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lyn
2009. 11. 28. 10:36
김장을
끝냈다.
만세, 만세, 만세!!!!!
한 해, 두 해 한 것도 아닌데 김장철만 되면 어깨에 돌덩어리 하나 올려놓고 사는 것
같다.
재작년부터 절임배추를 주문해서 하니 힘든 것도 반으로 줄었건만.
올해는 더구나 쉽게 시작했다.
지난 주말에
남편이랑 마늘을 두접이나 홀라당 까놨고 -난 마늘까주는 남자 복이 많다. 전엔 아버지가 종종 다듬어 주셨는데, 남편도 잘 도와준다-,
전에
강화에 놀러갔던 길에 운좋게 막 배에서 내려놓아 펄펄 뛰는 김장새우를 만나 얼른 사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고, 택배 아저씨가 바쁜 중에 마다않고
우리 집에 먼저 배추를 내려주셨다. 부탁 전화할 땐 '아줌마 바빠죽겠는데 그딴 소리나 하고~~' 욕들으면 어떻하나 했는데 아주 친절하게
그러마고는 12시도 되기 전에 갖다주셔서 어찌나 고맙던지.
(우리집이 1동하고 나란히 서 있지만 숫자로는 끝동이라 차례가 맨 끝이다,
그래서 김장때는 1동 물건 내릴 때 같이 내려주십사 부탁한다. 그렇잖으면 저녁에야 받으니)
집에 있던 호박고구마를 구워 음료수랑 드렸더니
무지 좋아하셨다.
이렇게 잘 시작했건만 하다보니 양념이 많이 남게 생긴 게 아닌가! 쉽게 끝나기는 틀렸네.
얼른 배추를 두
포기 사다가 절였다. 배추 파는 총각이 날 보더니 "아줌마, 양념 남아서 뛰어 나왔구나!" 하고는 웃더라. 몰골이 딱 그 모양새였던 듯.
ㅠ.ㅠ
결국 밤 1시가 되어서야 뒷 설겆이를 끝냈다.
그리고는 어젠 전기장판에 딱 들러붙어 지냈다. 나이가 정말
무섭네~~
몸이 피곤해도 돌아다녀야 풀리는데 정말 손가락 하나 이불 바깥으로 내놓기가 싫었다.
돌아 눕기도 싫어 한 방향으로 두시간을
누워 있다가 이러다가는 전기장판에 눌러 붙겠구나 싶어 저녁나절 옷 차려입고 구두까지 챙겨신고 시내를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죽는 줄
알았다. 다시 전기장판행~~
마늘도, 고추가루도, 김장도 다 마련했으니 먹을 것 준비는 마쳤다.
기분 무지 좋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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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산 2009/11/2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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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고... 추카추카 드립니당~ㅎ 그 든든하고 뿌듯한 맴은 주부들만의 달성감이지 싶네요. 김장이 큰 일 중에
큰일이고 중노동인데 어무이들은 항상 온 몸을 던져서 탄생시킨 김장김치의 소중함. 이제서야 절실하답니다요...ㅎ
에뿌게
차려입으시고 시내나가실 때, 제가 폴짝 뛰어가서 팔짱끼면서 멀린님~~ 우리 맛있는거 먹으러 가요오오 할 수 있음 올매나 좋을까
상상했답니다.ㅎ 한국호박고구마는 참 달던데, 그 아쟈씨 횡재하셨네요.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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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09/11/2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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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님이 폴짝폴짝 뛰어와 제 팔짱을 끼시면서~~ ㅠ.ㅠ ㅠ.ㅠ 상상만해도 너무 좋아요. 정말 좋아요.
ㅠ.ㅠ 팅팅 부은 얼굴로 쌀쌀한 거리를 혼자 쏘다녔는데. 리타님과 떠들고 웃다보면 붓기도 확~ 내려앉았을텐데. 고맙습니다.
언젠가 우리 꼬~~옥 그렇게 해요. 아유~~ 김장 잘 익으면 한 통 보내드림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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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산 2009/11/2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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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제 밤에요. 하도 밥맛이 없어서 너구리 끓여 먹고 잤더니. 오늘 엄청난 비극을 당한 얼굴을 하고
있네요. 울 냄푠이 나가면서 한다는 말이... 니, 밤에 잠안자고 또 울었나?? 그러길래, 차마 라면먹었단 말은 몬하고
괜찮아, 잘댕겨와~~ 그랬쬬.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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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09/11/28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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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비련의 주인공 쪽을 택하셨네요. 저희 둘이 팔짱 끼고 걸었으면 커다란 보름달이 두 개나 두둥실~~~ 시내가
훤~~ 했겠지요?
"또 울었나"에 마음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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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돌팔이 2009/11/2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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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포기 하셨나요...? 요새도 크게 김장하는 집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제 마눌은 그래도 김치 담글지는 알아서
다행입니다... (그말은 모르는 여자들도 많다는 얘기) 몇번 게으름신의 강림으로 사먹어 보더니 - 조미료가 센지, 야릇한 맛이 있다가
4-5일도 못가서 시어버리더군요. 한국산, 호주산(여기에 있는 교민 김치 브랜드) 다 똑 같더군요. 그러더니 다시
담그더군요...
근데 요즘 고춧가루가 너무 맵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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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n 2009/11/29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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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홋~ 김치까지 담그시는 부인 그거 다행인 정도가 아니라 복 터지신거시야요. 한국밖에서 김치담기가 쉬운게
아니죠. 재료도 시원찮고. 저두 결혼한지 거진 16년인데 김치 안사먹은지 한 이삼년 밖에 안되요.
이젠 담그다보니 산거
못먹겠다시는 말씀 뭔 말인지 잘 알지요. 정말 조미료 맛이 너무 강하고 맛이 야릇한거 맞구만요.ㅋㅋ 글구 막상 담아보니 배추도 울매나
꼼꼼히 씻어야는지 안그럼 벌레니 뭐니 디게 이상한 것들 많던데 파는게 그리 꼼꼼히 씻겠어요. 그러니 단백질도 많이 들어가서
맛이 더 요상해지는거 같기도 하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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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09/11/2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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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임배추라~~ 대강 스물 다섯포기 정도 했어요. 예전에 비하면 암 것도 아니지만 세 식구 양으로는 많은 편이예요. 혼자 계신
친정 어머니도 드리고, 가족들이 워낙 김치를 잘 먹어서요. 제 친구들 중에서도 김치 담그는 사람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이
나이에도 여전히 친정이나 시집에서 가져다 먹더라구요.
저는 전에 팔목 아플 때 두 어번 사먹어 봤는데 이름이 알려진 상표 김치는
오히려 맛이 너무 강하고 시어지면 맛이 없어요. 차라리 시골서 소규모로 파는 곳이 더 나았습니다. 요 근래 매운 음식이 유행인지라
고추가루도 매운 맛이 많이 나옵니다. 여기야 선택의 여지가 많으니 맘껏 고를 수가 있어 좋지요. 저희는 매운 것은 별로라 얌전한 맛을
고릅니다.
마눌님께서 타국에서 직접 김치 담으신다니 이래저래 장가 잘 드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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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돌팔이 2009/11/28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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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그럴만한 사람 골랐죠... 그 것도 긴긴 얘기라고 할 수 있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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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09/11/2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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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시기까지? ㅋㅋ 긴긴 얘기 한 번 풀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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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n 2009/11/29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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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고 무진장 수고 마니 하셨네요. 그 뿌듯함 이루 말 할 수가 없지요.
갓 담근 김치 죽죽 ㅤㅉㅣㅅ어서 밥
하고 먹었으면. 땡스기빙이라고 계속 칠면조에 어젠 또 스파게티에 진땅 미국음식만 먹었더니 김치 말씀하시니 침이 주루룩~
-_-a
전 이번에 배추 세일한다고 조타고 사와서 담궜는데 역시 오래된 배추라 맛이 여엉~ 그거 몇 불 아낀다고 그랬는지
제가 제 머리 찍고 싶은 심정이랍니다. 기냥 푸욱 익혀서 김치찌게나 해먹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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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09/11/2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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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그러잖아도 삼겹살 삶고 겉절이해서 먹었는데 linen님 부를꺼를~~ 죄송^^ 담엔 꼭 오시라할께요.
여기도 큰 마트에서 배추를 사 오백원에 파는 행사를 합니다만 잘 안사게 되요. 김치는 워낙 한 번 담기 힘든 거라 배추도 잘
골라야하잖아요. 그래도 집에서 담으면 아무리 맛없어도 제 값을 해요. 찌개 끓여먹어도 맛있고. 돼지고기 큼직큼직하게 넣어 묵은지찌개 만들면~~
에구 김장 익을 때까지 어찌 기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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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he 2009/11/2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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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김장! 얼마나 그리운 단어인지 모르겠어요. 전 김장은커녕 어쩌다 먹는 김치도 걍 한국수퍼 가서 사먹는 데. 그래도
하도 가끔 먹어서 사먹는 김치도 맛있더라구요. 스물 다섯 포기면 많은 거죠? 갑자기 생굴이 들어간 양념을 절여 놓은 배추에 싸 먹는
상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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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09/11/3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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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이 그립다하시는 걸 보니 isshe님은 김장을 안해보신 분이 틀림없을 듯~~ㅋㅋ 김치통 꽉꽉 채워놓고 나면 정말 좋지요.
오늘, 남은 양념에 생굴넣어 먹으려는데 얼릉 달려 오세요. 김장 한번 더해서 외국에 계신 분들께 좌~~악 돌리면 참 좋겠어요.
일본으로 미국으로 호주에서 독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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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갈마왕 2009/11/3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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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셨습니다. 잠시겠지만 그 해방감이 보상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전기장판말고 찜질방을 가셨어야 하지 않을까요?
김장하고서 음식싸와서 자시는 분들 많을텐데.. 김장하고 나면 든든하시죠? 겨울 행복하게 해주는 김치~ 김치라고 쓸 때마다 기분이
묘해지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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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09/11/3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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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을 떠올리다 그거 나가는 것도 싫어져 그냥 개겼습니다. 찜질방에서 싸온 음식도 먹는군요.
겨울을
행복하게~~ 맞는 표현이십니다. 정말 행복하지요.한 포기씩 꺼낼 때마다 부자된 기분이예요. 히히 김^__________^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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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갈마왕 2009/12/0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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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뭔가를 알고 계신다는 듯한....이 느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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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gumi 2009/11/3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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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토닥토닥 토닥토닥!!!! 제 손이 매워서요.. 엄마 어깨 주무르면 아프다고 하지마라 하던데.. ㅎㅎ 시원하게
주물러 드리고 싶네요 ^0^
전기 장판.. 전 그거 체질에 안맞아서 못쓰겠더라구요. 한번 쓰고 그 담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온 몸이 아픈것이.. 그 뒤로는 아무리 추워도 전기 장판 깔고 안자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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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09/11/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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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구구~~~ 션해라~~~ 우리 메구미님 손도 야무지지 ~~ 고마와요. 어깨 뭉친 것이 저절로 스르르~~
하네요.
예 저도 전기장판 오래는 못 써요. 그리고 귀대고 누워있으면 쯔르르르 전기흐르는 소리같은 것도 나고. 메구미님
몸 아픈 건 전자파 때문일꺼예요. 남편이 이런 걸 좋아해 거실 러그 밑에 깔아놓고 끼고 살지요. 남편이 켜면 난 끄고 또 켜고 또
끄고 ㅋㅋ 전 비상시기에만 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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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a 2009/11/3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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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많으셨네요. 김치 만들어먹기 시작한 지 서너 달, 지난 번에는 김장이다~ 생각하고 두 포기를 담았다지요. 한포기 씩은
할만하던데, 맛이 어떻게 들었을런지 궁금해집니다. merlin님 댁에서 조금, 또 다른 이웃분들께 조금, 그렇게 얻어다 먹을 수 있으믄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도 들구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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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09/11/3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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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외출하기 전 deca님 집에 들렀다가 에구~~ 이럴 수가 하고 도망나왔답니다. 떡까지 해놓으셔서.(제가 검사받느라고 굶는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김치까지~~~ 대체 못 하시는 건 뭘까요?
정말 몇 포기씩 나눠드릴 수 있다면 김장 한 번 더
할 수 있겠어요. 외국 사시는 분들이 워낙 그리워하셔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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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름살이 2009/12/0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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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셨어요.^^ 김장하고 나면 몸살 나요. 저도 한 덩 쳤습니다.ㅎㅎ 그래도 해마다 조금씩 수월해져요. 시아버님을 위해
백김치도 한 항아리 담곤 했는데. 힘들다고 못하게 하시네요. 덕분에 수월해졌지요. 그 외 깍두기도 담그는데. 올해는 양념이 딱 맞춤이라 깍두기도
안 담갔어요. 겨울에 입맛 없을 때 싱싱한 굴 사다 깍두기 담가 제 때 먹어도 되니까. 암튼 지금은 이런저럭 김치로 식탁이 푸짐해요. 며칠
지나면 틀림없이 이제 다른 반찬 좀 먹자 하겠지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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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 2009/12/0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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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엄살부리다가 푸름살이님 김장 스토리 보고 완전 깨갱~~ 했답니다. 그 많은 양을 어찌 다 하시는지. 정말
고생하셨어요. 저도 백김치나 알타리 하곤 했는데 이번엔 그냥 넘겨버렸습니다. 농사지으시느라 애쓰시고 김치하느라 또
고생하시고. 푸~~욱 쉬세요. 저는 벌써 묵은지 생각한답니다. 그떄까지 어찌 기다리나 하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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