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돌아온 지 거의 열흘이 지나서야 여행 일기를 올린다. 아줌마의 일상은 여행하기 전에도 또 후에도 그저 바쁘기만 하다~~는 핑게도 좀
민망하다. 하는 일도 별 없이 시간만 보냈으니 ㅋㅋㅋ 12월 11일 시작!내내 구름이 끼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다가 문득
눈 앞에 갑자기 나타난 저 아래 암스테르담은 온통 밝은 초록빛이었다. '이게 뭐야~~ 이거 완전 별천지에 왔네!' 하는 생각과 함께
떠오른 것.아이구 두터운 파카를 입고 왔는데 더워서 이를 어째~~ 였다.온통 초록색인 땅위에 아기자기 에쁘장한 집들이 보이고 그
사이로 가느다랗게 수로와 떠가는 배도 보이고. 정말 동화나라 같았다. 여기는 겨울도, 싸늘한 바람도, 시린 손도 없겠구나!그러나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 같은 소리~~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심사하는 곳으로 들어서니 썡~~ 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은 물론 비행기에서 같이
내린 만만한 티셔츠 바람의 떡대 서양인들도 가방 속에서 부시럭거리며 두꺼운 옷들을 꺼내입기 시작했다. 그럼 그렇지. 네덜란드를 떠날
떄까지 그 미스테리를 풀지 못했다.한 겨울인데 어떻게 풀이 몽땅 초록색일 수가 있는지.여러번 이 나라에 왔었던 남편은 어디서 듣긴
했다며 그런 종류의 잔디를 심는다고 말했지만 길가 초록 들판을 들여다 보면 잔디 곁 이름모를 잡초들도 똑같이 싱싱한 초록색이었다.
예쁘다고 다들 감탄하는 집은 눈에 안 들어오고 왜 자꾸 풀밭으로만 눈길이 가는지.물어봐 달라해도 들은 체도 안하는 남편을 두고
혼자 궁시렁거렸다.궁금한 거 하나도 없는 심심한 사람같으니!영어공부 열심히 해 담에 오면 내가 직접 알아내고야 말테다.

사진을 찾아보니 가까이서 초록식물을 찍은 것이 없다. 어쨋든
보기엔 봄날이었다.
거리를 구경하며 아주 색달랐던 것이 애기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두 죽어라하고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것이다. 나도 자전거 애용자라 처음엔 무지 반가왔는데 이게 만만치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론 자전거는 안장 위에 앉았을 때 두 발이
땅에 닿는 걸 골라야 한다는 건데 이 곳 자전거는 전부 쌀집 아저씨가 타는 대형자전거였다. 발이 땅에 닿기는 커녕 완전 대롱대롱 매달려 타고
다닌다. 거기다가 어찌나 험하게 몰고 다니는 지 차는 안 무서운데 자전거 피하느라 종일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거기 사람 말로는 자전거 한
대에 600유로가 나간다는 데 -그럼 백만원이라는 소리?-그래서 도둑이 엄청 많다고.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도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다니신다. 사진처럼 자전거
뒤에는 커다란 비닐 가방을 양쪽에 매달아 짐을 싣는다.
둘째날엔 남편의 꼬임에 넘어가는 척 해주느라 관광지마다 다 있는 이른바
빨강버스를 타고 일명 '노인네' 관광을 했다. (이건 내가 붙인 이름. 발바닥은 놀면서 차 안에 앉아 여기저기 빙빙돌면서 구경하니까) 다른 건
다 그저 그랬는데 점심 먹으라고 내려준 곳이 그 유명한 델프트.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델프트 도자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걸 만드는 공방에도
갔는데 구경을 다하고 밖으로 나와보니 그 곳 바로 앞을 흐르는 운하 위로 힘차게 노저으며 카누(?)를 타고 가는 아줌마가 보였다. 남편이 십
여년 전에 이 곳에 왔을 때도 노저어 가는 씩씩한 아줌마를 보고 참 인상적이었다고 내게 얘기해주었는데 희한하게 이번에도 똑같은 모습을 본
것이다. 남편은 같은 아줌마가 십 년이 넘게 여기를 왔다갔다 하고 있는가보다며 좋아했다. ㅋㅋ

점심을 먹으로 델프트 시장으로 들어서니 줄줄이 노점이 열려있고 사람들이
유난히 많은 곳에서 그 유명한 헤링을 팔고 있었다. 청어 날 것을 소금에 절여 양파 다진 것과 함께 그냥 통째로 먹거나 빵 사이에 끼어 먹는데
아주 인기가 좋아 그 곳 사람들은 동전을 연달아 내 놓으며 헤링을 한마리씩 집어 계속 먹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온 관광 온 한 쌍의 청춘
남녀는 한 사람은 폼 잡으며 청어 꼬랑지를 붙잡고 입에 넣는 시늉을 하고 여자는 끔찍하다는 표정으로 사진을 찍느라 요란을 떨고 있었다.
남편은 덩달아 옛추억에 신이 나서 헤링을 끼운 빵을 사서 내게 들이대는 게 아닌가!
음~~ 못 먹을 꺼야 없지. 다들 잘만
먹는데 하고 망설이는데 곁에서 생선튀김을 먹던 아주머니가 빙그레 웃는다. 남편이 아내의 첫시도라고 아니까 보나뻬띠! -맛있게 먹으라는 프랑스말-
하고 응원! 난 입 딱 크게 벌리고 맛있게 먹었다. 긴장을 해서 맛있었는지 아닌 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씩씩하게 먹었다.

헤링 먹는 건 못 찍었다. 먹느라 정신이 없어서. 바로 곁에 있던
치즈가게.
치즈의 나라답게 이런 종류의 가게가 무지 많았다. 그리고 어디든 시장이 제일 재밌고 신난다.
시간이 너무 늦었고
컴퓨터 쓰려고 대기 중인 아들 땜에 나중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