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훌라 치마

merlyn 2009. 11. 23. 15:35


지난 주엔 베란다에 있던 화분을 몽땅 방안으로 들였다.
화분이래봐야 산스베리아 하나, 하와이언 티트리, 그리고 선인장 종류 다섯 개 밖에 없는데다 식물 키우는 데는 아예 일자무식이라 그닥 폼 나지도 않는다.
그저 물주면서 너 참 이쁘다, 정말 이쁘다 하는게 내가 해주는 전부!
그래도 나름대로 애지중지하는 것들이다.
 
티트리( Ti Tree)를 거실로 들이다 나리타님 생각이 났다.
하와이 가고 싶으시다는 글에 훌라춤 출 떄 입는 치마 만들어 드린다고 했는데. ㅎㅎㅎ
 
IMG_0037.jpg
 
 
 
 
 
 
 
 
 
 
 
 
 
 
 
 
 
 
 
 
 
 
 
 
 
 
 
 
 
 
 
 
 
 
 
 
 
 
 
 
 
 
이 나무는 멀리 캘리포니아에서 왔다.
2003년 동생은 샌프란시스코 근처에서 살고 있었는데 제부 몸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받게 되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서 이런 힘든 일을 겪으면서 여기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전혀 말을 하지 않아 우린 수술이 끝나 통원치료를 한참 받고 있을 때까지 몰랐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된 뒤에 전화로 이 소식을 듣고 가족 모두 무척 놀랐고 누군가가 가서 보고 와야 맘이 놓일 것이라는 결론으로 내가 대표로 느닷없이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막상 가보니 제부는 수술 경과가 좋아 여기서와 크게 다름없어 보였고 항상 그렇듯 사람좋은 얼굴로 걱정하게 만든 것에 미안해하면서 동생이 힘들었는데 보러 와 주었다고 고마와 했다. 걱정했던 조카 둘도 씩씩하게 학교 생활을 잘 하고 있었고.
 
그 바람에 주말에는 유명한 17마일 드라이브코스까지 달려보는 즐거움을 누렸다.
몬트레이에서 내려 점심을 먹고 기념품 가게에 들렀는데 조그만 비닐봉지에 지름이 2센티, 길이가 6센티 정도되는 나무 토막 세 개가 들어있는 게 눈에 띄었다.
대체 이게 뭐야 하고 설명을 읽어보니 그 막대기 양끝에 발라놓은 왁스를 벗겨 물에 담아 놓으면 싹이 터서 큰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싶어 신기해 1달러를 주고 사서는 조카들에게 하나씩, 나 하나 이렇게 나눠가졌다.
 
서울로 돌아와 두어 달이 지난 후에야 그 토막을 들여다보다 궁금해 왁스 끝을 살짝 벗겨 보고는 그냥 식탁 위에 올려두었는데 어라! 며칠 있다보니 거기서 움이 트고 있는게 아닌가! 깜짝 놀라 설명서 대로 물에 담가두니 싹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싹이 3센티 정도 컸을 때 화분에 옮겨 주었는데 그게 저렇게 커버렸다.
뿌리 쪽을 보면 그 막대기 모습이 아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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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준듯이 큰다는 게 딱 이 나무를 두고 생긴 것 처럼 하루가 다르게 크는 이 녀석이 하도 신통하고 예뻐, 매일 쓰다듬어 주다 궁금해 인터넷을 뒤졌더니 이게 바로 하와이에서 훌라춤을 출 때 입는 티트리 스커트를 만드는 나무란다. 저 잎사귀를 엮어 치마를 만든다고.
원래 훌라춤 출 때 입는 치마는 그래서 아주 짧았는데 선교사들이 들어와 너무 선정적이라고 긴 치마를 입게 했단다. 치마가 선정적이었는 지, 선교사 마음이 선정적이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ㅋㅋ 
 
조카에게 주었던 토막 두 개는 나중에 이삿짐에 묻어 오다가 짓눌려서 그만 뽀개지고 말아 저 녀석 하나만 살아남은 셈이다.
이제 여섯 번째 겨울을 맞는 녀석을 거실에 들여 놓으며 매 번 같은 말을 해준다.
"인석아, 추운 데 와서 고생한다. 그래도 어쩌냐, 이게 너랑 나랑 인연인걸~~ 잘 크자!"
 
P.S. 나리타님! 치마 만들만 한가요? 조금 야한 걸로 입으셔야 할 꺼예요. ㅎㅎㅎ 





나리타산 2009/11/23 16:10
  그런 사연이 있는 티 트리였군요.
정성들여 잘 키우신 표가 물씬 납니다요. 이파리 윤기가 빤지빤질~ㅎ

그런 귀중한 티트리로 제 무시다뤼를 커버한다고 생각하니
느무느무 죄송시러운 마음이 앞서네요.ㅋ
말씀만으로도 무지 감사드리구요, 제가 필사로 다리를 좀 이쁘게
만들어서 살짝 들이밀어 볼게요. 티 트리야~~ 이 다리 워뗘?? ^ㅇ^
merlin 2009/11/23 21:02
  무슨 말씀을~~
나리타님이 입어만 주신다면야 (물론 그 전에 제가 온전한 치마를 만들어내는게 더 문제겠지만요) 영광이지요. 리타님 훌라춤 추시면 진짜 멋있을 겁니다.
기대 만땅!

이제까지는 저 나무를 보면 캘리포니아 생각을 했는데 이젠 나리타님이 생각나겠지요?
나리타산 2009/11/23 22:24
 
아공. 황송시러버라.ㅎ

저도 멀린님 생각나는 먼가를 하나 맨들어야 겄어요. ^ㅇ^
merlin 2009/11/24 09:11
  그저 가끔 들러주시는 것 만으로도~~
그리고
그쵸? 하고 맞장구 쳐주시는 것 만으로도~~ ^^
호주돌팔이 2009/11/23 16:54
  티트리 스커트...
그 안에는 무신 빤쓰를 입을까요???
덜 자랐음 그냥 미니스커트 만드심 어떨지요?

전 선인장 하나도 말려죽인 놈입니다...
뭘 잘 죽이는 손으로 사람 살리는 일 하고 있으니....
막 무서워 지지 않슴까?
merlin 2009/11/23 21:07
  에휴~~~ 야호돌이 아니시랄까봐~~
아직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하셨네요. 치맛속을 궁금해하시니~ ㅋㅋㅋ
부인께 확! 일러 바치면???

호돌이님 손은 동물성인가보네요.
식물 키우는 사람은 많지만 사람 살리는 사람은 그렇지 못하니 하나도 안 무섭네요.
사실 저도 많이 죽였답니다. 참 희한해요. 이쁘다 해주는 게 조그만 줄면 벌써 땟깔이 달라져요. 후줄근한게~~ 사람이나 식물이나 똑같지요.
호주돌팔이 2009/11/23 21:32
  원래는 티트리 스커트 안에는 암것도 없지 않았을까... 싶슴다.
서구문명이 오면서 빤쓰를 입혔겠죠?

동물성이면, 수의사를 해볼까...
아님 환자들을 짐승처럼 다뤄볼까요....
ㅋㅋㅋ
merlin 2009/11/24 08:45
  환자들이 제게 돌 던지게 생겼어요.==3
대갈마왕 2009/11/23 19:51
  전 선인장 속에 구더기를 키우는 재주가 있었죠...ㅎ
호주돌팔이 2009/11/23 21:30
  그정도면 본좌에 오르실만 합니다...
merlin 2009/11/23 21:09
  으익~~ 어쩌다 그런 재주를!
근데 뭘 먹고 컸대요? 선인장을 먹으면서 클 것 같진 않은데.
대갈마왕 2009/11/23 19:53
  선교사의 편견없는 원래의 짧은 타입이라면.... 얼마 필여않겠네요. 리타언니만 고민스럽겠네요. ㅎ
merlin 2009/11/23 21:15
  한 허리 돌아갈 정도면 되겠지요?
리타님 무지 아름다우실 꺼예요. 제가 치마만 제대로 만든다면요. 클났다!
나리타산 2009/11/23 22:22
 
만약에 만드시게 되면 허리에 고무줄은 꼬옥 넣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리고요,
고백하자묜. 지는 훌라는 커녕 농악도 몬하는 체질임돠.
아마도 훌라는 스커트에 자극받아서 막훌라~~ㅋㅋㅋ
merlin 2009/11/24 08:47
  ㅋㅋㅋ
고무줄! ㅋㅋㅋ
리타님은 농악보담 훌라가 아니, 쌀사 같은 게 훨씬 어울릴 것 같아요.
대갈마왕 2009/11/24 18:28
  농악말고 풍물이라 해주세용~
리타언니는 좀 분위기가 쫄쫄이타이즈란 말이죠...원랜 아니었는데 그렇게 되었단 말이죠.. 다 가능한 능력자일지도 모르고..ㅎ
나리타산 2009/11/25 00:49
 

흠흠! 숨겨논 리타언냐의 재능인디.

간만에 '지루박' 함 땡겨 봐야 쓰겄따아~~
김언냐 땡길 준비 되시고?? ^ㅇ^
대갈마왕 2009/11/27 14:45
  저는 리드하는 사람에게 몸을 맡기는 타입~ ^^
oflife 2009/11/23 21:39
  손이 이쁘시네요.^^*
merlin 2009/11/24 08:53
  어머머머머~~ 부끄러워라.
손 예쁘단 소린 첨인데요. 고맙습니다.
호주돌팔이 2009/11/24 09:52
  저도 그렇게 쓸려다가...
그랬담 마눌이 왠 수작거냐고 태클을 걸것 같기에 관뒀슴다...
merlin 2009/11/24 16:46
  자가 검열기능이 덜컥 작동한 걸 미루어 짐작해보니
종종 마눌님께 혼나신 듯 ㅋㅋㅋ
isshe 2009/11/24 20:44
  저도 손 예쁘다고 쓸까했는데….
레즈비언 아니야요 노, 노노
merlin 2009/11/25 10:59
  손 내젓는 isshe 모습에 ㅋㅋ
여러분들의 열화와 같은 칭찬에 실물을 다시 보니~~
사진빨인가봐요.
isshe 2009/11/24 01:12
  조세핀 베커는 바나나 치마 입고 춤을 추었고
멀린 님은 티트리 치마 입고 훌라라~~~

치마보다 지 스트링 만드시는 것은 어떨지.
잎 하나 가지고 한 10개 지스트링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merlin 2009/11/24 09:00
  조세핀 베커가 누군가 하고 찾아봤어요.
와~~ 참 대단한 사람이네요. 매력있고.

지 스트링! 이 잎사귀가 정말 세로로 길게 잘 잘라져요. ㅋㅋ
몇 개 보내드릴까요?
isshe 2009/11/24 20:51
  저 잎사귀를 예쁘게 오려도 될 듯해요.
갑자기 이상한 상상이 날개를 타고.... : )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이렇게 도움이 안 될 상상만 잔뜩. 한심)
merlin 2009/11/25 11:00
  isshe 님 디자인하고 저는 오려서 팔고!
저까지 이상한 상상을 ~~~
vackersunny 2009/11/24 03:44
  답글읽다 깔깔깔 여러번 웃었네요. 지붕뚫고하이킥보다 더 재미있는거 같아요 ㅋㅋ
merlin 2009/11/24 09:05
  여기 오신 분들 무지 재밌죠?
커피마시며 앉아있다가는 실수해요. 푸하하~~ 뿌려서.

'지붕뚫고 하이킥' 남편이 보는 유일한 드라만데, 특이하게 거기 허스키 해리를 무지 좋아해요. 저런 딸 있음? 그냥 다 받아 줄꺼래요.
크리스 크리스 2009/11/24 07:25
  우선 나리타산 님에게 허리사이즈부터 물어보셔야지요.
merlin 2009/11/24 09:07
  이런~~ 젤로 중요한 걸 잊었네요.
아니죠, 고무줄 넣어달라고 하셨으니 프리사이즈로도?ㅋㅋㅋ
linen 2009/11/24 13:18
  이쁘다 이쁘다 하면 잘 큰다는데 동감합니다만,
저두 식물 키우는 재주는 없네요.
자꾸 까먹어요 그걸.ㅋㅋ

게다가 고양이넘이 식물이란 식물은 가짜 식물도 가만두질 않습니다.
좀 큰 건 매달려서 타잔놀이하고 작은건 가지나 이파리를 다 물어뜯어 놓거든요.
초록색만 보믄 정신을 못차리는 풀 뜯어먹는 고양이랍니다.
한동안은 음식할려고 파도 씻으면 그것도 훔쳐갈라고 애쓰더만, 몇번 뜯어먹어보고 맛없는가 요즘은 좀 잠잠하네요.^^
merlin 2009/11/24 16:47
  고양이가 그딴 짓도 하는 군요.
그러잖아도 식구들이 고양이 키우자고 난리인데
키워선 안 될 쪽 항목이 하나 더 늘었네요.
이렇게 말해도 남편과 아들은 '이파리 물어뜯어? 아유 예쁘겠네~' 이럴 꺼예요.
linen 2009/11/25 08:03
  고양이 함 키워보세요.
아주 재미납니다.
하는 짓도 귀엽고요.
강아지만큼 살갑지 않지만 또 그만큼 손도 덜가니 쉽구요.
울집 고양이가 울집 애깁니다.
목욕도 시키고요.
어젠 국수 먹는데 잘 먹지도 못하믄서 그거 훔쳐먹고 싶어서 수작을 부리는데...
우리딸이 그럽니다.
사고를 쳐도 다 이뻐서 용서할 수 밖에 없다고.^^
merlin 2009/11/25 11:04
  그러잖아도 어제 linen님 고양이 얘길 했더니 다들 난립니다.
파도 먹어? 타잔같이 나무도 타? ㅋㅋㅋ 재밌겠다 하면서요.
국수 얘기까지 하면 아예 오늘 데려온다 할꺼예요.
콜로라도 2009/11/24 23:18
  '17 마일 드라이브'는 페블 비치 골프장을 통해 가는 해변 도로를 말하는 것 입니까?
저도 딸이 몬트레이의 해군 대학원을 다녔기에 한번 그리고 직장일로 해서 한번 꼭 두번 갔었지요. 다음 번에는 그곳의 골프장 주위의 아름다운 해변 사진도 올리셨으면 합니다.
merlin 2009/11/25 11:09
  예, 바로 그 길이예요. 페블 비치는 정말 정말 근사하던대요.
무슨 파티가 있는 지 멋진 턱시도와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선남선녀들도 보고.
해안가에 해초 줄기가 제 팔뚝만해서 야~~ 미국은 해초도 크구나 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은? 동생이 찍어 보내줬는데.
콜로라도님 말씀하시니 사진 생각이 나네요. 찾아봐야겠어요.==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