 있다는 걸 아는거죠...
http://pds14.egloos.com/pds/200901/25/70/a0107670_497bf40d9d6f1.jpg

무지개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어리거나 젊은 분들이 아닐까요 ?
그들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죠...

무지개 처럼...

그것은 형체를 가진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형체가 없으며..
같은 무지개를 보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보는사람마다 다른 물방울에 의한 무지개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전공한 물리학은 나이들면 이런데 쓰이는 거랍니다.
 
  merlin 2012/03/05 08:54
  제가 중학교때 짧은 소설을 쓴 적이 있답니다. (우아~~ 쪽팔려라~~)ㅋㅋㅋ
아주 멀리 바다가 보이는 산에 사는 아이가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수평선에 은이 깔려 있는 줄 알고
찾으러 간다는 밑도 끝도 없는 내용이였습니다.
퀸님 무지개 이야기에 까맣에 잊고 있던 옛생각이 났어요.

자기 합리화를 해가며 제 삶을 변명하고 있지 않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그것도 제 것.ㅎㅎ

천년 미소에 와~~ 하고 감탄했습니다. 알고 있던 얼굴인데 새삼 편안하게 보이네요.
음악회 때 뵈었던 퀸님 미소와도 닮았습니다.^^
 
  디페쉬모드 2012/02/28 22:54
  거 ,선배가 뭐라고 했길래,그 선배는 과연 뭘 얼마나 화려한 삶을 살기에 그렇듯 타인의 삶을 함부로 비판하신답니까?  
  디페쉬모드 2012/02/28 23:04
  무언가 조금 나선다고 해서 평범한 일상의 사람을 함부로 비판하는 이들 그들이 비판하는 이들과 하등 다들바 없다고 봅니다.
그렇게 나선만큼의 권리가 있다면 침묵하는 다수에 대한 배려란 의무가 있음을 그들은 종종 잊어버리지요.
전 그래서 나선다 하는 이들 좋게는 안 봅니다.
그저 시위 한 두번 목소리 한두번 올리고 왜 너희들은 모르냐..이런식의 민중운동 정말 재수 없기 그지 없습니다.  
  merlin 2012/02/29 11:20
  세상에서 젤 쉬운 것 중 하나가 남말하는 거잖아요.
ㅎㅎ
문제는 그런 말에 턱! 걸린 저인데 그만큼 쌓아놓은 게 없구나 싶어 마음이 아프더만요.

언젠가 오래 인권운동을 하던 친구가 밥벌이를 하게 되면서 '평범하게 사는 게 이리 힘든 줄 몰랐다'고 말하는 걸 듣고 한 대 칠 뻔했던 일이 생각나네요. ㅎㅎㅎ
일상에 푹 잠기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일상을 우습게 아는 것, 참 무서운 거라 생각합니다.  
  디페쉬모드 2012/02/29 23:10
  일련의 이타적 행위를 하는 이들,가장 조심해야할게 어설픈 사명갘 같은 것입니다.
무언가 나 아니면 안된다는 의식은 자칫 스스로에 대한 검증불가능한 우월감을 부여하며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렇게 함이 어렵지만 그래서 습관적으로 검증의 칼을 제게 먼저 겨누는 편입니다만.....  
  merlin 2012/03/03 18:42
  네, 우월감이 문제지요. 거기에 함몰되다 보면 일상을 사는 이들을 속되고 이기적으로만 보게 되나봅니다. 잊지 말아야할 것은 바로 그 사람들을 위해 운동이라는 것도 하고 자신의 미래도 거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디페쉬모드님이야~~~ ㅎㅎㅎ 한참 더 부드러워지셔도 무방하시지요.^^
 
  은가비 2012/02/29 23:28
  심란할땐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조금 나아질지도 몰라요.
저도 그럴땐 혼자 여행을 가고 싶지만 여의치 않아 가족과 함께 움직이긴 해요. ^^;;  
  merlin 2012/03/03 18:43
  ㅎㅎㅎ
어찌 아시고.
그 때문은 아니지만 며칠 놀러갔다 왔습니다.
바다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행복했어요.
위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나리타산 2012/02/29 23:37
 
멀린님은 멀린님이시쟈나요~~~ 그 분이 멀린님의 크고 찐한 자리를 모르고 그런말씀
한것 같은데요. 그냥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셨음합니다.

그래도 참~~~ 이 '지적질'이란게 당해보면 속으로 골병 들긴해요.
겉으론 의연하게 버티지만요. 습관성 지적질을 아무치도 않게 하는 사람보면
증말 피곤하죠. 저는 한국가면 그런 지적질을 잘 당해서 어떨땐 걍 일본사람인척 합니다.ㅋ

걍 우린 우리 보폭으로 걸어가요. 자전거에 페라리 엔진 달았다고 페라리 아니쟈나요.
멀린님 가지신거 무쟈게 많아요~~ 분명! 잘 생각해 보시면 딱 떠오를거라 믿습니다 ^ㅇ^  
  merlin 2012/03/03 18:52
  일본사람인 척 하시는 거 충분히 이심전심됩니다.ㅎㅎㅎ
외국에 안 살아봐서 잘은 모르지만 줏어들은 풍월로 맞춰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남한테 관심이 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ㅎㅎ 그러니 이런 일이 한 두번도 아니지요.
충분히 휘리릭~~ 넘겼을 법한데 딱 귀에 걸린 것이, 바로 내 속이 허해 그렇구나 했답니다.

가진 거 많다 해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ㅎㅎㅎ
저 혼자 즐겁게 살자가 모토(이런 거라도 된다면)였는데
어느 날 정말 내가 즐겁게 살고 있나 의심이 드니 주머니 뒤집어 보고 있네요.
옙, 우리 자전거 팍팍 달리면서 사십시다. 페라리 처럼 기름을 먹나, 세금을 내나~~ ㅋㅋㅋ
그렇지만 나리타님은 조금 더 세게, 신나게 달리세요.^^
 
  바다와섬 2012/03/01 23:34
  오랫만에 들어왔더니 다들 좋은 말씀들 다 하셨네요. 힘내세요! 선배니까 뭔가 조언을 해줘야 할것 같아서 몇 말씀하셨다가 적절하지 못했구나 그분도 후회하시고 있을지도요^^;;
그러고보니 저는 참 누가 지적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유학에 이민에 예전 인맥들이 많이 끊기고 여기서도 인맥이 최소한이다보니.. 가끔 신앙생활을 열심히 안한다는 엄마의 재촉을 제외하면 누가 뭐라는 사람도 없네요 ^^;; 
  merlin 2012/03/03 18:55
  사실 그 선배야 뭐~~~ 답답해보이기도 했을 겁니다.

섬님을 보고 누가 뭐라겠어요.
항상 불꽃놀이 하듯 바쁘고 즐겁운 와중에도 펑! 펑! 꽃을 피우면서 사시는데.
그래서 주위 사람들도 기분 신나게 해주시잖아요.
어머님이야 잔소리 안 하시면 "엄마"가 아니니까.ㅎㅎㅎ 저도 귀에 딱지 앉게 듣고 삽니다.^^  
  화분2 2012/03/06 07:34
  오랜만에 돌아보니 즐겨찾기 블로거들이 지난 여름이후 쓰지 않거나 폐쇄를 했던데 여전히 여기 계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타인의 말에 흔들리는 자신...패러디를 하자면 흔들리니까 사람이다, 뭐 이런^^ 반갑습니다.  
  merlin 2012/03/06 18:23
  아이구, 오히려 제가 고맙습니다.
찾아주시고 반갑다 해주시니~~
전설의 블로거분들이 문을 닫으시거나 칩거중이셔서 여기가 휑~~합니다.

'생각하는 걸 보니 존재하는구나' 처럼 저도 자극에 움찔! 하는 걸 보니 아직 쓸만하구나~~ 할까요? ㅎㅎㅎ
화분님 돌아오셔서 저도 참 좋습니다.^^  
  현상 2012/03/07 07:45
  선배가 아니라 날벼락이네요 ㅠㅠ;;  
  merlin 2012/03/07 21:15
  하하하하하~~~~ 맞아요. 날벼락 ㅋㅋㅋㅋㅋ

5 년마다 나오면 꼭 만나 반가와하는 사이인데 이상하게 이번엔 아프게 하대요.
같은 전업주부로 살다 외국으로 가 여러 직종을 거치면서 무척 열심히 산 선배거든요.
그러니 돌아와 쳐다보면 별 변화없이 사는 제가 답답했다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