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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이모의 바램

merlyn 2011. 2. 24. 22:56


 
어제 장보러 마트에 갔다가 뜻밖에 이모를 만났다.
나의 막내 이모.
네 자매 중 가장 현명하고 미인이고 멋장이다.
 
내가 태어나던 날엔 엄마 곁을 지켜 주었고
내 아들이 태어나던 날, 내 곁에 있어 주었다.
직장 다니던 시절, 아무 연락없이 아줌마가 오질 않을 때마다 한번 마다않고 내 아이를 봐주던 분도 바로 이 이모다.
 
그런 찐한 인연말고도 우린 박자가 잘 맞아 자주는 아니지만 한 번 전화하게 되면 두 세시간은 족히 수다 떨 수 있다.
그리면서 전화 끊기 전에 서로에게 항상 하는 말.
"아까 그 얘긴 비밀이야!"
이모랑 나랑은 여러가지 다른 점이 많지만 철통같은 입단속이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어
우리 둘은 오만가지 비밀을 털어놓고 나누고 지킨다.
 
이 근처에 볼 일이 있어 온 김에 장 보려고 들르셨다는 이모랑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마주 앉았다.
"그러잖아도~~ "하면서 둘째 아들 녀석 흉볼 거 참느라 애썼다며 그 애기부터 털어낸 이모는 혼자 되신 울 엄마 걱정이며 마산 사시는 외삼촌 걱정까지 두루 끝내고는 방금 샀다는 봄잠바를 꺼내 입어보이며 자랑하셨다.
"이모, 그거 비싼 거지?"
"으응~~ (특유의 비밀스런 웃음을 지으며) 쇳가루 좀 썼어"
ㅋㅋㅋ
"블라우스도 예쁘네"
"이것도 확 지른거야"
"지르긴, 이모 나이에. 그냥 산 거지"
 
엄마는 막내 이모를 말할 떄면 걔가 피난와서 '날리는' 학교에 다니는 바람에 간에 바람이 좀 들어갔다고 하신다.
다른 이모들과는 달리 막내이모는 나이 드시면서 조금 비싸도 예쁜 옷과 좋은 물건 사는 걸 무척 즐거워하신다.
콩나물 다듬으라 하니 콩나물에 물 부어놓고 손가락으로 휘휘 저어 걸리는 것만 건져 올려놓고는
"콩나물 고르고 앉았기엔 인생이 너무 짧아" 했다는 말은 우리 집안에 전설처럼 내려온다.
 
여고생 때, 좋다고 따라다니던 고등학생을 흥~ 하고 상대도 않다가 그 정성에 넘어가 연애하고 결혼해 아들 둘, 딸 하나를 낳고 알콩달콩 아주 잘 사셨다. 그 시대에, 이모 말대로 "딱 요즘 남자 같았던" 이모부는 이모에게나 아이들에게나 정말 잘 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큰 아들 국민학교 4학년 때 이모부는 암으로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리고 내내 이모는 아이들 키우고 공부시키고 살림하는 걸 혼자 다 해내셨다.
젊은 나이에 혼자된 이모가 너무 안타깝고 아까워 시집가라고 말했던 엄마에게 이모는 정색으로 화를 내며 두 번 다시 그런 말 하지 말라 했단다. 지금도 넌즈시 물으면 이모에겐 오직 이모부 한 분 뿐이시다. 그리고 지금껏 이모는 '사랑'이라는 말을 진지하게 진심을 담아 말하는 내가 아는 유일한 어른이다.
 
새로 산 옷 얘기를 한참 하다가 화제가 수의로 넘어가 버렸다.
이젠 친구들도 하나 둘 씩 남편을 떠나 보낸다며 엊그제도 상가에 다녀왔다신다.
그런데 그 친구분이 남편에게 수의 대신 평소 좋아하시던 양복을 입혔더라며 아주 괜찮아 보였다 하셨다.
나도 아버지 보내드릴 때 느꼈던 것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반가워 맞장구를 치는데
느닷없이 이모가 하는 말!
 
"난 잠옷 입었으면 좋겠어"
"엥!!!    그게 뭔 말이래?    이모!!!!!    잠옷 입겠다고?????"
"응, 난 잠옷이 좋아. 죽는다는 게 영원히 잠든다는 건데 이왕이면 편안하게 잠옷입고 자는 게 좋잖아"
 
순간 잠옷입고 누워(?) 계신 이모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라 그 심각한 얘기에 우하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내 웃음과는 아무 상관없이 이모는 조금은 심각한 그러나 또 행복한 얼굴로 잠옷 얘길 계속 하셨다.

"얘, 난 ㅇㅇ 브랜드 잠옷을 좋아하거든. 한참 전에 거기에서 내 맘에 딱 드는 잠옷을 딸래미가 사줬는데 그게 자꾸 닳는거야. 어찌나 아까운지, 그런데 며칠 전에 그 매장에 들렀는데 완전 내 이상형 잠옷을 본거야. 그래서 큰 맘먹고 샀지~~"
이모는 잠옷도 이상형이 있냐니까 물론이지 하며 여기 이렇게 레이스가 달리고 목은 이렇게 생겼고 라고 상세히 설명까지 들려주셨다. 하하하하하~~~~~~
 
"얘, 영원히 안식할텐데 뭐하러 비싼 돈 주고 맨살에 닿으면 쓰리기나 할 이상하게 생긴 삼베옷을 입냐?  아이구~  생각만 해도 불편하네.  난 ㅇㅇ표 잠옷 입었으면 정말 좋겠다"

그 애기 애들한테 말했냐니 아직 안 했다신다.
그거 들을 때 사촌 동생을 표정이 무척 궁금했다. ㅋㅋㅋ
워낙 효자 효녀들이니 엄마 원대로 해드릴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우리 이모는 정말 못 말리겠다.
 
마구 웃어대는 나와 계속 심각하게 잠옷론을 펼치던 이모와의 만남은 퇴근한다는 남편 전화 때문에 후다닥 끝나 버렸다.
지하철역 쪽으로 가던 이모가 뒤돌아 보면서
"얘, 너 그 얘기 아무에게도 하지마!" 한다.ㅋㅋㅋ
"알아, 걱정하지마, 이모"
 
그 애기는 잠옷 얘기가 아니다, 그건 우리끼리 비밀이라 아무에게도 말 안할 거다. 
 
 





걸♡ 2011/02/25 05:06
  이모님 멋지신듯. +_+
merlin 2011/02/25 16:24
  킹왕짱이시라는^^ ㅎㅎ
디페쉬모드 2011/02/25 07:00
  대단한 분이란 생각이 들어요.
자신의 죽음을 그렇듯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타인들도 아주 유쾌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모습 결코 쉬운게 아니지요.

남자는 죽어갈 때가 여자는 홀로 흐느낄때가 가장 아름답다는 제 지론을 수정해야겠네요.

언제 기회가 되면 이모님께 술 한잔 올리고 싶네요.
merlin 2011/02/25 16:35
  2, 3년마다 편지나 사진 등을 정리하신답니다.
나중에 당신 개인적인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게 싫으시대요.

형제분들 중 가장 힘든 환경에 계셨으면서도 가장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분이세요.
이모를 볼 때면 손에 얼만큼 가졌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 손 안에 가진 걸 얼마나 즐기느냐가 행복의 관건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답니다.
만날 때마다 제 마음 속을 환기시켜요.

디페쉬모드님 같은 멋쟁이가 술 한잔 청하시네요 하면 이모 눈이 반짝! 할 것 같습니다.^^
megumi 2011/02/25 08:56
  가까운 곳에 사시나봐요 ^-^
전 이모가 있었음.. 한적이 몇번 있어요.
엄마와는 비슷한, 그러나 다른. ㅎㅎ
한번 엄마 한테, 나도 이모 있었음 좋겠다! 이러니까
니가 이모 아쉬운건 내가 언니 (or 여동생) 아쉬운거 발톱보다 못해!
이러더군요 ㅎㅎ
잠옷! 좋은 생각이네요
merlin 2011/02/25 16:44
  전철로 다섯 정거장 떨어져 있어요.
'엄마랑 비슷한 그러나 다른' 딱 맞는 표현이네요.
엄마 흉도 맘놓고 같이 볼 수 있는 사람이지요. 끝에는 '너 그래도 울 언니한테 잘해!' 하셔요.ㅋㅋㅋ
근데 울 엄만 자매가 너무 많아 얼마나 좋은 줄 잘 모르는 거 같습니다.

저는 그냥 평상복 편한 거 입었으멵 좋겠어요.
순면으로, 단순하고 풍덩하니 몸에 조이지도 않고 편안하게~~~~ ㅋㅋㅋ
(그러고 보니 이것도 거의 잠옷 수준이네요)
호주돌팔이 2011/02/25 13:16
  누드로 태어났으니,
누드로 가는 것은 또 어떨까요?
merlin 2011/02/25 16:45
  추워서 싫어요!
후덜덜덜덜~~~~
queen314 2011/02/25 18:31
  뜨끈하게 군불 때면 되죠.
merlin 2011/02/25 18:50
  뜨끈한 정도가 아닐텐데요.ㅠ.ㅠ
이것도 후덜덜덜~~~
호주돌팔이 2011/02/25 18:32
  화장 말씀하시는지요?
무장공비 2011/02/25 13:50
  이모님 생각이 굉장히 긍정적이십니다.
원래 막내분들이 낙천적이고 쾌활하시잔아요.
막내는 동생이란 존재를 제외하면 다들 좋아보이네요 ㅎㅎ
저도 어릴적 아주 작은방에서 오른쪽에 외삼촌이 왼쪽엔 막내 이모가
같은 이불 덮고 살았는데요
꼭 잘때 이모쪽을 바라보고 이모 가슴쪽에 손 올리고 잤습니다 ㅋㅋㅋ
merlin 2011/02/25 17:02
  공비님께도 이모가 반 엄마셨네요.
전 다 커서야 이 이모랑 친해졌는데 어른 같기보담 그냥 선배 같아요.
제겐 없는 장점을 많이 갖고 계셔서 만날 떄마다 한 소리 듣기도 하고 배우기도 한답니다.
저보고 속 터진다 하시지요.
뭐 그리 구닥다리로 사냐고.ㅋㅋㅋ 너 이제 그렇게 살지마! 엊그제 들은 소리예요.^^
무장공비 2011/02/25 17:53
  외할머니 돌아가시고 갑자기 고아가 되셔서 같이 살게되었어요.
큰누님 보다 한살 어리세요 ㅎ
그냥 둘째누님 같은 그런 사이였죠
저랑 열살 차이나는 외삼촌도 큰형님 같이 그렇게 살았어요
merlin 2011/02/25 19:17
  정말 한 가족이셨네요.
어머님께 혼날 때 많이 편들어주셨겠습니다.
제 여동생도 큰 조카라면 껌뻑 한답니다.
무조건 이쁘다 해요. 다 큰 녀석을.

queen314 2011/02/26 14:40
  첫조카가 제일 귀엽지요.
저도 큰조카가 그리귀엽구 다커두 애기로여긴답니다.
저보다 5 년이나 먼저 장가 갔는데
그때도 없는 총각 저금 통통 털어서 그녀석 부부 신혼여행비 댔답니다.
merlin 2011/02/27 10:38
  어머!
혹 그 덕에 장가드신 거 아닌가요?
부럽다~~ 억울하다~~ 하시다가.ㅋㅋㅋ
queen314 2011/02/28 08:55
  전에 갔던 커피집 사장이 저의 큰조카입니다.
큰누부의 큰애기이죠.
스페인/남미 문학으로 맥시코에서 학위를 했죠.
불쌍한 놈 !
박사 바리스타라니.....에효....
고놈만 보면 마음이 짠해져서리...
merlin 2011/03/02 10:07
  아~~ 그 분이시구나.
아주 어려보이시던데 먼저 장가를 갔네요.
지금은 불쌍타하시지만 그땐 그 조카분이 퀸님을 불쌍히 여기셨겠어요.ㅎㅎ
울 삼촌 여직 장가도 못가고 ㅠ.ㅠ
무장공비 2011/03/02 16:27
  저는 댓글 읽으면서 눈치를 챘습니다 ㅎㅎ
부추꽃청 2011/02/25 21:28
  저도 커플 잠옷만 아니라면...그러고 싶어윰.
순면도 좋고, 비싼 비단도 좋고요^^;
삼베... 그러고보니, 남편이 삼베 옷을 입으면, 여지없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디,
벌겋게 붓고, 가렵다고 해요.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 좋아지죠.
심각하게 생각해 볼 일이네요.

merlin 2011/02/26 09:52
  삼베에 알레르기가 생기기도 하네요.
남편분은 그야말로 심각하게 생각해보셔야 겠습니다.
지금은 커플 잠옷이 싫다셨지만 조금 더 오래 사시다보면 좀 안스럽기도 하고
내 마음이 누글누글해지기도 하면서 에구~~ 그래 그냥 같이 입읍시다 하게 될지도 모른답니다.
ㅋㅋㅋ
저요?
저도 아직은 커플 옷은 싫습니다.
그냥 무소의 뿔 마냥 독립 패션으로다가~~ ㅎㅎㅎ
queen314 2011/02/26 14:18
  째까 닭살 돋으실지 모르지만...
즈이는 신혼여행때 커플 티 입었답니다.
(그러구선 이혼 소동이 났었죠. 젊은 커플도 아닌데...)

갈때도 커플할랍니다.
(부부될 땐 집사람이 의상 선택권이 있었지만 갈땐 제가 주도권을 행사할겁니다.
으~~음 서방님은 하늘이라~~~ 서방님을 안따르는 여자는 천당 못가요.
merlin 2011/02/27 10:41
  퀸님께서 커플티라니~~ ㅎㅎ

그건 부인께 물어보세요. 아마 퀸님 바램으로 끝날 것이라 미루어 짐작합니다요.^^
무장공비 2011/02/27 20:46
  저도 놀랐습니다 ㅎ
바다와섬 2011/02/25 22:27
  이모님 정말 멋지세요!!!
저도 엄마의 10살이나 동생인 이모랑 친하답니다. 언제 비싼 속옷 브랜드에서 실크 잠옷 사다가 보내드려야겠네요~~ ㅎㅎ
merlin 2011/02/26 10:01
  그 나이답지 않게 확 트인 분이라 배울 게 많답니다.
아랫 층에 둘째 아들이 사는데 자주 보냐고 물으니
"에이~~ 그냥 옆집 아저씨거니 해. 보면 잘 계시지요? 하고 반갑게 인사하고 못 보면 바쁘신가보다 하고~~"
ㅋㅋ
그러고 보니 저도 받기만 했지 뭐 하나 해드린 게 없네요. 속옷이라도 예쁜 걸로 사드려야겠어요.^^
미시건돌이 2011/02/26 11:45
  저만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웬지 고모.. 보다는 이모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 건
왜 일까요..? 정말 귀한 이모님을 두셨네요..
merlin 2011/02/27 10:45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도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러잖아도 거기 대해서 가족들과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아이랑 제일 가까운 엄마가 편하게 대하는 사람이 아이한테도 편하게 느껴져 그런거다 했답니다.
친구처럼 느낄 수 있는 어른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구나 합니다.
고마운 이모지요.^^
queen314 2011/02/26 14:23
  다들 이모, 외삼촌 , 외사촌이 고모 , 삼촌, 사촌보다 두배이상 친밀감을 느낀다는 조사 통계가 있습니다.
들국화예요 2011/02/26 14:51
  오~ 멋지신 이모님^^

외국영화에서 하얀 드레스 입고 관에 누워 있는 장면 보면
저도 이 세상과 빠이빠이 할때 예쁜 옷 입고 가야겠다라는 생각 하곤 했었어요..

지금은 꼬부랑 할머니가 된 막내이모는 어렸을적 종합선물셋트를 가장 많이 사 주셨던
분이셨습니다..ㅎㅎ
merlin 2011/02/27 10:50
  아~~ 그런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구나!
몇년 전 윤년이었을 때 친정부모님 수의해드리면 좋다고 해서 뭤 모르고 마련했었는데
음~~ 낯설고 많이 힘들었어요.

이런 문화도 조금씩 변화긴 하네요. 비용도 그렇지만 좀 친근하고 편안했으면 좋겠다 생각한답니다.
토끼뿔 2011/02/27 11:12
  콩나물 다듬기엔 인생은 정말 짧아요.
이모님 저랑 딱 맞는 인생관을 가지셨네요.
전 드라마에서 콩나물 다듬는 장면이 나오면 짜증납니다.
저걸 지금 화목한 가정의 상징이라고 보여주는 건가 싶어서요.
저도 어머니한테 수의대신 다른 거 하는게 어떠냐고 해봐야겠어요.
근데 맘에 드는게 있으실라나.
merlin 2011/02/27 19:55
  그러잖아도 어제 TV 방송을 보면서 가족, 아니 엄마 이데올로기에 좀 화가 났었는데,
그러면서도 저 역시 거기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차! 하면 딴 길로 가고 있으니.ㅎㅎ

이모는 독특한 이야기꺼릴 참 많이 만들어낸 분인데, '날리는' 엄마, 주부라고 언니들이 잔소리했던 것과 달리 지금 자녀에게 가장 존경받는 엄마가 되셨지요.
그런 행동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셨다는 걸 알길래 더욱 존경한답니다.
醉~ 2011/02/27 12:41
 
이모님 참 멋지심. 감동인데염...

;)

merlin 2011/02/27 19:57
  닮으려고 노력하나 항상 능력 부족!
자주 듣는 말, 너 왜 그러고 살아???

돌아오셔서 반갑습니다.^^
은가비 2011/02/27 22:59
  이모님 옆에 계시면 웃을 일이 많을 것 같아요.
그런 이모님을 두신 멀린님이 부럽네요. ^^
merlin 2011/03/02 09:28
  정말 웃을 일이 많답니다.
전엔 둘째 이모가 부부싸움하시고 막내이모한테 한참 하소연을 하는데 이 이모가 "언니, 그래도 형부 참 많이 사랑했잖아" 이러는 바람에 둘쨰이모 얼굴이 벌개져서 버럭버럭~~ 막내이몬 아니, 그런 적 없는 것처럼 그래 이상한 사람이야~~ 하고 제게와서 버럭버럭~~ㅋㅋㅋ
참 재밌어요.^^
조달똥 2011/03/01 05:44
  본 받을 만한, 흉내낼 만한, 주옥같은 명언에 좋은 정보까지 들어있네예.
마누라 콩나물 다듬으라고 요구하면...ㅎ
<콩나물 다듬기엔 인생이 너무 짧아~~>
아, 정말 다시 새겨도 명언입니데이.
잠옷수의 역시 괜찮은 정보입니데이.
<나, 이제 편히 쉬고 싶어, 갈 때 잠옷 입혀주오>
ㅎㅎ
merlin 2011/03/02 09:34
  그기 그기 좋은 정보긴 합니다만 때를 잘 잡아야하십니더~~
울 이모는 처녀 때부터 그랬으니 통했지요. 잘 길들여졌다 하고 마나님께서 맘놓셨는데 그러시다~~
저는 책임 못집니대이~~
조달똥 2011/03/05 05:07
  멜린 님의 유머는 아무래도 모계 쪽인 듯 합니데이..ㅎ
merlin 2011/03/05 19:42
  저는 고지식하셨던 아버지 내력 덕에 발가락도 못 따라잡습니다.
외가 식구들 모이면 대단들 하시지요.
달똥님이야말로 아주 괘안은 혈통을 물려 받으셨는데, 어느쪽이신가요? ㅎㅎ
문지방여인 2011/03/01 18:03
  이모님, 참 멋지시네요.
로맨스를 알고 계신 분!
그래도 남자친구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merlin 2011/03/02 09:39
  저 결혼할때 시어머님이 막내이모가 참 멋지다 할만큼 미인이고 날씬하세요.
이모부 얘기하실 땐 여전히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걸 보면 다른 얘기가 안 나온답니다.
이모가 제일 행복한 사람이야 했더니 살짝 눈을 흘기며 남편도 없는 사람한테~~ 하면서도 좋아하셨어요.
좋은말 2011/03/02 00:59
  비밀을 함께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게 부럽습니다.
대단치 않은 거라도 이상한 연대감이 생기잖아요...

쓸 데없이 경계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 참 피곤해서...

잠옷으로 이 세상을 마감하는 것.. 신선하네요..뭔가 좀 논리모순스럽지만요.. .
merlin 2011/03/02 09:43
  맞습니다.
우리 서로 '말'이 만드는 후유증을 잘 아는 지라 오히려 맘껏 나누고 입 딱! 다물기가 가능하답니다.
잠옷까지는 저도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의 수의는 참 싫어요.
좀 더 친숙한 옷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오후에 2011/03/02 08:59
  이모님 요즘 애들 말로... 쫌 짱이신듯!!!
잠옷이라... 한번도 생각못한 화제네요. 신선합니다. 약간 충격!
merlin 2011/03/02 09:50
  오후에님께 충격을 드렸네요.ㅎㅎㅎ
생각이 참 다른 분이세요. 오후에님 처럼 저도 종종 충격을 받는답니다.
어려운 주제였는데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버릇없다거나 어른한테 그런 말을~~ 하는 법이 없으셔서 항상 맘놓고^^
청학동처녀 2011/03/02 17:26
  수의 생각하니까 작년에 돌아가신 울 외할머니 생각납니다.
수의 맞추려 외할머니, 엄마, 나 이렇게 갔습니다.

외할머니의 수의 주문에 내가 기절 초풍할 뻔 했습니다.
수의는 흰색은 싫다. 연한 분홍색이 예쁘다. ( 이 말부터 기절할 뻔 했습니다. 죽은 다음에 예쁜지 안예쁜지 어덯게 알아는지...)
저고리 길이는 팔등을 다 덮어 달라. 손등이 나오면 보기 흉하다.(죽은 다음에 흉한지 안흉한지 보이는지... 손싸개도 있는데 무슨...)
관에 누웠을 떄 앏은 이불이 덮어야 예쁘다라고 수의와 같은 천, 겉은 색의 홀겹 이불도 해달라고 주문을 하셨습니다.
(수의에 무슨 홀겹 이불...)

평생 멋을 부리시던 것도 부족해서 수의까지 멋을 부리시더니 작년 2월23일에 외할머니는 저 세상으로 갔셨습니다.

생각해 보면 수의에 멋을 부리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저세상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부리는 멋이잖아요.
merlin 2011/03/05 19:38
  아주 멋장이 외할머님이셨네요.
어찌 생각하면 그렇게 예쁘게 입으려고 신경쓰시는 게 더 좋기도 하겠습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덜해진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기분 편안해지는 옷은 아니지 싶어요.

그런데 이불까지 있다는 건 처음 들었네요. 외할머님 무척 따뜻하고 맘 편하게 잠드셨겠어요.^^